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샘터’의 폐간 같은 휴간... ‘잡지 몰락’ 시대의 위기
잡지 ‘샘터’의 폐간 같은 휴간... ‘잡지 몰락’ 시대의 위기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0.24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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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창간 50주년을 한해 앞둔 교양 잡지 월간 <샘터>가 폐간, 아니 무기한 휴간했다. 언제든 재발행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휴간’이지만 업계는 사실상 폐간으로 보고 있다. 이미 숱한 잡지가 그런 과정을 거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잡지 몰락’이란 말이 과언이 아닌 시대다.

1990년대부터 적자였던 <샘터>. 단행본 수입으로 근근이 버텨왔지만, 최근 연간 3억원의 적자가 계속되면서 끝내 휴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1970년 ‘이촌향도’가 한창이던 시기, “헤어져 사는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목을 축이며 자신의 삶을 나눌 수 있는 샘터가 되겠다”는 포부로 고(故)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 창간해, 한때 50만 부를 찍어내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2만 부 정도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 등 유명필자가 글을 쓰고, 소설가 한강이 한때 기자로 활동했던 <샘터>는 이렇게 기약 없는 안식을 맞게 됐다.

활자를 잘 읽지 않는, 종이책은 더더욱 보지 않는 시기를 맞아 이미 수많은 잡지가 휴/폐간됐다. 1998년 창간해 지난 20여 년간 발행됐던 월간 잡지 <인물과 사상>도 지난 9월호를 끝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갔다. 내용이 자극적이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잡지 <여성중앙> <인스타일> <쎄씨> <헤렌> 등도 지난해 잇따라 폐간했기 때문이다. ABC협회에 따르면 등록된 잡지사(2018년 기준)는 187곳, 그중 유료부수가 가장 많은 곳(2017년 7월~2018년 6월)은 <여행스케치>(4만1,718명)로, 발행 부수 1만 부가 넘는 곳은 <여성조선>(3만8,299명), <topclass>(3만3,299명)를 포함한 열한 곳에 불과했다. 잡지 수익만으로 생존하기 어려운 매체가 수두룩했다.

이런 위기감은 ‘핫’한 잡지로 뭇 남성에게 인기를 끄는 <맥심>도 마찬가지. 군 복무한 남자 중 <맥심> 안 본 남자가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지만, 시대 변화에 도태되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해당 잡지의 유승민 CEO는 <맥심> 10월호에 실린 「1등 잡지에서 물러납니다」라는 글에서 “잡지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포털이 가진 잡다함과 실시간 고객맞춤형 편집력, 즉 양과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잡지의 패착은 자신이 포털을 닮고자 한 데 있다. (고로) 맥심은 남성지 판의 1등 종합지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선택과 집중을 하려 한다. 독자들이 요청하는 한 가지 주제 아래 모든 필진과 편집부가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파헤친 결과물을 한권에 담기로 했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 실제로 현재 인기를 얻는 잡지는 대체로 특정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전문지인 경우가 많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펴내는 <기획회의>도 그중 하나. 오는 11월 20일 출간될 500호를 마지막으로 출판계 소식을 전하는 ‘나침반’ 같은 잡지에 종지부를 찍으려 했으나, 만류하는 여론에 결국 폐간 결정을 번복했다. 한기호 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기획회의’를 폐간하려고 했는데 ‘저항’이 너무 거셌다”며 “500호에는 책의 본질을 묻는 좌담을 실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책 한 분야를 파겠다는 이야기다.

이 외에 인기 있는 잡지들의 면면도 마찬가지다. 독립 잡지 <볼드 저널>은 ‘가족과 함께 멋진 주말을 보내는 법’ ‘21세 아빠가 성 감수성을 배워야 하는 이유’ 등 아빠들의 소소한 고민을 담아 3040 남성 독자를 사로잡았다. 2017년 창간해 올해 여섯 권을 출간한 <우먼카인드>도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는 여성에게 큰 인기다. 물론 아직까지 각각 2,000부, 3,000부를 찍어내는데 그치는 수준이지만, 찍는 족족 완판 행렬이 이어짐은 물론, 과월호도 적잖은 인기를 누리는 데서 성장 가능성이 엿보인다.

결국, 인쇄 매체의 위기 속에서도 그 가치는 불변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될 곳은 된다. 포털에만 들어가면 온갖 정보가 난무하는 시대지만, “홍수 속에 먹을 물이 없다”는 말처럼 독자는 아직도 목이 마른다. 결국, 독자가 마실 물을 대는 잡지가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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