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대한민국]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 “국가대표도서관의 미래, 뜨거운 열정으로”
[책 읽는 대한민국]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 “국가대표도서관의 미래, 뜨거운 열정으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1.05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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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국립중앙도서관은 우리가 흔히 책을 빌리러 가는 집 근처 도서관이나 학교 도서관과는 큰 차이가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어떤 곳인가 하는 것은 「도서관법」의 몇몇 조항으로 알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국가대표도서관으로서 효율적인 업무처리 및 지역 간 도서관의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지역별·분야별 분관을 둘 수 있다.” (「도서관법」 제18조)
“국립중앙도서관은 국내외 도서관자료의 수집·제공·보존관리, 도서관직원의 교육훈련 등 국내 도서관에 대한 지도·지원 및 협력, 외국도서관과의 교류 및 협력, 도서관발전을 위한 조사 및 연구 등을 수행한다.” (「도서관법」 제19조)
“누구나 도서관자료를 발행 또는 제작한 때에는 그 발행 또는 제작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그 도서관자료를 국립중앙도서관에 제출(납본)해야 한다. 수정증보판인 경우에도 또한 같다.” (「도서관법」 제20조)
“도서 또는 연속간행물(온라인 포함)을 발행 또는 제작하고자 하는 공공기관, 개인 및 단체는 그 도서 또는 연속간행물에 대하여 국립중앙도서관으로부터 국제표준자료번호를 부여받아야 한다.” (「도서관법」 제21조)

「도서관법」에서 명시하듯, 국립중앙도서관은 ‘국가대표도서관’이다. 또한, 도서관자료의 주민등록번호라고 할 수 있는 ISBN(국제표준 도서번호)과 ISSN(국제표준 정기간행물 번호)을 발급하는 ‘도서관자료의 요람’이자, 국내외 모든 도서관자료를 수집 및 보존, 제공하는 곳이며, 전국의 도서관 및 도서관 직원을 지도 및 지원하는 곳이다. 그 비전을 말하자면, 국립중앙도서관은 전 세계 모든 ‘책’의 존재를 보존하고, 인류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쌓고 있는 지성을 수호하는 곳이다.

책임이 막중한 국립중앙도서관의 장 자리에 지난 8월 31일 서혜란 신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임명됐다. 첫 ‘개방형 도서관장’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서 교수는 대통령소속 정보공개위원회 및 국무총리 소속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을 경험했고, 제6기 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 한국도서관협회 부회장, 신라대학교 종합정보센터 소장 및 도서관 관장 등을 지낸 명실상부한 도서관 전문가다. 학자로서 그는 도서관에 대한 쓴소리를 많이 해왔기 때문에 그가 이끌어낼 변화가 기대를 모았다. 

취임한 지 두 달. 서 관장의 행보는 분주했다. 기자로서는 서 관장이 진행한 이런저런 행사들을 취재하며, 그 열정을 체감하던 차 서 관장과의 인터뷰 자리를 갖게 됐다. 책임감이 느껴졌던 첫 대면. 이 기회에 그 열정의 방향을 확인하고 싶었다. 서 관장에게 질문했다.      

Q,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 명사로 선정됐다. <독서신문> 독자에게 인사 부탁드린다.

A. <독서신문>은 오래전부터 익히 알고 있는 매체다. 국립중앙도서관장으로 부임하기 직전까지 30여 년간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가르쳤으니 수업시간에 <독서신문>을 거론한 적도 많았다. 그런데 <독서신문>의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을 적극 지지하지만 명사로 선정되었다는 점은 어울리지 않는다. 우선 결코 ‘명사가 아니므로, 그리고 제가 독서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결코 대단한 ‘독서가’나 ‘애서가’도 아니므로....

Q. 국립중앙도서관장으로 임명된 지 두 달이 지났다. 두 달 동안 하신 일이 꽤 많다. 활력이 넘치는데…. 첫 두 달의 소감은? 

A. 두 달 동안의 활동을 이렇게 좋게 평가해주시니 고맙긴 한데 과분한 것 같다. 전문직으로서는 처음 부임한 데다가 또한 첫 여성 관장이기도 하니 개인적으로 영광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기대에 부응하기에는 부족한 점도 많지만 혼자가 아닌 330명 직원들과 도서관계 전체의 지혜를 적극적으로 구하며 길을 열겠다. 

Q. 국립중앙도서관이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도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정확히 어떤 비전을 가진 곳인가? 수장으로부터 듣고 싶다.   

