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우울증 겪은 심리치료사의 내면 일기 『나는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리뷰] 우울증 겪은 심리치료사의 내면 일기 『나는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10.16 1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이 세상에 괜찮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간을 구원으로 이끄는 종교인은 물론,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에게 삶은 고달프고 힘들다. 다만 현자들은 끝없는 고통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데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그러니까 그들은 인생의 고통은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감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안다.

이 책은 늘 번아웃와 우울증을 앓는 환자들과 마주하는 심리치료사가 정작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지 못했던 데에 대한 절절한 자기 고백적 성격의 에세이다. 특히 ‘내가 왜 이런 병에 걸렸을까?’라는 작가의 생각은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우울증 치료의 전문가 역시 우울증에 걸리고도 왜 이렇게 아픈지 몰라서 방황했다는 이야기는 꽤나 의미심장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이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지도, 만질 수도 없는 마음의 건강을 어떻게 마음대로 재단할 수 있으랴. 영화에서나 보던 극악한 병을 진단받고 나서야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삶을 돌아본다.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는 심리치료사 역시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처음 살아보는 낯선 일들의 연속. 그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병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책의 독일어 원제는 『Lebensnebel(인생의 안개)』이다. 독일어로 인생은 Leben. 거꾸로 쓰면 안개를 뜻하는 Nebel. 작가의 말처럼 “안개는 심리적 위기를 상징하는 표현이지만, 사실 우리의 실존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며 “물론 우울증은 특히나 짙은 안개일 테지만, 우울증이 없다 해도 우리의 인생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자욱한 안개와 같다”라고 말한다.

당장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하면 달려 나올 친구가 몇 사람이나 될까? 대부분이 먹고사느라, 일하며 아이를 키우느라 아등바등 산다. 얼굴 한번 보기 위해 삼 주 전부터 미리 약속을 잡아야 하는 세상이 과연 정상일까?

작가 역시 가족과 친구, 심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았다. 작가는 “혼자가 아니라는, 혼자 이 힘든 길을 걸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경험”이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작가에 따르면 심리치료는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는 과정’이다. 무엇이든 대상의 정의와 본질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가족과 친구는 나를 알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존재다. 나를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인생이 미치도록 허무해질 때가 있다. 당신만 그런 게 아니라 모두가 그렇다. 삶을 놓아야 이 모든 고통이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자살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인기 연예인의 자살 역시 우리에게 깊은 고민거리를 던진다. 겉으로 밝고 당당해보여도 속은 무너지고 있었다는 사실. 인간은 타인을 구원하기도하지만 지옥으로 내몰기도 한다.

서로를 아끼고 보듬어도 부족한 인생이다. 우울증을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동력은 주지하다시피 가족과 친구의 존재다. 지금 당장 전화를 걸어 요즘은 괜찮냐고, 조금 더 용기를 내 사랑한다고 말하자. 만나면 만져주고 보듬어주자.

『나는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노라 마리 엘러마이어 지음│장혜경 옮김│갈매나무 펴냄│232쪽│14,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