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본업은 에세이스트 부업은 LA간호사, 하정아의 힐링 에세이 『그레이스 피어리어드』
[리뷰] 본업은 에세이스트 부업은 LA간호사, 하정아의 힐링 에세이 『그레이스 피어리어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0.1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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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30년 넘게 에세이를 써왔으며, 14년 동안 간호사 일을 한 작가 하정아는 이 힐링 에세이에서 육체가 아닌 정신을 보듬는다. 그의 글은 책 표지에 그려진 청초한 난꽃을 보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아침에는 아침에만 느끼는 정서가 있다. 차분함. 담담함. 부드러움. 오늘 하루, 그 정서를 잘 갈무리하면서 살고 싶다. 선하고 묽고 연하게 살고 싶다. 초심을 지키듯 시간시간 마음의 흐름과 변화를 바라보며 살고 싶다. 하루가 복되고 평안하리라. 익숙한 일상에서는 감동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아니다. 날마다 찾아오는 아침이 선물이고 감동이고 기적이다. 세상은 아침마다 새롭게 태어난다.” <16쪽> 

수많은 육체의 상처를 치료하고 약자를 도왔던 경험은 고스란히 글에 녹아서 읽는 이들의 정신을 치료한다. 

“아기는 발을 떼고 제대로 걸을 때까지 약 3,000번 넘어진다.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수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넘어지는데 그 횟수가 하루 평균 20번이다. (중략) 그대는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몇 번이나 넘어졌는가. 아직 3,000번이 안 됐다면, 아니 그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이 안 됐다면 눈물을 닦고 일어서야 한다. 넘어진 자의 아픔을 아는 손으로 그대 앞에 절망으로 넘어진 사람을 붙잡아 일으켜주기 위해서다.” <17~19쪽>

과거 미국 신문사와 잡지사에서 편집기자로 일한 경력자이자 수십년 에세이를 써온 작가는 다양한 지식을 힐링과 연결하는 솜씨도 수준급이다. 

“‘사람’이라는 헬라어 명칭 속에는 ‘위를 바라본다’는 뜻이 들어 있다. 인간은 땅만 바라보며 사는 짐승이 아니라 영원을 그리워하는 정신적인 존재이다. 돈을 들여 행운을 사지 않아도 인간은 이미 행운아다.” <27쪽> 

‘그레이스 피어리어드’(Grace preiod), 작가에 따르면, 이 단어의 의미는 유예기간, 은혜의 기간, 질끈 눈 감아주는 시간, 조건 없이 거저 베풀어주는 시간, 긴장과 피로로 녹초가 된 심신을 달래주는 솔바람, 답답한 가슴을 툭 틔워주는 산소통, 분초를 다투는 병원 시스템에서 숨을 쉬게 해주는 틈이다. 마치 답답한 방에서 창을 열어 마시는 선선한 가을 공기의 느낌. ‘그레이스 피어리어드’를 갖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그레이스 피어리어드』
하정아 지음│바람꽃 펴냄│316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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