“여행가면 행복하다?” 여행작가들이 말하는 여행이란…
“여행가면 행복하다?” 여행작가들이 말하는 여행이란…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11.0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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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독일의 철학자 괴테는 “사람이 여행을 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서이다”라고 말했다. 여행의 본질을 꿰뚫는 말이다. 여행의 목적은 어떤 장소에서의 출발과 도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행 그 자체에 있다.

여행은 무료한 일상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황홀하고 짜릿하다. 반대로 모든 여행지는 누군가의 일상이다. 요컨대 여행은 나의 일상에서 다른 누군가의 일상으로 전이되는 과정이다. 그래서 여행은 어딘가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곳으로 돌아오는 것과 같다.

여행 에세이는 해마다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중들이 여행을 그만큼 욕망한다는 증거이다. 최근 서점에서 인기를 누리는 여행 에세이 작가들은 어떤 여행을 하고 있을까? 그들에게 여행은 무엇일까?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의 이다혜 작가는 “여행이 일상을 벗어난 아주 특별한 상태가 아니라 일상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이른바 ‘편도형 티켓’을 끊어 어디론가 떠나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도 있지만, 그건 나의 것은 아니다. 아마 그런 여행은 나의 죽음, 그것으로 한 번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가끔 여행 숭배자들을 만난다. 그들에게 여행은 곧 삶의 전부다. 여행의 과정에서만 온전한 자신을 느낄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작가는 “떠났을 때만 ‘나’일 수 있는 사람들은 나름의 행복을 찾은 이들이겠지만, 나는 떠났을 때만 자기 자신일 수 있는 사람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이 책에서 정의하는 여행은 작가의 말처럼 ‘이곳에서의 삶을 위한 떠나기’다. 일상이 없다면 여행도 없으니까.

『쉼표여행』의 이민학 작가는 혼자 떠나는 여행의 즐거움을 강조한다. 간혹 ‘함께’가 아니라면 여행을 주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작가는 “혼자 떠나는 여행이 가장 많은 것을 얻는다. 혼자 떠났을 때 온몸의 세포와 여행지가 교감하는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동행을 한다면 늘 같이 떠날 수 있는 사람을 구하자. 여행지에서 신경 안 써도 되는 익숙한 사람이 가장 좋은 동행자다. 셋 이상 떠나면 여행에서 더 이상 기대할 건 없다. 서로 다투지 않고 무사히 돌아오는 게 최선이다”라고 조언한다.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의 한수희 작가는 “내게 여행이란 건 ‘가장 먼 곳에서 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좋든 싫든 그것이 나다. 그게 ‘진정한 나’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 자신의 일부인 것은 확실하다. 그리하여 여행이 끝날 때마다 나는 같은 사람인 채 다른 사람이 돼 돌아온다. 그건 미처 기대하지 못했던 보너스 같은 것이다”라고 말한다.

결국 여행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다. 내가 나를 만나서 나를 되돌아보는 것. 동시에 그 마음과 태도로 세상과 주변을 되돌아보는 것. 그리고 다시 무료함을 느꼈던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 하지만 그게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 그것이 여행이다.

저자는 “나는 그 모든 익숙한 것들로부터 떠나고 싶어서 떠난 것이고, 낯선 나라에서 죽도록 고생을 한 후에 이제 그 모든 익숙한 것들에게로 다시 돌아가려는 것이구나. 어쩌면 그것이 바로 여행이라는 것이겠구나”라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그렇지. 돌아갈 곳이 없다면, 그것은 여행이 아닌 거지.”

김영하 작가는 책 『여행의 이유』에서 “나는 그 무엇보다 우선 작가였고, 그다음으로는 역시 여행자였다. 글쓰기와 여행을 가장 많이, 열심히 해왔기 때문이다. 글쓰기에 대해서는 쓸 기회가 많았지만 여행은 그렇지를 못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쓰다보니 정말 많은 것들이 기억 깊은 곳에서 딸려 올라왔다”고 회고했다.

작가의 말처럼 이 책에는 여행에 관한 작가의 사유와 통찰이 정말 많이 담겼다. 특히 「여행으로 돌아가다」라는 챕터가 인상적인데, 작가는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것이 불안과 고통만은 아니라는 것. 거기에는 ‘지금 여기’에 없는 놀라운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소설과 여행을 연결시킨 지점도 눈에 띈다. 작가는 “여행은 분명한 시작과 끝이 있다는 점에서도 소설과 닮았다. 설렘과 흥분 속에서 낯선 세계로 들어가고, 그 세계를 천천히 알아가다가, 원래 출발했던 지점으로 안전하게 돌아온다. 독자와 여행자 모두 내면의 변화를 겪는다”고 말한다.

앞서 언급한 여행 에세이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아이러니하게도 ‘여행’이 아니라 ‘나’에 가깝다. 여행을 통해 치열하게 ‘나’를 탐구하는 작가들의 문장에서 독자들은 또 다른 ‘나’를 발견한다. 작가의 말처럼 결국 책 읽기도 여행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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