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 좋고, 책도 좋은 ‘스크린 셀러’ 열풍
영화도 좋고, 책도 좋은 ‘스크린 셀러’ 열풍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10.17 1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스크린셀러(screen+bestseller). 영화의 흥행으로 인기를 얻게 된 원작 소설을 일컫는 말이다. 스크린셀러의 등장은 단순한 눈요깃거리로 치부됐던 영화가 ‘영상 문학’으로서의 독자적인 예술성을 인정받았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스크린셀러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는 출판과 영화 업계 모두 도움이 된다. 영화의 인기로 인해 원작이 다시금 주목을 받아 판매 부수가 급증하는, 이른바 ‘역주행’하는 도서들이 많다. 2007년에 출간돼 소설로도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김훈 작가의 『남한산성』은 영화로 제작되면서 판매 부수가 열 배 이상 늘었다.

『남한산성』을 펴낸 학고재 측은 “문봉선 화백이 참여한 ‘남한산성’ 100쇄 기념 아트 에디션을 발간하고 두 달 뒤에 영화가 개봉했다. 영화 개봉 전후 10개월의 판매 수치를 비교하면, 개봉 후 판매 부수가 열 배 이상 늘었다”며 “아무래도 영화가 개봉하면서 책이 다시 주목을 받은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2016년 출간돼 한국의 페미니즘 열풍에 불쏘시개 역할을 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 역시 영화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교보문고, YES24 등에서 다시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오는 23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인기 배우 정유미와 공유가 출연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을 펴낸 민음사 측은 “책 자체가 워낙 화제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 노회찬 의원에게 선물 받았을 때와 일부 여성 아이돌이 읽어서 이슈가 됐을 때랑 비교하면 미미하지만, 영화 개봉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설 판매가 두 배 이상 는 것은 사실”이라며 “영화 개봉이 책 판매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 역시 영화가 개봉하면서 판매 부수가 크게 늘었다. 소설을 출간한 문학동네 측은 “영화 개봉 소식이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지고,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책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며 “교보문고 기준, 개봉일 한 달 전부터 베스트셀러 순위에 다시 진입(4위) 했고, 영화 개봉 후 2주 뒤 1위를 기록, 직전 분기보다 열 배 이상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김세연 문화평론가는 “한동안 한국 사회가 문학에 주목하는 방식이 ‘문학예술학’적 측면에 있었다면 최근에는 ‘문학사회학’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전에는 문학의 예술적 가치가 중요했던 반면 이제는 문학이 재현하는 대상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며 “일반 시민들과 밀접한 소재와 내용은 대중매체를 통해 재현되기 쉽다. 앞으로는 영화나 드라마로 호환이 가능한 소설들이 더 많이 생산되지 않을까 싶다”며 스크린셀러 열풍을 진단했다.

김 평론가의 말처럼 최근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 소설들은 대중의 실제 삶과 관련한, 사회 현상의 특징적인 지점들을 묘파한 작품들이 많다. 특히 『82년생 김지영』의 경우 현재 한국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소설로, 영화화 됐을 때는 소설 못지않게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비슷한 예로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가 영화로 제작되면서 장애인학교에 관한 전 국민의 관심이 급증했다. 영화 개봉 이후 아동·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른바 ‘도가니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도가니>의 경우는 영화가 책을 재조명시킨 것은 물론 사회의 부조리를 바로잡는 역할까지 수행하면서 ‘영화사회학’이 관심을 받게 된 계기가 됐다.

상상적 이미지를 근간으로 하는 문학과 달리 영화는 실재적인 이미지를 즉각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대중 파급 효과가 상당하다. 이처럼 스크린셀러 열풍은 문화·예술 분야를 뛰어넘어 사회의 여러 분야에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대중의 일상적인 삶에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와 함께 독서 인구가 날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의 흥행으로 인한 도서 판매 증가는 독서 인구 증대의 효과를 가져와 출판과 영화 업계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선순환 고리 역할을 한다.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이른바 ‘윈윈전략’(win-win game)인 셈. 스크린 셀러 열풍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