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일본 거미 전문가의 ‘거미줄 바이올린 연주’
[리뷰] 일본 거미 전문가의 ‘거미줄 바이올린 연주’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1.0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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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나는 40년에 걸쳐 거미줄의 성질을 다양하게 연구해왔다. 그러나 바이올린 현처럼 가늘고 강도가 있는 거미줄 다발은 완전히 미지의 영역이었다. 약 10년 전에 19만 개나 되는 거미줄을 모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 『거미줄』에서처럼 사람이 거미줄에 매달리는 실험에 성공했다. 그때 사용한 거미줄 다발은 두껍고 짧았으며 강도는 있었지만 일시적이었다. 현처럼 가늘고 길었지만 강도가 지속되지는 않았다.” 

일본의 거미 ‘덕후’(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 오사키 시게요시 나라현립의과대 명예교수는 이 책에서 거미줄을 이용해 잘 끊어지지 않는 현을 만들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데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그가 평생 진행한 거미 연구가 거미줄로 바이올린 현을 만드는 실험으로 집약되는 과정에서 독자는 거미와 거미줄에 대한 전문가적 지식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벨상의 근원이라고 알려진 일본의 ‘모노즈쿠리 정신’(하나를 가지고 계속 파헤치는 정신)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너무 다정하게 대하면 우습게 여기고, 너무 엄격하게 대하면 토라져서 말을 안 듣는다.” 그가 그늘왕거미에게서 실을 얻을 때의 감상이다. 1장에서는 이렇게 에세이 형식으로 저자가 어떻게 거미에 빠지게 됐는지를 회상하며, 일생동안 가는 곳마다 거미를 채집하고 운반하고 분석하면서 알아낸 지식을 전한다. ‘거미집의 다양한 모습’부터 ‘거미와의 커뮤니케이션’까지 거미와 오랫동안 붙어있지 않는 이상 잘 모르는 지식이다. 

2장에서는 ‘거미가 만드는 마법의 실’이라는 주제로 거미줄에 대해 다룬다. 마치 거미줄이 서로 다른 것을 잇듯, 이 장은 거미줄에서 뻗어 나간 다양한 통찰을 잇는다. ‘거미가 가르쳐 주는 안전 대책’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거미줄이 사실은 두 개의 섬유가 평행으로 나열돼 있다는 것을 언급하며 기업과 가정의 위기관리 상황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한다. ‘물을 머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인간의 항상성과 수분을 흡수한 거미줄의 특성을 비교한다.    

나머지 3장에서 5장까지는 거미줄로 만든 현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이와 관련한 논문을 학계에 발표하는 등의 일련의 과정을 설명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악전고투’ 하며 현을 만들고, 바이올린 레슨까지 받았다. 결국 저자의 바이올린 현은 바이올리니스트 마쓰다 준이치에게 “지금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음악 그 자체가 변화할 거예요”라는 극찬을 받았고, 이와 관련한 저자의 논문은 미국 물리학회지 <피지컬 리뷰 레터>에 게재됐으며, 저자의 이름은 포털에서 5억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생활 속에서 배워 온 상식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자신이 모르는 것을 비상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은 이와 반대로 생각할 때 가능하다. 많은 사람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야말로 도전할 가치가 있다. 도전이 성공하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180도 바뀌기도 한다. 거미줄이 악기 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새로운 음색으로 연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인식돼 음악가가 거미줄 현을 사용하게 되면 많은 사람의 이해도 깊어지지 않을까?” 이 책이 단지 거미와 거미줄에 대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저자의 맺음말이다. 

『거미줄 바이올린』
오사키 시게요시 지음│박현아 옮김│아르테 펴냄│쪽│1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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