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프로이트 심리학은 집단심리현상을 깔고 있다 『게으름뱅이 학자, 정신분석을 말하다』
[책 속 명문장] 프로이트 심리학은 집단심리현상을 깔고 있다 『게으름뱅이 학자, 정신분석을 말하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0.1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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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프로이트 이론은 무엇보다 사회심리학을 중요하게 여긴다. 일반적으로, 프로이트는 신경증 환자 개인의 심리 연구에서 출발해 정신분석 이론을 세웠고 그의 생애 후반에는 그 이론을 종교 현상이나 문화 현상 등의 집단 심리에 응용했다고 여겨지고 있는데 내 의견은 그것과 반대다. 그는 먼저 집단 심리 현상을 밑바탕에 깔고 거기에서 유추해 신경증 환자 개인의 심리를 이해하려 했다. 
프로이트가 개업의가 돼 실제 신경증 환자의 진료를 맡았을 때 그는 환자의 증상을 기술하고 분류해 병명을 밝히는 것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환자의 마음까지 이해해 치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개인을 대상으로 하던 당시의 심리학, 정신병리학은 그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직 심리학에는 심적 갈등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었다. 그 당시만 해도 개인은 외부의 자극을 지각해 본능적 욕구에 반응하거나 외부나 타인에 대립하는 경우는 있어도, 내적 갈등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여겨졌다. 정신병리학은 오로지 환자의 뇌나 신경 이상에 대해서만 이런저런 추측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프로이트가 신경증 환자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발판으로 삼은 것은 집단 심리 현상이었다. 억압 개념 등이 그 전형적인 예인데, 그가 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어떠한 유추를 이용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명확해진다. 
프로이트는 그의 『정신분석입문』 강의에서 무의식으로 내쫓긴 억압된 관념은 절대 소멸하지 않고 끊임없이 의식으로 다시 들어오려고 한다는 것을 청중에게 설명하며, 소란을 피워 강연장 밖으로 내쫓긴 사람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바깥에서 존재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다시 강당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과 같다고 예를 들었다. 
또, 억압된 관념이 위장되고 우회돼 표현된다는 것을 설명하며 반정부적인 의식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 검열에 걸려 발행이 금지되던 시절의 예를 들었는데, 민중의 풍자나 빈정거림, 야유, 핵심적인 표현은 일부러 빼고 오히려 지엽적인 것에 무게를 둔다거나 마치 지금의 문제가 아니라는 듯 옛날로 시대를 슬쩍 바꾼 비판이나 과장된 칭찬 등의 위장을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억압뿐만 아니라 전치(displacement),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 투영(projection) 등 그 밖의 방어기제도 집단 현상으로 파악하는 것이 훨씬 이해하기 쉽다. 무의식과 전의식과의 경계에 난쟁이 검열관이 있어서 당치 않은 관념들이 무의식의 담을 넘어오지 않도록 지켜보고 있다는 프로이트의 설명은 종종 지나치게 의인화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이것은 의인화했다기보다 개인 심리를 집단 심리에 비유해 설명한 것이다. 
초자아, 자아, 이드라는 인격의 삼분법도 한 국민을 구성하는 종교적 또는 천상적 권위(황제), 세속적 권력(정부), 민중이라는 세 부분과의 비유에 그 바탕을 둔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프로이트의 성격 이론은 그가 살았던 시대의 정치 체제인 입헌군주제를 반영하고 있다. 그는 강박신경증과 종교 현상과의 유사성을 주장했는데, 이 경우에도 먼저 강박신경증의 기제를 파악하고 그것을 종교 현상에 대한 이해로 확대 적용한 것이 아니라 그 반대였다. 나르시시즘의 개념 또한 마찬가지다. 소아기 초기 나르시시즘을 갖는 시기가 있다고 한 그의 가정 또한 소아의 임상 관찰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유대교(그리스도교)에서 인류의 시초에 있었다고 상상하는 낙원의 시대를 개인 생활사의 시초로 살짝 빗대 놓은 것이다. 그 밖의 거세 공포든 근친상간의 터부든 개인의 심리 현상들은 역사적, 사회적 기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이와 같은 프로이트의 이론들을 일부러 앞에서 서술한 것은 정신분석에서 개인 관찰에 근거해 얻은 지식을 그대로 집단에 적용하고 집단행동을 마치 개인행동이라는 듯 설명하는데, 개인에서 집단으로 확대 적용할만한 타당한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정신분석은 원래가 사회심리학이기 때문에 집단 현상을 설명하는 데 그것을 이용하는 것은 확대 적용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며 특별히 타당한 근거를 제시할 필요도 없다. <15~18쪽>

『게으름뱅이 학자, 정신분석을 말하다』
기시다 슈 지음│권정애 옮김│펄북스 펴냄│384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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