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가을, 연애 감성 ‘UP’시키는 가을 시 3선
고독한 가을, 연애 감성 ‘UP’시키는 가을 시 3선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1.03 08: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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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이제 절정이던 단풍은 그 날개를 접고 낙엽이 돼 거리에 뒹굴 거린다. 바람도 쌀쌀하게 불어 몸도 마음도 더 쓸쓸해지는 완연한 가을. 이 충만한 늦가을의 감성을 한층 끌어 올릴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어쩌면 시집이 아닐까.  

올 가을 독자들의 감성을 간지럽히는 대표 시집을 편집자들의 목소리를 빌려 선정했다. 지난 9월과 10월 교보문고 시 부문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던 시집은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였다. 이 시집을 출판한 지혜출판사 편집자는 가을과 가장 어울리는 시로 「풀꽃」을 꼽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편집자는 “나태주 시인의 시는, 특히 그중에서도 「풀꽃」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마음에 와닿는다”며 “시인이 초등학교 선생님을 오래 하면서 어린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이런 시가 나올 수 있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인에 대해 묻는 질문에 “작년에 『꽃을 보듯 너를 본다』가 30만 부가 넘게 팔려서 시인과 함께 행사를 진행한 적 있는데, 아마 늦가을,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다”며 “유쾌하시고, 말씀도 잘해주시고, 어린이들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한편,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2015년 첫 출간 직후에는 그리 많은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2012년 드라마 ‘학교 2013’에서 배우 이종석이 「풀꽃」을 읊었으며, 그가 나태주 시인의 팬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부터, 그리고 송혜교, 박보검 주연의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다뤄지며 서서히 인기를 얻었다. 편집자는 “지방출판사에서는 베스트셀러를 내기가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남자친구’ 제작진에게 돈을 얼마나 줬냐고 물어본다. 그러나 우리 쪽에서 돈을 준 것은 없다. ‘남자친구’ 작가님이 드라마 시나리오에 맞아서 시인의 시를 꼭 쓰고 싶다고 요청해서 저희가 흔쾌히 허락했는데 반향이 이렇게 클지 몰랐다”고 말했다. 편집자가 추가로 추천해준 시집은 나태주 시인의 시집 『끝끝내』와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교보문고에서 10월 한 달간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다음으로 인기 있었던 시집은 이해인 수녀의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이었다. 이 시집을 출판한 마음산책 출판사의 담당 편집자는 시집에 수록된 시 중 「가을에」를 추천했다. 

가을에
바람이 불면
더 깊어진 눈빛으로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겠습니다

가을에
나뭇잎이 물들면
더 곱게 물든 마음으로
당신이 그립다고
편지를 쓰겠습니다

가을에
별과 달이 뜨면
더 빛나는 기도로
하늘을 향하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사랑하기에
이 세상 모든 것을
이 세상 모든 사람을
더 넓게 사랑하는
기쁨을 배웠다고
황금빛 들판에 나가
감사의 춤을 추겠습니다 (이해인, 「가을에」)

내달 말쯤 출간되는 이해인 수녀의 신작 시집 『그 사랑 놓치지 마라』를 편집하고 있다는 편집자는 이 시를 추천한 이유를 “가을이 되면 쓸쓸한 날씨 탓인지 그리운 사람들이 많이 떠오른다”며 “이 시를 읽으면 그리운 사람들을 추억하고 곁에 있는 사람들에겐 더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해인 수녀에 대해 “굉장히 소탈하시고, 종교인으로서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으시고, 아이처럼 순수하시고,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대화하려 노력하시고, 유머러스하시고, 잘 웃으신다. 수녀님과 함께하면 모두가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에 신작 시집에 사인하러 오셔서 종이 수백 장에 직접 펜글씨는 물론 색연필로 덧칠까지 해주셨다”며 “저자 사인 한정판을 받게 될 독자들이 여러 버전의 사인을 서로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학동네에서 펴낸 박준 시인의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역시 9월과 10월에 교보문고 시 부문 종합베스트셀러 순위 5위 안에 오르며 올가을 많이 읽혔다. 이 시집의 담당 편집자는 「마음 한철」을 추천했다. 

미인은 통영에 가자마자
새로 머리를 했다

귀밑을 타고 내려온 머리가
미인의 입술에 붙었다가 떨어졌다

내색은 안 했지만
나는 오랜만에 동백을 보았고
미인은 처음 동백을 보는 것 같았다

(중략)

한 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박준, 「마음 한철」)   

편집자는 “언젠가 어디선가 우리 두 사람이 가지고 있었던, 그러나 이제는 없는 어떤 마음에 대해서 쓴 시”라며 “이번 가을에 읽었을 때 특히 감상이나 생각이 풍성할 것 같다”고 이 시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박준 시인에 대해서는 “굉장히 차분하고 겸손한 사람, 마음 씀씀이가 깊어 보였다”며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가 시인이 등단한 지 4년 만에 출간된 첫 시집이라는 것, 그리고 지난해 작고한 문단계 거목 허수경 시인이 시집의 발문을 써준 것도 박준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편집자가 “봄가을에 어울리는 시집”이라며 추천한 또 다른 시집은 이은규 시인의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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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6 08:00:19
아름다운 순수시들을 재회한 기분입니다

이해인 수녀 시인님의 신작 무척 기다려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