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철학과 그림이 만났다! 『그림도 세상도 아는 만큼 보인다』
[포토인북] 철학과 그림이 만났다! 『그림도 세상도 아는 만큼 보인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11.04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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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프로이트, 들뢰즈, 벤야민 등 서양 철학사를 대표하는 철학자들의 현대 미술에 관한 통찰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철학과 그림이 만나는 방식은 불가피하게 ‘해석’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철학이 어떤 그림을 완전히 해석하기는 불가능하다”며 “그래도 철학은 그림 읽기를 ‘시도’하는 미학적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고, 이것이 바로 그림을 보는 철학적 시선의 특징이다”라고 말한다. 철학자가 들려주는 서양 미술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다빈치, 최후의 만찬 [사진제공=도서출판 이숲]

가장 널리 알려지고 가장 많이 사랑받는 모나리자(1503)는 4년의 제작 기간을 거쳤으나 그는 이 작품을 미완성으로 간주하고 의뢰인에게 작품을 주지 않았다. 기존의 프레스코 방식을 거부한 화법의 혁신, 완벽한 원근법, 열한번의 보수 작업, 15분간의 관림 시간, 연간 25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제 수도원 식당의 최후의 만찬(1495~98)은 어떤가? 수많은 스케치의 변형을 통해 최종 스케치를 작성하는 데 2년, 제작하는 데만 3년이 걸린 작품이다.<18쪽>

카르히너, 바다 속으로 [사진제공=도서출판 이숲]

원시 상태를 동경하고 거기서 원초적 힘을 찾으려는 다리파의 그림에는 알몸이 빈번히 등장한다. 카르히너의 바다 속으로(1912), 놀데의 황금 송아지 둘레의 춤(1910), 헤켈의 나체 소녀 등은 모두 강렬한 원색을 사용해 원시적이고 에로틱한 관능미를 표현했다. 여기서 원시적 에로티시즘에는 어떤 의미가 있고, 니체의 니오니소스적 예술 철학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원시적 에로티시즘은 단순히 성의 해방과 자유를 의미하지 않는다. 벗을 자유는 카르히너나 놀데에게 몸의 자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부딪히는 세계와 직접 연결되고 하나가 되는 자유,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58~59쪽>

클레, 세네치오 [사진제공=도서출판 이숲]

클레의 추상화에는 음악적 모티브, 물고기, 새, 기하학적 도형 같은 것들이 자주 등장한다. 당연히 이런 것들은 보이는 대로 재현한 사물이 아니다. 실제로 클레가 마흔세 살 때 그린 자화상 세네치오(Senecio, 1922)의 제목은 ‘나이 든 사람’이라는 뜻인데, 이 그림에는 어떤 재현도 없이 오로지 윤곽선과 색이 있을 뿐이다. 퐁티는 클레에게 선과 색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클레의 선이 ‘가시적 세계를 모방하기보다 사물 탄생의 청사진’을 보여준다고 했다. ‘청사진’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퐁티는 클레의 선이 ‘보이는 것의 생성 원리’, 즉 눈에 보이는 사물이 형성되는 원리를 형상화한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클레의 선은 형태를 표현하는 도상이 아니라 추상 원리로서 의미가 있었다.<112~113쪽>

렘브란트, 아경 [사진제공=도서출판 이숲]

렘브란트가 살던 네덜란드에서만 단체 초상화를 포함해 초상화가 연간 1만 점 이상 제작됐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당시 제작되던 단체 초상화와 많이 다르다. 보통 단체 초상화는 등장 인물들이 일렬로 자리 잡고 그 모습도 실물보다 더 훌륭하게 묘사된다. 그리고 중요한 인물과 주변 인물이 누구인지를 그림을 통해 금세 알 수 있다. 그런데 렘브란트의 야경은 등장 인물들을 질서 있게 배치하지 않고 여기저기 혼란스럽게 세워뒀다. 기존의 단체 초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정적이고 무성격적으로 묘사됐다면, 이들은 매우 동적이고 개성적이다. 인물마다 입은 옷도 각기 다르고 자세, 시선, 표정도 서로 다르다. 어떤 통일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하나의 유기적인 전체를 이루는 것처럼 보이는 묘한 그림이다. 또 이 작품은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극적 긴장감을 잘 드러냈다.<212~213쪽>

『그림도 세상도 아는 만큼 보인다』
이하준 지음│이숲 펴냄│312쪽│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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