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101’처럼 책 한번 밀어보실래요?… 트렌드는 ‘북펀딩’
‘프로듀스101’처럼 책 한번 밀어보실래요?… 트렌드는 ‘북펀딩’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1.06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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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6일 진행 중인 북펀딩 [사진= 텀블벅]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책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김난도와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제작진은 내년 소비 트렌드의 하나로 ‘팬슈머’(팬과 소비자를 의미하는 컨슈머의 합성어)를 꼽았다. 이제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소비자가 상품과 서비스의 제작 및 홍보 작업에 ‘관여’하는 과정이 ‘소비’라는 개념에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한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시청자가 데뷔하게 될 멤버를 직접 투표해 뽑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 미래 소비의 트렌드가 된다는 것이다.

그저 시중에 나온 제공품(상품과 서비스)을 소비하면 될 것을, 굳이 성가실 수 있는 제작 및 홍보 작업에까지 관여하는 소비자의 심리에는 ‘이케아 효과’가 깔려있다. 이 효과에 따르면, 가구회사 ‘이케아’의 주요 성공 비결은 소비자에게 직접 가구를 조립하게 한 데 있다. 소비자는 완성품을 받을 때보다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제품을 조립할 때 성취감을 느끼고 각별한 애착을 갖는다.  

그런데 이러한 ‘팬슈머’ 트렌드에 부합하는 소비가 출판계에도 존재한다. ‘오마이컴퍼니’나 ‘와디즈’ ‘크라우디’ ‘텀블벅’ ‘해피빈’ 등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이뤄지는 출판 크라우드 펀딩, 일명 ‘북펀딩’이다. 이 펀딩에 참여하는 출판사나 개인은 소비자에게 제작할 책의 내용과 제작 동기 등을 제시하고 소비자는 마치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스타에게 투표하듯 책의 제작·홍보비를 후원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북펀딩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서점에서 그저 책을 고르는 것보다 훨씬 불편하다. 후원자는 자신이 후원할 책을 선정해야 할 뿐 아니라 출판사나 개인이 제시한 목표 후원금을 채우기 위해 지인에게 해당 펀딩에 대해 홍보하는 등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예를 들어 목표 금액이 500만원이라면, 정해진 기간 동안 후원금이 500만원이 넘지 않는 경우 후원자의 통장에서는 돈이 나가지 않고, 따라서 책이 제작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500만원이 넘으면 비로소 후원자의 계좌에서 후원금이 빠져나가며, 그 후원금이 책의 제작 및 홍보비로 쓰이게 된다.  

이러한 북펀딩을 통해 후원자가 얻는 만족감은 ‘이케아 효과’와 비슷하다. 후원자가 받는 실질적인 이익은 그리 많지 않지만 만족감은 크다는 평이다. 소비자가 얻는 이득이라고 해봐야 남들보다 먼저 책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과 굿즈 등 소정의 추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것뿐이다. 그러나 직접 가구를 조립하는 이케아의 소비자처럼 북펀딩 후원자들은 책을 후원하고, 홍보까지 도맡아 하면서 오히려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  

북펀딩, 이러한 출판계 팬슈머 트렌드가 『트렌드 코리아 2020』 제작진의 예언처럼 내년 출판시장에서 번성할지는 예상할 수 없지만, 출판계에서 북펀딩은 이미 효과적인 마케팅 및 모금 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대표적으로 2016년에 출간돼 150만부 이상 팔린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와 지난해 6월 출간돼 그해 연말 대형서점 종합베스트셀러 순위 10위 안에 든 백세희 작가의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북펀딩의 산물이다. 한복 일러스트로 알려진 우나영 작가의 책 『흑요석이 그리는 한복 이야기』는 텀블벅에서 펀딩을 시작한 지 3일만에 후원금 1억원 이상을 모으기도 했다. 개인이나 소규모 출판사뿐만 아니라 돌베개(『신해철』)나 시공사(『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나날들』), 푸른숲(『우리가 안아주는 사람일 뿐』) 등 유명 출판사들도 펀딩에 참여해 책을 내고 있으며, 지난해 텀블벅에서만 700여권의 책이 북펀딩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주어진 대안 중에서 선택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내가 직접 투자와 제조과정에 참여해 상품을, 브랜드를, 스타를 키워내고 싶다. (중략) 소유에서 경험으로 이동한 소비의 패러다임이 이제 다시 경험에서 ‘관여’(engagement)로 바뀌고 있다. (중략) ‘고객에 의해’ 좌우되는 팬슈머의 시장에서 소비자의 열성적인 지지와 참여에 손을 먼저 내밀어야 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0』 中) 내년에는 얼마나 많은 책이 북펀딩을 통해 출간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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