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하고 돈 버는 ‘북튜버’, 이들이 ‘자극’하는 욕망과 감성
책 소개하고 돈 버는 ‘북튜버’, 이들이 ‘자극’하는 욕망과 감성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0.22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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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이 책장은 아빠가 옛날에 가구 DIY를 취미로 하신 적이 있는데, 그때 아빠가 만드신 거예요. 저희 집에 있는 책장은 하나 빼고는 거의 다 아빠가 만드신 거예요. 보시면 나름 색깔 별로 (책을) 모아놓은 건데….” 구독자 수 2만3,000여명을 보유한 북튜버 ‘Diana's Bookshelf’(다이애나의 책꽂이)는 자신의 책을 꽂아놓은 책장을 소개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책장이 아니라 ‘예쁜’ 책장이다. 나무로 제작된 그의 책장에는 책이 색깔별로 분류돼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칸은 무지개색으로, 두 번째 칸은 흰색, 회색, 검정색 등 무채색 계열의 책으로 꾸며졌다. 또한, 책장에는 책만 꽂혀 있는 게 아니라 곳곳에 귀여운 ‘플레이모빌’들이 서 있다. 책을 좋아해서 수집하는 사람 중에는 자신만의 책장을 갖고 싶고, 그 책장을 꾸미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Diana's Bookshelf’의 콘텐츠는 이러한 욕망을 자극한다. 

동영상 공유 서비스 ‘유튜브’에는 책을 소재로 한 영상을 주로 올리는 일명 ‘북튜버’들이 있다. 책이 그다지 인기 있는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채널의 구독자수나 조회수가 다른 소재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있어 북튜버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책을 리뷰하기보다는 ‘Diana's Bookshelf’처럼 책과 관련한 시청자의 감성이나 욕망을 자극한다는 데 있다.

북튜브 채널 '겨울서점'의 김겨울이 책장을 정리하는 영상. [사진=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구독자 수 11만5,000여명)을 운영하는 북튜버 김겨울은 지난 18일 “[책장정리 40분 버전] 저는 책을 정리할 테니 여러분은 할 일을 하세요 ASMR”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에서 김겨울은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책장을 정리한다. 책을 꼽고, 빼는 모습만이 보이고, 책을 정리할 때 나는 ‘부스럭, 부스럭, 탁, 탁’ 소리만이 들리는 영상이다. 책이 가지런히 정돈되는 장면과 책을 정리할 때 나는 소리가 왠지 모르게 마음을 편하게 한다.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22일 기준 1만여회. 예쁘게 정리된 책장만이 아니라 책장을 정돈하는 행위 역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채널 ‘시한책방’(구독자 수 4만1,000여명)은 책과 그 책이 다루는 공간을 연결한다. 채널을 운영하는 성신여대 겸임교수 이시한은 예를 들어 벚꽃이 핀 연세대 교정에서 안톤 체호프의 희곡 『벚꽃 동산』을 소개한다. 이 희곡은 한 몰락한 귀족이 자신이 아끼던 벚꽃동산을 한때 그 귀족의 농노였던 집안의 후손에게 넘기게 된다는 이야기다. “벚꽃동산은 귀족 집안의 화양연화 시절”이라며 “문제는 그 시절에 사로잡혀서 ‘그때가 좋았지’ 하고 그 시절만 생각하고 있으면 다가올 새로운 변화에 대응을 못하고 결국 몰락하게 된다”고 말하는 이시한의 뒤로 벚꽃이 만개해있다. 이시한은 이 외에도 직접 제주도에 가서 제주4.3사건을 다룬 소설 『순이삼촌』을 소개하거나, 제주 ‘이중섭미술관’과 ‘이중섭거리’에 찾아가 책 『이중섭의 편지』를 설명한다.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실제 인천 괭이부리마을 판자촌을 걸어 다니며 리뷰하기도 한다.

북튜브 채널 ‘시한책방’의 이시한이 벚꽃 핀 연세대 교정에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감성을 자극하는 콘텐츠가 있는가 하면 욕망을 건드리는 콘텐츠도 있다. 예컨대 채널 ‘비비안북스’를 운영하는 ‘비비안’은 감성보다는 욕망을 자극한다. 북튜버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많은 책을 사며, 하루에 책을 두권씩 읽는다는 그는 주기적으로 ‘책하울’(‘책’과 인터넷 방송에서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 해당 물건들을 품평하는 내용을 담은 콘텐츠를 의미하는 ‘하울’의 합성어)이라는 콘텐츠를 업로드 해 자신이 산 새 책들과 그 책을 산 이유를 소개한다. 이러한 ‘책하울’은 북튜버라면 한 번씩은 제작하는 콘텐츠로, 유튜브에 ‘책하울’을 검색하면 조회수가 많게는 수 만회에 이르는 콘텐츠도 있다. 대량으로 새 책을 사서 만져보고 싶은 욕망을 대리만족하게 하며, 어떤 책을 살지에 대한 고민을 해소한다는 평이다. 콘텐츠 기획자 박주훈은 책 『출판 마케팅 전략 가이드』에서 “여타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책도 구매한 뒤 제품을 손에 쥘 때의 만족감이 가장 크다. 구매 경험 콘텐츠란 바로 이런 구매와 관련된 경험을 공유하는 콘텐츠”라며 신제품을 먼저 구매하거나 살펴본 사람이 해당 제품의 외형, 질감, 느낌 등을 주관적으로 보여주는 콘텐츠를 출판 마케팅과 연결했는데, 이에 부합하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북튜버들은 책과 어울리는 향수를 소개하거나 조용한 곳에서 책장 넘기는 소리를 들려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책과 관련한 감성과 욕망을 환기하며 책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을 유혹한다. 북튜버들의 이러한 콘텐츠가 구독자수나 조회수를 늘리기 위한 노력일지도 모르겠지만, 책과 독서의 다양한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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