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향한 ‘못된 말’... 그들은 왜 ‘악플’을 달았나?
설리 향한 ‘못된 말’... 그들은 왜 ‘악플’을 달았나?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0.15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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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진짜 ‘악플금지법’이라도 만들어라. 악성 댓글 때문에 정신적으로 고통받다 죽는 사람이 몇 명이냐.”

인기 가수이자 배우로 왕성히 활동했던 설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온라인에서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상식’과 ‘도덕’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니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악플’을 제재하자는 것이다. 그간 여성 속옷 착용의 자유 등 다양한 안건에 소신 발언을 하면서 온갖 악플을 견뎌야 했던 설리의 죽음은 그만큼 큰 파장을 자아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악플’을 효과적으로 제재할 구조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간 악플은 ‘표현의 자유’ 정도로 치부됐지만, 누군가의 ‘날 선 의견’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비수’가 될 수 있다는 데 공감도가 높아지면서 ‘악플 제재’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사실 이런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최진실 등 유명 연예인의 죽음을 기점으로 2008년 ‘사이버 모욕죄’(피해자 신고 없이도 수사·처벌 가능 ) 제정의 움직임이 일었었다. 다만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신고 없이도 수사가 가능해 반정부 여론을 탄압하는 데 악용될 위험 제기됨 )하고 기존 모욕죄나 사이버명예훼손죄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법제화되지는 않았다.

현재 악플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공개적으로 신분을 특정해 경멸의 감정을 표현한 경우에 적용 가능한 ‘모욕죄’(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와 구체적인 (허위)사실을 퍼뜨린 경우에 해당하는 ‘사이버 명예훼손’(7년 이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이다. 모욕죄는 피해자가 신고를 해야 수사가 이뤄지는 ‘친고죄’인 반면 ‘사이버 명예훼손’은 신고 없이도 수사가 이뤄지나 피해자가 선처하면 죄를 묻지 않는 ‘반의사불벌죄’다.

결코 가볍지 않은 처벌이지만, 그럼에도 악플은 느는 추세다. 지난해 사이버 명예훼손 접수 건수는 1만4,600여건으로 2014년보다 두 배가량 늘어났다. 이런 흐름이라면 조만간 연간 1만5,000건에 달하는 일반 명예훼손 건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 독일, 프랑스 등 몇몇 나라가 모욕죄를 처벌하고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되는 추세와 역행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악플러를 고소한다. 선처는 없다’는 유명인의 소식은 때마다 뉴스에 오르고, 적잖은 사람이 법의 심판대에 오른다. 지난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거인에게 악플을 단 아홉명에게 1억7,3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무거운 처벌에도 명예훼손은 왜 줄어들지 않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비교’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무한경쟁의 각박한 사회 속에서 ‘나는 이렇게 힘든데 너는 왜’라는 왜곡된 심리가 비난 대상을 찾게 한다는 것이다. 너도 나만큼 힘들어야 한다는 억지 논리와 상대를 비하하면서 얻는 일시적인 우월감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심리학자 폴 호크는 책 『왜 나는 계속 남과 비교하는걸까』에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은 다른 사람들의 잘못을 끊임없이 찾아낸다는 점”이라며 “주의 깊게 관찰하면 자기 자신을 비하하는 사람들이 남의 흉을 곧잘 들춰낸다”고 말한다.

이어 로버트 에반스 작가는 책 『나쁜 짓들의 역사』에서 “더닝 크루거 효과는 무능한 사람들이 실제 (자신의 능력 )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경향을 말한다. (악플을 다는 사람은 )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사람, 자신이 얼마나 경탄스러운 사람인지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 하는 사람, 이 두 가지에 해당하는 불운한 사람”이라며 “(이들은 ) 위험이 적을 때는 실패해도 그렇게 큰 타격이 없고 (악플 대상이 상처받는 ) 뜻밖의 횡재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 이것이 악플러들이 실제 현실에서는 잘 싸우지 않으면서 온라인에서 온종일 죽치고 앉아 자신의 무용담을 끝없이 떠벌리는 이유”라고 전한다.

마음이 아픈 사람이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법. 비교에 따른 불안이 고조되는 우리 사회에 용납과 인정의 치료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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