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문학을 포함해서 예술 없는 삶은 오류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책 속 명문장] "문학을 포함해서 예술 없는 삶은 오류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0.3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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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시인은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하니 살게 마련이라면서 시인이란 자의식이 전경화돼 있다. 세속 도시의 씩씩한 주민들은 이런 사람들을 청승 떠는 궁상맞은 화상으로 치부하고 무자각의 나태한 교만과 자기만족에 빠질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가난과 고독에 도리어 긍지를 갖는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 속의 초생달과 바구지꽃이 그러하고 머리 검은 짐승 중 프랑시스 잼과 도연명과 릴케가 그러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인이 종당에 가족도 집도 없이 거리에서 헤매다 남의 집 허름한 방에 기숙하게 되는 것은 필연적 귀결인지도 모른다. <38쪽> 

시인 W·H· 오든은 삼십 대 초에 두 편의 꽤 긴 추도시를 썼다. 하나는 예이츠의 죽음, 또 하나는 프로이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다. 예이츠는 1939년 1월 프랑스에서, 프로이트는 9월 영국에서 세상을 떴다. 1939년은 히틀러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해요, 오든이 모국인 영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해 간 해이기도 하다. 프로이트 추모 시에 적고 있는 다음 대목은 아마도 장황한 어느 고담준론 못지않게 정곡을 찌른 프로이트 이해라 할 수 있따. 그때까지의 인간 개념에 커다란 수정을 가한 지적 거인의 기여가 그의 사람됨과 함꼐 간결하게 축약돼 있다. 경험과 기억에 충실하고 매사에 정직해야 한다는 함의가 읽힌다. 쉬 기억되는 두줄에서 우리는 강력한 시의 마력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노인처럼 기억하고 어린이처럼 정직한 것
그것이 그가 한 일 전부였다.  <43쪽> 

그것은 온기가 있는 
악수의 부드러움이고
낮은 어조의 목소리이고
배를 깎아주던 손놀림이고
온돌방의 따뜻함이다

시를 쓰는 그이의 방에는
책상이 두 개 
답장을 써야 하는 편지묶음이 산적해 있어
나도 모르게 대단한 감동이었다
벽에 내걸린 커다란 곡옥(曲玉) 하나
서울도 장충동 언덕 위의 집
앞마당에는 감나무 한 그루
올해도 가지가 휘도록 열렸을까
어느 해 늦가을 
우리 집을 찾아주었을 때는 
마구 팽개쳐둔 마당의 정취가 좋다고
유리문 너머로 바라보며 고즉넉이 말하였다
(중략) 

일본말과 한국말 짬뽕으로
옛날 얘기 가지가지 얘기하고
이쪾의 무안함을 구해주려 하기나 하듯
당신하곤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따고 말해주는
솔직한 말씨
또렷한 모습  - 「그이가 사는 나라」 전문 -

가해자 나라와 피해자 나라의 시인 사이의 우정이 싹트는 기억을 적고 있다. 적어도 상호 존중이 없는 곳에 공감도 우정도 있을 수 없다. 함부로 방치해 둔 단정치 못한 마당이 꾸밈이 없어 좋다는 사람과 받은 편지에 일일이 답장을 쓴다는 말에 감동하는 사람 사이의 우정을 매개하는 것은 솔직함과 진심이다. <130~131쪽>  

『작은 것이 아름답다』
유종호 지음 | 민음사 펴냄│368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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