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팔아라” 출판사들의 창의적인 마케팅… 워터프루프·동네서점에디션·서가명강
“책을 팔아라” 출판사들의 창의적인 마케팅… 워터프루프·동네서점에디션·서가명강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0.2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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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워터프루프북’으로 출간된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 창비 ‘동네서점에디션’으로 출간된 박상영 작가의 연작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북이십일이 출간한 ‘서가명강’ 첫 번째 시리즈 유성호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의 책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책만큼 팔기 까다로운 상품이 또 있을까. 맛있는 음식이나 시원한 안마기, 따끈한 찜질방, 산뜻한 경락마사지 등 대부분의 상품과 서비스는 비용을 투자하면 소비자에게 그 효과가 즉각적으로 다가오지만 책은 그렇지 않다. 더군다나 전 국민 독서율이 바닥을 기고 있는 이 시기 누군가에게 한권의 책을 팔기란 더욱 힘든 일이다. 

출판사는 한숨을 내쉰다. 좋은 책을 내더라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고, 오히려 홍보를 열심히 한 다소 질 낮은 책이 팔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출판인 유재건이 2016년 출간한 책 『출판이란 무엇이고 무엇이 아닌가』에서 뉴퍼블리싱 시대에 출판사는 책을 만들어 파는 제조업이 아닌 콘텐츠 서비스업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날 출판 마케터들은 좋은 책을 알리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노력의 효과는 대개 미미하지만, 그중에는 꽤나 성공적인 케이스도 종종 있다.

지난해 국내 출판사 중에서 영업이익 1위(약 48억원)를 차지한 민음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물에 젖지 않는 방수책 ‘워터프루프북’을 출간해 재미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책은 ‘스톤 페이퍼’라고도 불리는 ‘미네랄 페이퍼’로 제작돼 물에 젖어도 쉽게 마른다. 일반 책보다 촉감이 더 좋다는 독자들도 더러 있다. 특히 여름휴가를 떠나는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 휴가철 해변이나 강가, 계곡에서 책을 읽으려는 독자들의 로망을 자극한 셈이다.  

지난해 ‘워터프루프북’으로 출간된 책으로는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 장강명 작가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 정세랑 작가의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 최진영 작가의 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가 있었다. 전부 1만5,000원으로 ‘워터프루프북’이 아닌 책보다 2,000원 더 비싸다. 지난해는 한국문학이었다면 올해는 세계문학이었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셀리의 소설집 『보이지 않는 소녀』와 영국 작가 조지 엘리엇의 소설 『벗겨진 베일』,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작가 이디스 워튼의 소설 『밤의 승리』가 올해 7월 ‘워터프루프북’으로 출간됐다. 각각 1만3,000원이며, 전부 한여름 체감온도를 낮춰줄 서늘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민음사 마케팅 관계자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여름에 ‘워터프루프북’이 출간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한 출판사에서 시작한 흥미로운 실험.” 지난 4일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인기글 1위로 다음과 같은 제목의 게시글이 게재됐고, 조회수 30만여회, 댓글수 644개를 기록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출판사 ‘마음산책’ 정은숙 대표가 지난 9월 30일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이 담겨 있었다. ‘마음산책’이 출간하는 손보미 작가의 소설 『맨해튼의 반딧불이』를 양장본(하드커버)과 ‘경쾌한 에디션’(페이퍼백)으로 나눠서 출간한다는 내용이었다. 각각 가격은 1만3,500원과 6,800원. 정 대표는 글에서 “자 어떻게 팔릴까요? 1. 하드커버와 경쾌한 에디션, 둘 다 고르게 팔린다. 2. 기왕 사는 거, 정본 느낌의 하드커버로 사는 독자가 많다. 3. 가격도 싸고 편집 날렵한 흑백의 경쾌한 에디션이 훨씬 더 팔린다”라고 질문했다. 페이스북과 카페 게시글에는 이에 답하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책 홍보는 제대로 된 것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지난 17일 ‘마음산책’에 문의한 결과, 지난달 25일 출간된 이 책은 두 종류 모두 비슷하게 팔리고 있다. 

출판사 ‘창비’ 관계자는 올해 독특한 마케팅 덕을 본 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동네서점 에디션”이라고 답했다. ‘동네서점 에디션’이란 대형·온라인서점이 아닌 중소형서점에서만 살 수 있는 특별한정판이다. ‘창비’는 올해 황정은 작가의 연작 소설 『디디의 우산』과 권여선 작가의 소설 『레몬』, 박상영 작가의 연작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을 ‘동네서점 에디션’으로 내놨다. ‘창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중에서 특히 성소수자의 사랑을 다룬 『대도시의 사랑법』이 흥행했다. 한편, ‘동네서점 에디션’은 2017년 ‘민음사’에서 최초로 시도한 마케팅이다. ‘민음사’는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실격』과 김승옥 작가의 소설 『무진기행』, 김수영 작가의 시집 『달나라의 장난』, 피천득 작가의 수필 선집 『인연』을 ‘동네서점 에디션’으로 출간한 바 있다. ‘동네서점 에디션’은 한정판 책을 구매할 수 있다는 매력에 더해 대형서점과의 경쟁에서 불리해 점차 사라져가는 중소형서점들을 돕는다는 취지도 있어 독자들의 구매욕을 끌어올리는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마지막으로, ‘북이십일’(21세기북스) 관계자는 ‘서가명강’ 시리즈를 꼽았다. ‘서가명강’이란 ‘서울대에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의 약자로, 서울대학교 인기 강좌로 구성된 인문교양서 시리즈다. ‘북이십일’은 서울대의 인기 오프라인 강의를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오디오클립’과 ‘팟케스트’를 통해 전파하고, 강의 내용을 책으로 출간한다. 해당 시리즈는 올해 1월 유성호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의 책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를 시작으로 일곱권이 제작됐다. ‘북이십일’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쉽게 들을 수 없는 서울대 인기 강의를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전파하고 이를 책 구매로 연결해 효과적인 홍보와 안정적인 판매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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