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책방’ 못 살린 도서정가제... 폐지? 강화?
‘동네 책방’ 못 살린 도서정가제... 폐지? 강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0.29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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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도서정가제 전면 시행 하루 전 서점 모습. [사진=연합뉴스]
2014년 도서정가제 전면 시행 하루 전 서점 모습.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도서정가제 폐지를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17만 여명(29일 오전 기준)을 넘어섰다. 서점 규모를 막론하고 균일가 판매를 골자로 하는 도서정가제가 애초 취지인 ‘동네서점 살리기’에 부합하지 못함은 물론 소비자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청원인은 “2014년도 도서정가제는 비교적 합리적인 측면이 있었다”며 “(신간) 발매 이후 18개월간은 최대 10% 할인만 가능했지만, 이후에는 무제한 할인이 가능했고, 가격 할인과 별도로 10% 포인트 적립도 가능했다. 하지만 (2014년 도서정가제 개정 이후에는 ) 발매일과 관계없이 10% 할인만 가능해졌고, 도서관, 군부대, 교도소 및 공공기관에 복지 개념으로 할인 적용이 가능했던 조항마저 폐지됐다”고 말했다. 도서정가제가 개정될수록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었다는 말이다.

그럼 책을 판매하는 서점에는 도움이 됐을까? 아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펴낸 「2018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2017년 전국의 서점 수는 2,050개로 10년 전보다 36.9% 감소했다. 반면 100평 이상의 대형서점은 9.0% 증가했는데, 결과적으로 중소서점이 대형서점과의 경쟁에 밀려 도태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온라인서점 역시 지역 서점에 적잖은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출판 시장 전체 규모가 커지지 않은 상황에서 온라인서점 매출이 2009년 1조원에서 지난해 1조8,200억원(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자료)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데서도 온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독자 취향이 드러난다. 실제로 온라인 전문서점 예스24 매출이 최근 7년 사이 3,553억원(2011년)에서 5,064억원(2018년)으로 42.5% 증가한 사이 교보문고(온/오프라인 병행 )는 4.5%(2011년 5,441억원->2018년 5,684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결국 도서정가제의 최대 수혜자는 대형 온라인서점으로 ‘동네서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출판사는 이익을 봤을까? 69개 주요 출판사의 지난해 매출액 합계는 약 5조52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0.9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출판사 열 곳 중 네 곳은 매출이 감소했고, 다섯 곳 중 한 곳꼴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실제로 지난해 단행본 출판사 중 매출액 1위(약 339억원 ) 위즈덤하우스는 20억원 가량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매출 2위(약 262억원 ) 시공사 역시 영업이익은 9억원 가량에 불과했다. 영업이익 최다 출판사는 『82년생 김지영』을 펴낸 민음사로 금액은 38억2,600만원이었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크게 득을 보지 못하는 탓에 ‘도서정가제’ 폐지 목소리가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반대로 ‘완전도서정가제’ 도입을 주장하기도 한다. 완전도서정가제란 현행 10% 할인을 없애고 5% 적립만 허용하는 것으로, 일정 기한을 기다리면 웹툰과 웹 소설을 무료 제공하는 행위 금지, 전자책을 종이책 정가로 계산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다. ‘절대 공평’을 추구하자는 취지인데, 현실화될 경우 도서 구매율 하락으로 이어져 대량 재고를 양산하면서 도서 재고 관리, 처분 비용을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출간 후 18개월이 지나면 책에 정가를 다시 매겨 싸게 팔 수 있지만, ISBN(국제표준도서번호 )을 다시 받고, 가격 라벨을 다시 붙이는 등의 작업에 추가 비용이 많이 들어 상당수의 도서가 폐기되는 상황이다. 시장 자율에 맡겨도, 강하게 제재해도 동네서점을 부활시키기에 어려운 상황일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외국은 어떤 모습일까? ‘완전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프랑스의 경우 출판 후 24개월이 지나면 오프라인에서 할인율 제한 없이 판매를 허용한다. 일본은 출판사 간 자율협약으로 도서정가제를 운용하고 전자책은 대상에서 제외한다. 또 영미권의 경우 종이 질(하드커버, 페이퍼백, 매스 마켓 페이퍼백 )에 따라 세 종류의 책을 출간해 가격 선택의 폭을 넓게 제공한다.

여러 선진국보다 도서 시장 규모가 작고, 독서율도 떨어지는 현실. 한국인의 독서율은 74.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6.5%)에도 미치지 못하며, 공공도서관 개수도 선진국보다 크게 뒤떨어진다. 현재 서울 공공도서관당 서비스 인구는 5만6,449명으로 미국의 1.6배, 영국보다 네 배 많은 수준이다.

가격이 오르니 더더욱 책을 읽지 않고, 그 와중에 사지 않을 수 없는 학습지나 참고서만 비싼 값에 팔려나가는 현실. 2003년부터 장장 13년을 이어온 도서정가제를 창의적으로 보완할 방안이 담긴 책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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