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책 마음껏 산다” 도서비 지원 제도 운영하는 기업들
“우리 회사는 책 마음껏 산다” 도서비 지원 제도 운영하는 기업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0.28 13: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아한형제들, 여기어때, 올룰로, 어반베이스
[사진= 배달의민족, 어반베이스, 여기어때, 올룰로 홈페이지]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국민 독서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들에서는 독서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사업의 창의성을 요하는 ‘요즘 기업들’에서는 직원들에게 눈치 보지 않고 책을 마음껏 사게 하는 등 독서를 장려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모양새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기업 ‘우아한형제들’에서 일하는 A씨는 지난 24일에만 다섯권의 책을 샀다. 그는 “종종 한번에 책을 열권 넘게 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책을 구매하고 구매한 책의 영수증을 사진 찍어서 사내망에 올리면 구매비용이 통장으로 들어온다. 그에 따르면, 1,000여명의 직원들이 책을 사는 데 거리낌이 없고 대표부터 나서서 책을 사도록 장려한다고.   

2010년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오픈한 ‘우아한형제들’이 2011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자기 성장 도서비 지원 제도’ 덕분이다. 만화책이나 잡지 등을 제외하고 자기계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책의 구매비용을 ‘우아한형제들’ 측에서 지원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 제도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오로지 오프라인 서점에서만 책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온라인 서점처럼 책을 사는 행위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서점에 직접 가서 서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체험하고, (서점의) 방대한 책 중에서 나와 맞는 책을 찾아가는 과정을 대표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오프라인에서만 책을 살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소문난 독서광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역시 책 『책 잘 읽는 방법』에서 이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지원을 받아 산 책을 중고서점에 팔거나,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등 제도를 악용하는 이도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A씨는 “물론 그런 직원들도 있겠지만, 소수라고 생각한다”며 “악용하는 이들을 위해 좋은 제도를 막는다면 오히려 다수가 피해를 보기 때문에 제도를 유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에게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는다”는 ‘우아한형제들’의 사규를 언급했다. 

종합숙박앱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기업 ‘위드이노베이션’(대표 최문석)에 다니는 B씨도 한 달에 대략 여섯권에서 일곱권의 책을 구매한다고 했다. 책을 사는 데 그다지 눈치를 보지 않으며, 총 400여명의 다른 직원들도 한 달에 한권에서 세권 정도 구매한다고. ‘위드이노베이션’에서 2017년부터 운영 중인 ‘무제한 도서지원제도’ 덕분이다. 

해당 제도는 ‘우아한형제들’의 것과 마찬가지로, 직원이 오프라인 서점에서 자유롭게 책을 사고 그 영수증을 제출하면 사측에서 구매비용을 보상해준다. B씨는 “오프라인 서점에서만 구매하는 것이 좋은 이유는 일단 충동구매를 막을 수 있고, A라는 책을 보러 갔다가 B라는 책과 C라는 책을 보게 되니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위드이노베이션’이 발표한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원 중 89%가 도서지원제도를 이용한 적 있으며, 82%가 제도 도입 후 독서량이 늘었다고 답했다. 한편, ‘위드이노베이션’에서는 직원들에게 분기별로 동아리를 운영하게 하는데, 이번 분기에 운영되고 있는 동아리 스물다섯개 중 독서동아리도 포함돼 있다. 

활성화되고 있는 공유경제시장에서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킥고잉’을 운영하는 기업 ‘올룰로’(대표 최영우) 역시 직원들에게 도서를 무제한으로 지원한다. 작년에는 업무와 관련된 책만 지원 대상이었으나, 올해부터 그 조건을 없앴다. 그러나 올룰로의 도서비 지원 제도는 개인이 직접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책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팀별로 원하는 책을 조사해 제출하면 매주 월요일마다 사측에서 일괄적으로 책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올룰로 직원 C씨에 따르면, 40여명의 임직원들이 평균적으로 각자 한 달에 두권 정도 책을 지원받는다고. C씨는 “소설책이 필요하면 소설책을 살 수 있다”며 “회사 특성상 직원들이 다른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자신의 분야가 아닌 책을 사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예를 들어 개발자는 심리학책을, 디자이너는 마케팅책을 사서 서로 소통을 원활하게 하려 노력한다.   

2D도면을 3D로 변환시켜서 공간 인테리어에 도움을 주는 ‘3D 공간데이터 플랫폼’ 기업 ‘어반베이스’(대표 하진우)는 무제한은 아니지만, 업무와 관련된 서적이라면 도서비 전액을 지원한다. 책을 사고 싶은 직원이 사내망에 읽고 싶은 책을 올리면 된다. 어반베이스 직원 D씨는 “어반베이스는 직원들끼리 자체 스터디를 하는 문화가 활성화돼있는데, 스터디와 관련한 서적 구매를 위해 제도를 이용하는 편”이라며 “총 30여명의 직원이 한달에 4~50권 정도 책을 구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개인의 성장에 관심을 가진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