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0년 기획 ①] 일제 강점기에는 어떤 영화들이 있었을까?
[한국영화 100년 기획 ①] 일제 강점기에는 어떤 영화들이 있었을까?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10.2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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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1895년 12월 28일, 파리의 그랑 카페에서 최초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바로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입니다. 카메라를 향해 돌진하는 기차 때문에 영화를 보고 있던 관객들이 혼비백산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당시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볼거리이자 신기한 마법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최초의 한국영화는 무엇일까요? 바로 1919년 10월 27일, 한국 최초의 상설 영화관인 단성사에서 개봉된 김도산의 <의리적 구토>입니다. <의리적 구토>는 키노드라마(kino-drama), 그러니까 연극 중간에 활동사진이 삽입된 연쇄극 형태의 영화입니다. 올해는 한국 최초의 영화로 기록된 <의리적 구토>가 개봉한 지 정확히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의리적 구토>가 개봉된 1919년을 전후로, 영화는 개화기 조선인들의 문화생활로 서서히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1900년대 초부터 서구영화가 조선에 대거 소개됐고, 단성사·조선극장·우미관 등의 극장이 성행하게 됩니다. <의리적 구토> 이후 조선총독부에서 제작한 본격 극영화인 윤백남의 <월하의 맹서>(1923), 최초로 조선인 자본이 투입된 김영환의 <장화홍련전>(1925)이 차례로 개봉하면서 조선 무성영화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영화 <아리랑>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1926년 10월 1일, 단성사에서 개봉한 나운규의 <아리랑>은 일제 강점기에 대중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품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3·1운동 때 체포돼 극심한 고문으로 정신 이상자가 된 ‘영진’에게는 ‘영희’라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마을 잔치가 열리던 날, 악덕 지주 밑에서 친일 행위를 일삼는 ‘기호’가 영희를 겁탈하려 하자 영진은 낫을 들어 기호를 죽입니다. 살인범이 된 영진은 일본 순사에게 붙잡히고, 이때 영화의 제목이자 주제가인 ‘아리랑’이 흐릅니다.

<아리랑>은 엄혹한 시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항일 정신이 강하게 깃든 민족영화로 당시 조선인들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주인공 영진은 나라를 잃고 실의에 빠진 한민족의 은유이자 상징이었습니다. 나운규는 영진의 기구한 운명을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인 아리랑과 접목해 영화의 주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또한 <아리랑>은 당시 한국 농촌의 실상을 생생히 묘사해 한국 최초의 리얼리즘 영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영화는 형식적으로도 뛰어난 면모를 보이는데, 컷백(cutback, 연속된 장면 가운데 갑자기 다른 장면이 나왔다가 다시 원래의 장면으로 돌아가는 기법), 살해 장면에서의 감각적인 편집 등은 한국영화의 미학적 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영화 <청춘의 십자로>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이 외에도 나운규의 <벙어리 삼룡>(1929)과 <임자 없는 나룻배>(1932), 안종화의 <청춘의 십자로>(1934), 최초의 발성영화인 이명우의 <춘향전>(1935), 양주남의 <미몽>(1936), 최인규의 <집 없는 천사>(1941), 이병일의 <반도의 봄>(1941) 등이 일제 강점기를 대표하는 한국영화입니다.

특히 안종화의 <청춘의 십자로>는 한국영화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현재 필름이 남아있는 한국영화 중에 가장 오래된 작품입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발굴해 2008년 대중에 처음 공개했습니다. <청춘의 십자로>에는 1930년대 서울의 풍경이 오롯이 담겨있어 역사적 사료로도 뛰어난 가치를 지닙니다.

망국의 땅에서도 예술혼을 불태웠던 당시 영화인들의 노력은 한국영화 발전의 초석이 됐습니다. 한국영화 100년을 맞아 가장 먼저 이 시기의 작품들을 기억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참고문헌
이영일(2004). 『한국 영화전사』(개정증보판). 도서출판 소도.
김미현(2006). 『한국영화사 개화기에서 개화기까지』. 커뮤니케이션북스.
한국영상자료원(2013). 『한국영화 100선』. 한국영상자료원.
김미현(2014). 『한국 영화 역사』.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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