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하얀 욕망' 품은 욕망녀가 말하는 인생의 '쓴맛·시큼한맛·매운맛·달달한맛'
[리뷰] '하얀 욕망' 품은 욕망녀가 말하는 인생의 '쓴맛·시큼한맛·매운맛·달달한맛'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0.18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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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내 삶이 방랑자 같을 때가 있는데, 그 방랑 속에서 나는 언제나 무엇이든 잘하고 싶으니 욕망녀인가 봐요." 저자의 한탄에 선배는 "그건 욕심도 욕망도 아닌 '하얀 의욕' 그리고 '삶의 열정'"이라고 답했지만, 저자는 '하얀 욕망'쯤으로 결론지었다. 의욕, 열정은 왠지 묽어 보여서… 

저자는 대학 강단과 기업 그리고 다시 강단으로 복귀하는 곡절 많은 삶을 살고 있다. "재수는 절대 안된다"는 아버지의 불호령에 의사의 꿈을 접고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에 입학하면서 교수가 된 저자는 강의와 방송을 통해 식품의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면서 큰 기쁨을 얻었다. 그런 행동이 대중의 더 나은 삶에 기여한다고 생각했고, 그 안에서 삶의 의미와 존재의 가치를 느꼈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 시점에, 아마 '하얀 욕망' 때문이었을까. '좋은 기획으로 백 년 갈 상품을 만들겠다'는 자신감으로 어느 기업의 경영자로 스카우트돼 갔지만, 결과는 상처와 아픔. 저자는 이를 "심한 외도"라고 표현했다. "사람 일에는 자기 힘으로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맛있는 음식은 양념 많이 써서 좋은 맛 나는게 아니라 세월이 만들어준 손맛과 원재료의 깊은 맛이 기본이라잖아요. 인생을 맛있게 하려면 원재료인 당신을 가꿀 줄 알아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저자. 

그는 이 책을 통해 삶에서 느낀 다양한 맛을 소개한다. 먼저 저자는 인생의 쓴맛을 거론하며 "너무 착하게 살지 말라"고 "너만 손해"라고 말한다. 송양지인(宋襄之仁). 쓸데없는 동정이나 인을 베풀다 오히려 타격을 받는다는 뜻인데, 저자는 "사실 타격은 무언가 기대하는게 있는데 돌아오지 않을 때 받는 것"이라며 "뭔가 베풀 때는 돌아올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 그래야 덜 상처받는다"고 말한다. '착하게 살면 남들이 잘해 줄거야' '잘해주면 나를 좋게 봐주겠지'하는 자신만의 기대가 무너지면 자책하게 되고 남들의 평가에 끌려 내 인생의 주인이 아닌 종이 돼 살아간다는 것이다. 

오해로 인해 타인에게 받는 따가운 눈총을 인생의 시큼한 맛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은 날 오해할 권리가 있고, 내가 그것을 굳이 해명할 이유는 없다." 저자가 좋아하는 글귀다. 오만 사람이 어울려 살면서 서로 이런 저런 오해를 사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 저자는 그 오해 앞에서 움츠러들지 말고 당당하자고 말한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니까. 물론 억울한 오해를 풀어야겠지만 너무 매달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일반적으로 진실이 중상모략에 대한 최선의 해명이다"라고 말했듯이… 

직장인에게 회사란 매운맛을 보는 곳이다. 사회생활의 매운맛에 눈물콧물 쏙 뺀 직장인들. 회사는 그들을 위로한답시고 회식자리를 마련하지만 사실 회식은 뱃살과 비만을 선물하는 또다른 매운맛이다. 편한 사람과 즐거운 분위기에서 맛있게 먹는 음식은 피가 되고 살이 되지만, 그 반대의 경우 스트레스로 인한 코티솔 호르몬이 분비돼 지방 축적을 돕기 때문이다. 최근 먹는 회식 대신 문화 회식이 늘어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달달함. 저자는 독서에서 달달함을 느낀다. 사실 책에는 온갖 맛이 다 담겨져 있는데 그런 맛을 느끼는 그 감각이 달콤하게 느낀 것은 아닐까. 한때 베스트셀러를 닥치는 대로 읽었던 저자는 "난 순진한 독자였다. 출판사와 서점이 만들어 낸 베스트셀러에 걸려든 독자였다"며 "내 스타일대로 책을 고르고 읽어 보니 베스트셀러들이 오히려 시시해졌다"고 말한다. 모두의 맛집이 아닌 나만의 맛집을 찾아보라는 조언이다. 그리고 맛집 찾는 과정을 즐기라고 말한다. 책이 재미없어도 완독을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거나, 한번에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하겠다고 독하게 읽지 말하는 말이다. 맛집의 음식이라면 억지로 먹을 필요가 없으니까. 

『인생미인』
전형주 지음 | 박운음 그림 | 새빛 펴냄│288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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