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튜버, 책 소개하고 월수입 수백만원?… ‘저작권’ 침해하면 낭패
북튜버, 책 소개하고 월수입 수백만원?… ‘저작권’ 침해하면 낭패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0.23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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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튜브 채널 '겨울서점' [사진= 유튜브]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에는 책을 소개하거나 책과 관련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명 ‘북튜버’(book과 youtuber의 합성어)들이 있다. 최근에는 일부 인기 있는 북튜버들의 월수입이 수백만원에 달한다고 알려져, 직업으로서 북튜버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늘고 있다. 

독서문화를 진흥한다는 점에서 ‘북튜브’ 채널의 활성화와 북튜버의 유입은 마땅히 장려할만 하다. 그러나 기본적인 저작권 관련 지식 없이 북튜브 활동을 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일부 출판사들에 따르면, 북튜버들 중 상당수가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 저작권법 136조에 따르면 저작재산권을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저작물 작성의 방법 등으로 침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

북튜버들이 가장 쉽게 제작할 수 ‘책 읽어드립니다 ASMR’ 같은 책을 직접 읽어주는 콘텐츠가 저작권 침해에 가장 취약하다. 아무리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감각 쾌락반응) 같은 콘텐츠가 유행이더라도 저작권자(주로 책을 쓴 작가이며, 만약 작가가 출판사 등 제3자에게 저작권을 넘기는 계약을 했다면 출판사 등 제3자가 저작권자가 될 수 있다.)의 허락을 받지 않고 책 속 문장을 읽어주는 영상을 제작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짧은 문장을 읽더라도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저작권 침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짧은 문장의 저작물성을 인정한 지방법원 판례가 있다. 

책 한권을 짧게 요약해서 설명하는 행위 역시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2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책 한권을 요약하는 콘텐츠가 많은데, 책의 전체 내용을 스포일러 형식으로 요약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저작권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법정 다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 북튜버가 얼마든지 읽거나 요약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책도 존재한다. 2019년 기준으로 1962년 1월 1일 이전에 사망한 작가의 저작물이다. 예컨대 2016년에 사망한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이나 1972년 사망한 일본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문장을 읽거나 책 전체 내용을 요약하는 콘텐츠는 저작권 침해일 수 있다. 반면, 1961년 7월 2일 사망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의 문장으로 ASMR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책 내용을 요약해 리뷰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한편, 유튜브에 ‘북튜브’를 검색하면 나오는 콘텐츠들의 면면을 보면 상당수가 앞서 언급한 저작권 침해 여지가 다분하다. 저작권을 침해한 콘텐츠들의 제작자가 저작권 침해로 고소를 당하지 않는 이유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저작권 침해가 원칙적으로 친고죄(범죄의 피해자 기타 법률이 정한 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즉, 저작권자가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인지했더라도 처벌을 원하지 않았기에 문제 삼지 않은 것이다. 

일부 저작권자는 북튜버의 책 홍보효과가 크기 때문에 북튜버의 허락받지 않은 저작권 사용을 묵인하는 경우가 있다. ‘김미경TV’나 ‘겨울서점’ ‘체인지그라운드’ 등 일부 북튜브 채널이 소개한 책이 종종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기도 하며, 오늘날 일부 북튜브 채널들은 출판사들의 주요 홍보 창구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작권자가 문제 삼지 않더라도, 저작권법 140조에 따르면, ‘영리적 목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는 비친고죄에 해당해서 고소 없이도 죄가 되니 주의해야 한다.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콘텐츠를 계속해서 제작하다가는 언젠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요는, 북튜버는 책 속 문장을 읽거나, 책 전체 내용을 요약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기에 앞서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허락받지 않고는 읽어서도 안 되고 요약해서도 안 된다. 물론, 1962년 이전에 사망한 작가의 책은 예외다. 

북튜버가 되려 한다면,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대신, 책에 대한 주관적인 느낌이나 책에 얽힌 경험을 말해보는 게 어떨까. 책 속 문장을 읽는 ASMR 콘텐츠 대신, 책장을 넘기는 소리를 들려주거나 북튜버 ‘겨울서점’이 지난 19일 업로드한 영상처럼 책장에 책을 꼽는 모습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법도 있다. 저작권자에게 책의 내용을 소개하겠다는 허락을 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책과 관련한 시청자의 감성과 욕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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