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튜버의 순수한 책 추천?... ‘돈’이 만든 베스트셀러 의혹
북튜버의 순수한 책 추천?... ‘돈’이 만든 베스트셀러 의혹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0.28 09:4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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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신박사TV, 김미경TV 유튜브 방송. [사진=신박사TV, 김미경TV]
사진 왼쪽부터 신박사TV, 김미경TV 유튜브 방송. [사진=신박사TV, 김미경TV]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옛날 어느 농장에 일재간이 부족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제대로 하는 일이 없어 이런저런 작업을 하다 결국 불량작물을 골라내는 일을 하게 됐는데, 그 사람이 그러더랍니다. “지금까지 한 일 중 이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요. 요즘 ‘결정장애’라는 말이 유행처럼 떠도는 걸 보면 틀린 말 같지 않습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선택’. 책을 사는 것도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좋은 책을 고르는데 고려할 사항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믿음직한 사람에게 추천받은 책에서는 왠지 더 깊은 정(情)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는 선택하지 않았을, 혼자만의 선택이었다면 내려놓았을, 책을 계속 읽게 하는 힘(정)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이런 일을 북튜버(북+유튜버)라 불리는 인플루언서가 맡고 있는데, 그 위력이 대단합니다. 북튜버가 소개했다 하면 책 판매량이 수십~수백 배 증가하고,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김미경TV’(28일 기준 구독자 82만 여명 )를 꼽을 수 있습니다. 교보문고 기준으로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책 열여섯권 중 열세권이 ‘김미경TV’에서 소개된 책일 정도입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다산초당), 『아주 작은 습관의 힘』(비즈니스북스 ), 『말센스』(스몰빅라이프 ), 『팩트풀니스』(김영사 ), 『걷는 사람, 하정우』(문학동네 ) 등 숱한 책이 김미경 대표 소개로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이 외에도 유튜브 ‘신박사TV’(28일 기준 구독자 7만 여명 ), ‘뼈 있는 아무 말 대잔치’(15만5,000 여명 ), ‘체인지그라운드’(55만6,000 여명 ) 등을 운영하는 신영준 ‘체인지그라운드’ 의장도 유명한 북튜버입니다. 신 의장은 자신이 (단행본 )의사결정권자로 있는 출판사 로크미디어의 책을 홍보하며 여러 책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은 바 있습니다. 10월 셋째주 기준 종합 베스트셀러(교보문고 ) 13위에 오른 『베스트 셀프』(안드로메디안 ), 51위 『더 히스토리 오브 더 퓨처』(커넥팅 ), 63위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브론스테인 ) 등이 그것입니다. 출간 월 당시 해당 책들의 인기는 지금보다 더해 대다수 책이 베스트셀러 10위 내에 속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런 결과 때문인지 신 의장이 운영하는 체인지그라운드에는 책 홍보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고 합니다.

책 읽지 않는 시기에 많은 사람에게 책을 소개하고 읽게 하는 행위는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 추천도서에 정말 사심이 반영되지 않았을까요? 다시 말해 좋은 책 선정과 추천에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가 영향을 끼치지 않았느냐는 말입니다. 김미경TV의 김 대표는 책을 소개하는 ‘북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자 “좋은 책을 리뷰하려는 마음에 ‘북드라마’를 시작했는데, 이렇게 근사해져서 기쁘다”며 “출판사에서는 소정의 영상제작비만 지원 받아 소개한다”고 말해 많은 사람의 응원을 받았습니다. 돈과 상관없이 정말 좋은 일을 하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출판계에 따르면 그 “소정의 비용”은 책 한권당 기본이 500만원이었습니다. 대형 출판사에는 1,000만원을 받았다는 소문도 들려옵니다.

