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또 출판기념회 시즌, 지킬 건 지키자
총선 앞두고 또 출판기념회 시즌, 지킬 건 지키자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0.1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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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의 책 '희망을 향한 반걸음' 출판 기념회에서 김 의장과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곳곳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잇따라 들려온다. 오는 19일에는 유병국 더불어민주당 충남도의회 의장(책 『함께 가는 길』)이 단국대 천안캠퍼스 학생회관에서, 오는 27일에는 신진영 자유한국당 천안을 당협위원장(책 『정직하면 이긴다』)이 역시 같은 장소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 오는 26일에는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군산지역위원장이 군산 어린이공연장에서 책 『당당한 나라 새로운 군산』의 출판기념회를 연다.  

바야흐로 출판기념회 시즌이다. 이는 내년 4.15 총선이 가까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들의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내년 총선에 참여 의사가 있는 정치인들이 계속해서 자신의 책을 출간해 기념회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지방선거 전후로 160여건의 출판기념회가 열렸으니 내년 4월까지도 비슷하게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전 국민 독서율이 역대 최저치이지만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유독 흥행한다. 유명 작가들의 출판기념회는 명함도 못 내민다. 예를 들어 신영대 위원장의 이번 출판기념회에는 강임준 군산시장, 김경구 시의회의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 등 고위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신진영 위원장의 출판기념회에는 이완구 전 총리, 김제식·박찬우 전 의원, 대전·충남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이 참석한다고 알려졌다. 간혹 유력한 정치인의 출판기념회 자리에에는 수천명이 몰리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상 출판기념회에 책 출간 자체를 기념하러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말이 나온다. 또한 출판기념회에 나오는 일부 책들은 그 내용이 부실하다는 평도 적잖다. 대개는 일회성 판매로, 추후 인터넷 서점에서조차 출판기념회에 나온 책을 구매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의 책을 홍보하기보다는 합법적으로 자신의 세를 과시하고 정치인으로서 자신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출판기념회를 이용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암묵적인 정치자금 모금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일부는 당선이 유력한 인사에게 줄을 대기 위해 책 수백만원어치를 구매하는가 하면,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지 않았다가 받을 수 있는 추후 불이익이 두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책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과거 한 기업에서 근무했던 A씨는 일부 기업이 정치인에게 로비하기 위해 직원들 십여명을 동원해 책을 수십권씩 나눠서 사고 정작 책은 받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해서 당선이 유력한 인사가 출판기념회에서 벌어가는 돈이 많게는 억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출판기념회, 이 겉과 속이 다른 행사가 개최될 때면 늘 이렇게 그 병폐를 지적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좋은 말이 나오지 않지만, 현실은 수년간 바뀌지 않는다. 예컨대 지난해 8월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대구 동구 갑)은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 등 공직선거 후보자가 되려는 자의 출판기념회가 음성적인 정치자금 모금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발의 했다. 그러나 올해 10월까지도 해당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 그 내용을 보면, ▲공직선거의 후보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포함)가 출판기념회를 개최하고자 할 때는 개최일 전 3일까지 관할 선관위 신고 ▲정가 또는 통상적인 가격 이상으로 판매 금지 ▲1인 1책 판매 제한 ▲출판기념회 개최 후 30일 이내 수입·지출 내역 회계보고 의무화 등이다. 그런데 이는 지난 국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발의됐으나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임기 만료로 폐기된 법안이다.     

총선까지 남은 기간은 6개월, 올해와 내년에도 역시 출판기념회는 계속해서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아직까지 출판기념회에서 일어나는 병폐를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러나 출판기념회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룰이 있으니 기억하자.  

먼저, 후보자는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 256조에 따르면, 이를 위반할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후보자는 선거일 전 180일, 그러니까 대략 6개월로부터 선거일까지는 출판기념회 초청장을 발송하면 안 된다. 공직선거법 제255조에 따르면 이를 위반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실제로 2010년 6.2 지방선거 때 수천명에게 출판기념회 초청장을 보낸 혐의가 인정돼 벌금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다.  

또한, 후보자는 선거를 앞두고 개최한 출판기념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거나 공약을 발언해도 안 된다.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선거를 앞두고 출판기념회를 열어 참석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공약을 발언하는 등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재판을 받아 벌금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마지막으로, 출판기념회에서는 금품이나 향응을 줘서도, 받아서도 안 된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일부 주민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한 이가 검찰에 고발된 사례가 있다. 또한, 선거와 관련해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사람은 받은 것의 최대 50배까지 과태료를 내야 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출판기념회에서 받거나 줘도 되는 것은 통상적인 범위에서 제공하는 차나 커피 등 음료뿐이다. 만약, 기념회가 끝나고 회식이 있어도 밥값은 각자 계산해야 한다. 출판기념회, 앞에 ‘출판’이라는 글자를 붙이는 것이 우스울 수 있는 행사이지만, 그래도 지킬 것은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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