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과 인성의 ‘괴리’, 가요·정치·문학·출판계를 들여다보니...
실력과 인성의 ‘괴리’, 가요·정치·문학·출판계를 들여다보니...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0.3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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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MC몽, 김기덕 감독, 신영준 의장, 고은 시인. [사진=연합뉴스/신박사 TV]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맥주 거품 같은 인기/까닥 실수하면 미끼/겸손해 후배 내 꼴 나기 전에”(MC몽 앨범 ‘CHANNEL8’ 타이틀곡 ‘인기’ )

가수 MC몽이 ‘병역기피’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한 지 8년 만에 돌아왔다. 2014년 이후 두 차례 앨범을 발매하긴 했지만, 대외 활동은 자제해 왔는데, 이번에는 정규 8집 앨범 발매 기념회까지 개최하는 등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앨범 타이틀곡 ‘인기’는 주요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라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그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음악은 좋지만, MC몽이란 사람은 소비하기 싫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병역기피라는 ‘비도덕성’에 대한 질타도 있겠지만, MC몽의 병역기피 논란으로 2011년 신체검사 기준이 대폭 강화(치아기능이상 면제 기준이 50->25점으로 엄격해 짐) 되면서 기존 기준대로라면 군 면제였을 사람이 공익근무요원이나 현역 입대하게 된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진다. 대중성 있는 음악을 만드는 실력은 인정받지만, MC몽이란 존재 자체는 거부되는 괴리 현상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이런 현상은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수차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됐던 고은 시인의 경우 그의 시 「그 꽃」 「머슴 대길이」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문학성을 인정받았지만, 지난해 “(고은 시인이)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자행했고, 술집에서 바지 지퍼를 열고 신체 특정 부위를 만져달라고 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고 시인은 해당 의혹을 제기한 최영미 시인에게 억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2월 법원은 해당 폭로를 사실로 인정해 최 시인의 손을 들어줬다. 교과서에 실린 고 시인의 시는 삭제 조치 됐다.

영화계에서는 김기덕 감독과 홍상수 감독이 실력과 도덕성의 갈림길에 섰다. 김기덕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베를린/칸/베니스)에서 모두 상을 받은 거장이지만, 여배우의 성(性)을 착취하거나 폭행하고, 배드신 촬영 등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실제로 김 감독은 영화 <뫼비우스> 출연 여배우를 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벌금형(5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또 국·내외적으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영화감독으로 꼽히는 홍상수 역시 배우 김민희와의 ‘불륜’으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으면서 거센 비판과 마주한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젊은 혁신가 이미지로 주목받으며 차기 대권 주자로까지 거론되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미투(Metoo) 사건으로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받으면서 사실상 정치 인생을 끝마쳤다. 오래 쌓은 탑이 성(性) 이슈로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과거 TV토론회에서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전한 발언이 허위사실유포로 인정돼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아 지사직을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다.

출판계에서는 출판사 로크미디어의 책을 홍보하는 업체 ‘체인지그라운드’가 인위적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로크미디어에서 펴낸 책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 『베스트 셀프』 『그로스 아이큐』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등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책 홍보를 담당하는 업체 ‘체인지그라운드’의 마케팅 능력이 크게 주목받았는데, 내막을 파고 들어가 보니 ‘신박사TV’ ‘체인지그라운드’ ‘인생공부’ ‘부모공부’ ‘밑줄을 긋다’ ‘거인의 서재’ 등의 SNS 채널에 책 홍보 콘텐츠를 반복 게재하면서 마치 독서 관련 채널이 일제히 해당 책에 ‘극찬’을 쏟아내는 듯한 상황을 조성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책 광고’ 표기를 하지 않는(현재는 일부 수정됨) 등 실정법 위반 사안과 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한 점을 지적하는 누리꾼의 댓글을 삭제하고 접근을 차단하거나, 거친 용어로 비판하는 등의 대응으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또 사회적기업을 사칭한 점도 여론 악화에 일조했다. 논란이 이는 방법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능력은 인정받았으나, 그 과정의 부도덕함에 비판이 쏠리는 모습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들을 비판하는 누리꾼이 모여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현상을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미닝아웃’(취향과 정치/사회적 신념에 따른 자기주관을 거침없이 드러냄 ) 트렌드로 규정한 바 있는데, 제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실력과 인성에 ‘괴리’가 존재한다면 실정법에 앞서 ‘국민정서법’의 거센 심판에 내몰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김난도 교수는 책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기업보다 발 빠르고 정부보다 과감한 실행력을 갖춘 개인들이 정치·사회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개인의 목소리는 작지만 함께 모였을 때 더 큰 울림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과 조직은 이러한 개인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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