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잘 나가던 기자, 다 포기하고 ‘미국 귀농’ 『40세에 은퇴하다』
[리뷰] 잘 나가던 기자, 다 포기하고 ‘미국 귀농’ 『40세에 은퇴하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0.31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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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문영미 교수는 책 『디퍼런트』에서 남들과 달라질 수 있는 방법의 핵심을 ‘포기’라고 말했다. 보다 높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 신간 『40세에 은퇴하다』의 저자는 이 『디퍼런트』의 내용을 언급하며, 더 ‘높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신이 가진 많은 것을 포기했다고 말한다. 독특한 점은, 저자가 생각하는 ‘높은 목표’가 사회적인 성공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가족과의 행복한 삶이 작은 욕심이고 보다 높은 목표는 직업적인 성공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바뀌었다. 삶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행복하게 사는 것이어야 한다. (중략) 뭔가 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이지만 그 뭔가는 실체가 없었다.”

<동아일보>에서 12년 동안 기자로 일하며 어느 정도 기득권층이라고 평가받던 저자는 40세가 되던 해 돌연 아무 계획도 없이 직장을 때려치운다. 그리고 5년차 기러기 아빠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귀농한다. 

‘미국 귀농’이라는 소재 자체도 전에 없던 것이지만, 저자는 여기에 ‘미니멀리즘’ ‘욜로’ ‘소확행’ 등의 철학을 섞는다. 저자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을 차례차례 내려놓기 시작한다. 스마트폰도 없고 TV도 없는, 생일도 없고 크리스마스도 없는 삶. 머리는 집에서 깎고 비누는 만들어 쓴다. 인터넷이나 커피, 고기와 영양제, 그리고 술은 “없으면 죽을 것 같은 것도 끊었더니 죽지는 않더라”라고 저자는 말한다.

“밥벌이는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직장에서의 성공은 몸과 마음을 99% 바치지 않고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돈을 많이 벌거나 이름을 널리 알려서 성공하지 않고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아이들에게 뭐든 억지로 시키기보다는 가만히 내버려 두고 충분히 기다려주면 뭐라도 스스로 찾아서 한다는 걸 배웠고, 뭔가를 할 수 있는 자유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더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다. 없으면 죽을 것 같은 것도 막상 없으면 적응하기 마련이며 해야 하는 것 말고 하고 싶은 걸 하라고 종용하는 세상에서 꼭 하고 싶은 게 없어도 괜찮다는 걸 알아가고 있다. 지금의 금융 시스템에는 최소한의 발만 담그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으며 밤마다 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 이를 닦을 수 잇는 곳에서 사는 건 엄청난 특권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책의 절반에서 내려놓음으로써 얻는 행복이 생각했던 것보다 크다는 사실과 많은 것을 포기해도 꽤 괜찮다는 증언을 전하는 저자는 나머지 절반에서는 저자처럼 살기 위해서 필요한 사고방식과 실천할 수 있는 지혜를 전한다. “소비 줄이기” “금융 현명하게 이용하기-빚 권하는 사회의 이면” “내버려 두고 있는 그대로 즐기기-스스로 강해지는 법” “기본으로 돌아가기-주객이 전도된 세상” “샴페인 터트리기-즐겁게, 다르게, 충만하게”라는 주제로 쓴 유려한 글들이 막힘없이 읽힌다.    

『40세에 은퇴하다』
김선우 지음│21세기북스 펴냄│311쪽│1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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