A. 국립중앙도서관은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국가대표도서관’이라는 비전 아래, 「도서관법」이 부여한 책임과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국가대표도서관으로서 대한민국에서 생산된 다양한 유형의 지식정보자원과 해외에 소재한 한국에 관한 자료의 포괄적 수집과 체계적 정리, 국내 도서관들을 연계하는 문헌정보시스템 구축과 모든 국민들을 위한 효율적 정보 제공, 국가지식정보자원의 안전한 보존을 통한 후대 전승, 도서관 발전에 필요한 연구와 도서관직원의 교육훈련, 독서진흥 활동에 대한 지원과 협력, 외국 도서관들과의 교류와 협력 등이다. 

Q. 국립중앙도서관은 ‘국가대표도서관’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하는 일은 일반인들이 흔히 아는 도서관과는 다르다. 

A. 국립중앙도서관은 1945년 10월 15일, 일제강점으로부터 해방된 조국에서 지식의 보루 역할을 자임하며 ‘국립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했다. 이후 1963년 제정된 「도서관법」에 따라 ‘국립중앙도서관’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되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개관 당시부터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국가도서관으로서의 본연의 업무와 더불어 공공도서관 기능도 함께 수행했었다. 이용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공공도서관이 크게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도 국립중앙도서관을 규모가 큰 공공도서관쯤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없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국립중앙도서관은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공공도서관을 포함한 일반적 도서관들과는 전혀 다른 기관이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도서관들은 이용자들에게 유용한 자료를 선별하여 수집하고, 대출해주며, 오래된 장서를 정기적으로 폐기하기도 하지만, 국립중앙도서관은 모든 국내 출판물의 의무적 제출(납본)을 받아 망라적으로 수집하고, 관외대출을 하지 않으며, 폐기하지 않고 모든 자료를 보존해야 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국내 모든 도서관들을 지도하고 지원하는 도서관들의 도서관이다. 

Q. ‘첫 개방형 국립중앙도서관장’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임기를 마감하는 2022년 8월까지 국립중앙도서관장으로서 반드시 이루고 싶은 일 세 가지만 꼽는다면…

A. 꼭 세 가지만 꼽아야 하는가? 대여섯 가지를 말하면 안 되는가? (웃음) 첫째, 국가문헌의 수집 노력을 더 강화하려고 한다. 74년 전 28만권의 장서로 출발한 국립중앙도서관은 현재 1,200만여 권의 오프라인 자료와 1,600만 건이 넘는 온라인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립중앙도서관이 국가대표도서관으로서 국가문헌의 수집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립중앙도서관은 1965년부터 납본에 의한 자료 수집을 시작하였고 2016년부터는 온라인자료의 납본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의 사각지대가 존재함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국내와 해외에 흩어진 채 시간의 흐름 속에서 훼손되어가고 있을 고문헌(1910년 이전에 출판된 문헌)과 근현대자료를 발굴하고 수집하는 책무를 더 이상 늦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포스터나 악보, 광고, 음악과 동영상, 전자책, 웹자료, SNS자료 등 끊임없이 진화하는 다양한 유형의 자료 수집에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둘째, 디지털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1995년 이후 지속적으로 소장 자료 디지털화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특히 2017년부터는 예산 투입을 대폭 확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원문DB 구축비율은 우선 대상 자료의 27%에 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화 자료의 검색효율을 높이기 위한 더 많은 투자가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자료 디지털화 사업은 국가문헌의 영구보존과 그 안에 담긴 정보의 적극적 활용을 통한 지식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따라서 국립중앙도서관은 이 사업에 가능한 자원을 집중 투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립중앙도서관은 자관 소장자료를 넘어서서 다른 여러 기관들이 소장하고 있는 다양한 유형의 지식정보자료의 디지털화와 공유를 지원하고 촉진하는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

셋째, 오늘날 도서관은 지식정보의 생산자와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매개자로서의 전통적 역할을 넘어서서 스스로 정보생산기지로서의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는 추세다. 정보기술 환경의 변화로 인해 정보생산자와 정보소비자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이 가져온 변화인 것이다. 이제 도서관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자료와 공간과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변신하고 있다. 따라서 국립중앙도서관은 기능 혁신을 통해 스스로 변신해야 함은 물론이고, 국내 모든 도서관들에게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제시하고 보급해야 할 것이다.

