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폼장] 지적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문장의 일』
[지대폼장] 지적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문장의 일』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11.01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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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딜러드의 동료 작가가 학생의 질문을 받는다. “제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요?” 작가는 반문한다. “글쎄요, 문장을 좋아하나요?” 학생은 이러한 반문에 놀란다. 그러나 딜러드는 질문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안다. 동료 작가가 학생에게 던진 질문은 “문장을 좋아하는 일이야말로 작가 생활의 출발점”이라는 의미였다.<9쪽>

19세기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딱 맞는 단어mot juste’를 모색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찾는 것은 홀로 빛나는 단어가 아니다. 정확하게 자리를 잡아 다른 단어들-역시 제 자리를 잡은 다른 단어들-과 결합하여, 잘 깎은 다이아몬드처럼 시공간 속에서 빛나는 단어야말로 플로베르가 모색한 ‘딱 맞는 단어’다.<11쪽>

모든 기술이 그렇듯 문장을 읽고 쓰는 기술도 서서히 발전한다. 소박하게 세 단어짜리 문장에서 시작해, 필요에 따라 문장 구조를 줄줄 말하는 단계까지 능력을 키운 뒤에, 그다음 단계의 연습을 실행하면 된다. 짧은 문장-잠결에서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간단한 문장 (‘존은 공을 쳤다’ 등의 문장)-을 연습하고 나서, 열다섯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 그다음에는 서른 단어짜리 문장, 또 백 단어짜리 문장으로 확장해가라.<40쪽>

문장을 고칠 때 어떤 일을 하는지 떠올려보자. 뭔가를 보태고, 빼고, 시제를 바꾸고, 절과 구를 재배열한다. 변화를 줄 때마다 독자에게 제공하는 ‘현실’도 바뀐다.<62쪽>

헤밍웨이가 작가들에게 제공한 유명한 조언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문장을 짧게 써라. 명료하게 써라. 영어에 어원을 둔 간단한 단어를 써라. 중복을 피해라. 형용사를 피해라(에즈라 파운드에게서 배운 교훈이다). 자신을 빼라. 헤밍웨이는 이러한 조언을 충실히 이행하여 사실적이고 하드보일드한 문체, 장식이라고는 없는 건조한 미니멀리즘 스타일, 보석을 세공하듯 정교한 문장들을 만들어냈다. 미니멀리즘과 정교함은 헤밍웨이의 문체를 설명할 때 특히 적절한 표현이다. 문장을 세심하게 깎아 투명해질 때까지 다듬는다는 뜻이다. 별로 다듬지 않은 듯 보이는 문체, 읽는 데 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어 보이는 문체를 만드는 일은 자기를 지워버리려는 열망으로 가득 차 대상의 아름다움이 스스로 빛을 낼 때까지 층층이 깎아나가는 세공사의 작업과 같다.<124쪽>

마지막 문장은 시동을 걸 필요가 없다. 오히려 시동을 꺼야 한다. 이 때문에 대개 애수를 띤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독자는 정든 것을 떠나보내는 마음으로 작가의 고별사인 마지막 문장을 인심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205쪽>

『문장의 일』
스탠리 피시 지음│오수원 옮김│월북 펴냄│272쪽│13,800원

* 지대폼장은 지적 대화를 위한 폼나는 문장이라는 뜻으로 책 내용 중 재미있거나 유익한 문장을 골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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