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 사회에서 전쟁은 그야말로 다반사였다. 중국 역사상 전무후무의 난세였던 춘추·전국시대는 더더욱 그러하였으니, 약육강식의 겸병 전쟁이 끊일 날이 없었다. 당시 주(周) 왕조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수많은 제후국들이 병기한 가운데 각국 사이에 정치 외교적 모순과 갈등이 격화되면서 무력 충돌이 빈발했다. 사서의 기록에 따르면, 크고 작은 제후 열국이 전후해 무려 일백수십여 국이나 출연해 부침을 거듭했다. 빈발하는 전쟁은 걸출한 전쟁 영웅들을 무수히 길러내는 한편, 병법의 이론적 체계화에 대한 욕구를 분출시켰다. 그러한 가운데 전쟁 영웅들의 풍부한 경험은 곧 병법 이론가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용병 전쟁의 실례와 이론적 사유의 소재를 제공했다. 『손자병법』은 바로 그 같은 배경하에서 탄생한 현존 최고(最高)의 고대 병법서다. <5쪽>
싸우지 않고 이겨야 한다. 「모공편」에서 말했다.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은 결코 훌륭하고도 훌륭한 전략이 아니며, 싸우지 않고 적의 군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진정 훌륭하고도 훌륭한 전략이다.” 무력 전쟁이란 아무리 강력한 전력으로 적을 격파하고 승리한다고 한들, 적군은 말할 것도 없고, 아군 또한 적지 않은 손실과 희생을 감수해야만 한다. 하여 손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그야말로 ‘온전한 승리’(全勝)를 거두도록 해야 함을 역설했다. 이는 물론 단순한 군사 전략적 차원을 넘어 정치 외교적 전략이 결합된 보다 차원 높은 총체적 접근과 노력이 어우러져야 할 것이다. 아무튼 손자는 피아간의 무력 충돌은 가능한 한 피하는 최대의 신중함을 요구하고 있다.
넷째, 필승추구다. 승리는 용병 전략의 궁극적 목적이다. 손자가 비록 “싸우지 않고 적의 군대를 굴복시키는 것”을 군사 전략상 최고의 조예이자 경지이며, 궁극적 지향이어야 함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사실 그게 어찌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필시 그 때문이겠지만, 손자가 『손자병법』 전권(한권의 책 전부)을 통해 시종 절대다수의 지면을 할애해 논술한 것은 바로 어떻게 싸워, 어떻게 반드시 승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13~14쪽>
전쟁에서의 패배는 객관적인 여건과 환경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인위(人爲)로 인해 초래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다. 특히 총지휘관을 비롯한 각급 지휘관 장수의 미숙과 과오는 쉬이 전군에, 나아가 국가 사회에 크고 작은 재앙을 가져도 준다. 바꿔 말하면 손자가 「작전편」에서 강조한 대로, 용병 전쟁의 원칙에 밝은 훌륭한 장수는 그야말로 능히 민중의 생명과 운명을 책임지고, 국가의 안위와 존망을 좌우하는 존재다. <291쪽>
『손자병법』
손무 지음│박삼수 옮김│문예출판사 펴냄│400쪽│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