넷째,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국가문헌의 영구보존은 국립중앙도서관의 중요한 책임이다. 그런데 현재 국립중앙도서관 서고의 수장비율이 83%에 이르러 2023년이 되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문헌보존관’의 건립이 시급한 이유다. 신축하는 국가문헌보존관은 자료보존을 위한 최적의 시설과 환경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날로그 자료와 함께 디지털자원의 보존을 위한 조직과 기술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국립중앙도서관은 국가대표도서관으로서 우리나라 모든 도서관들의 협력과 발전을 선도할 책임을 가지고 있다. 도서관의 관종별, 지역별, 소속기관별 편차가 크고 단단한 벽이 엄존하는 우리나라의 현실 속에서 단기간 내에 이 과제를 완수하겠다고 선언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사서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이나 도서관협력망의 체계화와 활성화 같은 산적한 난제의 해결을 위해서 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를 비롯한 유관기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국립중앙도서관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차근차근 해나가려고 한다.

여섯째, 도서관 서비스 품질 향상에 필요한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며, 전국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들에 대한 역량 강화 교육의 내실을 기하는 등 국가대표도서관으로서의 리더십을 확립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Q. 공공도서관뿐 아니라 대학도서관 등 도서관 현장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사서인원 부족, 지자체 예산 부족, 데이터베이스 관리 미숙 등으로 전국 도서관 운영이 쉽지만은 않다고 들었다. 현재 국내 도서관의 문제에 목소리를 내준다면… 

A. 교수신분일 때는 우리나라 도서관 정책과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었기에 좋았다. (웃음) 그러나 국립중앙도서관장으로서는 도서관정책 문제를 거론하는 일이 훨씬 조심스럽다. 도서관정책 수립의 직접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말에 따른 책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의식을 버렸다거나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국내 도서관에 대한 지도와 지원, 협력 업무가 국중(국립중앙도서관)의 책임이다. 또 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제시한 도서관발전계획에 따른 시책을 시행하는 것도 국중의 법적 의무이다. 그러한 범위 내에서 관련된 모든 이해당사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나가려고 한다. 현장에서 제기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서 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하기 시작한 사례도 있다. 또 도서관장실에만 앉아있기보다는 가능한 한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열린 마음으로 토론하고 협의하려고 애쓰고 있다.

Q. 국립중앙도서관을 ‘북캉스’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소개한 적이 있다. 지금 국립중앙도서관에 놀러 가야 할 이유가 있다면…

A. 얼마 전 호주 멜버른시가 도서관에 전담 사회복지사를 고용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사실 도서관이 사회복지사를 고용한 경우는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와 덴버 등에서 앞서 시행한 바 있다. 사회적 약자들을 적극적으로 돕는 일에 도서관이 앞장서려는 정책이다. ‘북캉스’ 질문에 대해서 사회복지사 이야기를 하는 것이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도서관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의 문화향유를 위한 기반 시설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다.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도 소외감 없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우리 도서관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운영 중이다. 또한, 내년부터는 정보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디지털도서관을 전면 개편하여 미디어 스튜디오를 확장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분관인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는 메이커스페이스를 만들어서 독서와 연계한 코딩 등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1980년대에 건축된 다소 위압적인 국립중앙도서관 건물을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모든 사람들이 최대한 편안하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어나가는 시도를 계속해나가고 있다. 다른 문화기관들과 협업하여 흥미 있는 전시와 강연도 더 많이 기획할 예정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국립중앙도서관(국립장애인도서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국립세종도서관 등 분관 포함)을 많이 방문해주시길 바란다.  

Q. 매달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추천 도서’를 내고 있다. 이번에는 ‘국립중앙도서관장 추천 도서’ 몇 권을 소개해준다면…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는 미국의 인지신경학자인 매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건너뛰어 읽기나 겉핥기식 읽기가 만연한 디지털시대에 어린이나 청소년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전통적 텍스트 읽기에 익숙했던 성인들의 뇌에서조차 읽기 회로가 사라지고 있다는 저자의 경고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편지글 형식으로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저자는 순간접속 시대에도 마치 양손잡이처럼 깊이읽기가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 역시 보여준다. 

『딸깍 열어주다: 멋진 스승들』은 지금은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는 전직 기자이자 작가인 성우제가 만났던 스승들과의 인연을 기록한 책이다. 김화영, 강성욱, 황현산, 김준엽, 전신재, 안병찬, 김훈, 박이추, 김종성 선생님. 이 모든 분들을 스승으로 모신 그를 부러워하고, 또 멋진 스승들로 기억되는 아홉 분을 부러워하면서 비교적 느린 독자인 내가 순식간에 읽은 책이다. 

박경리 선생님의 대작 『토지』는 이미 고전의 반열에 들었다고 하겠지만 다시 한번 추천하고 싶다. 굳건해보였던 신분사회의 붕괴와 나라의 패망, 집안의 쇠락을 한꺼번에 맞이했던 주인공 서희는 물론이고 길상, 용이 등 모든 등장인물들이 책을 읽은 지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살아서 가끔 내게 말을 걸어온다. (사진=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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