실제로 출판 홍보 담당자인 A씨는 “김미경TV는 단가표도 없어 부르는 게 값이라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며 “콘텐츠 협업에 있어서도 (의뢰자 ) 입장이 잘 반영되지 않고, 중도에 엎어지는 일도 있다고 들었다”고 지적합니다. 이에 대해 김미경TV 측은 “오해”라고 말합니다. 김미경TV 측 관계자는 “(책 홍보 비용은 ) 출판사 규모에 관계없이 500만원이다. 1,000만원이라는 기사가 나간 적이 있으나 이는 명백한 오보다. 또 북드라마는 출판사에서 내용을 전달받지 않고 크리에이터가 느낀 점을 전달하는 방식이라 콘텐츠 내용에 대한 권한이 전적으로 크리에이터에게 있다. 출판사가 이를 동의했을 때만 계약이 진행된다”며 “콘텐츠의 잘못된 정보나, 오기는 수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협업을 중도에 중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 일방적인 변경·취소는 없었다. 다만 계약 진행 중 (김미경TV와 )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양해를 구하고 계약을 중단한 적은 있다”며 “김미경TV는 작은 도서관이나 미혼모 가정에 책을 보내고 있으며, 좋은 책을 내는 작은 출판사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해명했습니다.

다만 어느 소형 출판사 대표 B씨는 “(김미경TV가 최근에는 영세한 출판사 책도 소개해 준다지만 ) 사실상 돈 많은 대형 출판사의 책 홍보를 위한 통로로 느껴진다”며 “좋은 책이라는 기준이 참 모호한데, (김미경TV의 )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도서선정위원회라도 구성해 그 결과를 공개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정말 돈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책을 소개했을까’하는 의심이 자리합니다. 물론 좋은 책의 기준이 주관적인지라 사람마다 평가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일명 ‘클루지 사건’입니다. 지난 8월 3일 신 의장이 유튜브 방송 ‘신박사TV’에 나와 책 『클루지』를 ‘좋지 않은 책’으로 규정하고 독자에게 “절대 읽지 말라”고 권유한 반면 북튜버 ‘라이프해커자청’(28일 기준 구독자 10만 여명 )은 해당 책을 “오타쿠 흙수저의 인생을 연봉 10억으로 바꿔준 심리학책”으로 소개한 것입니다. 엇갈린 평가에 온라인상에서는 큰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체인지그라운드’ 책 홍보 콘텐츠에 『클루지』가 나온 겁니다. 읽지 말라고 해놓고 좋은 책이라고 홍보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거죠. 알고 보니 돈을 받고 진행한 유료 광고였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체인지그라운드는 “(자사) 유튜브 채널은 별도로 운영된다. 담당 PD가 주도적으로 선정해 판단한다”며 “내부 회의 결과, PD 판단에 따라 ‘클루지’에서도 좋은 영감과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해명했습니다. 체인지그라운드 측은 해당 출판사로부터 300~400만원에 달하는 광고료는 받지 않고 홍보를 진행하는 것으로 무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드러나면서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책 홍보 영상에는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는 문구를 명시해야 하지만 체인지그라운드 영상에는 광고 표기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간 체인지그라운드는 자신을 사회적기업이라고 홍보했기 때문에 체인지그라운드의 책 홍보를 유료 광고로 여긴 사람은 많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기업 로고에도 사회적기업을 뜻하는 ‘SE’(Social Enterprise)가 적혀있었기에 순수하게 좋은 책을 선정해 소개하는 줄로만 알았던 겁니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습니다. 체인지그라운드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으로부터 정식으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적이 없었고, 책 홍보도 유료 광고 표기 없이 돈을 받고 진행했던 겁니다. 결국 지난 7일 체인지그라운드가 관계 기관으로부터 (사회적기업이라 밝힌 콘텐츠 ) 시정조치와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책을 홍보하고 대가를 받는 걸 ‘나쁜 일’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 과도한 자본 논리가 작용하고, 또 그 모습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상황에 ‘반감’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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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9-10-29 08:41:48
김미경티비. 책도 안읽고 돈받고 광고수준이네요.

2019-10-28 21:34:37
신박사~ 책팔이꾼

독서가 2019-10-28 18:39:48
좋은 기사 입니다. 현실을 반영해주는 기사 입니다. 작고 좋은책이 널리알려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