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큐레이션 전문’ 리디·밀리·예스24에 ‘우울증’을 입력했더니
‘도서 큐레이션 전문’ 리디·밀리·예스24에 ‘우울증’을 입력했더니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0.1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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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방대한 책더미 속에서 개인 취향에 맞는 책을 선별해 추천하는 큐레이션(curation) 서비스가 도서 업계에 등장한 지 오래, 어느새 도서 서비스 업체의 생사를 가를 핵심 역량으로 자리매김했다. 온라인 대형 서점이 제공하는 15% 할인에 무료배송, 사은품의 유혹에도 많은 사람이 조그마한 독립 책방을 찾는 이유도 그것. 이른바 ‘책 처방’이라 불리는 맞춤형 책 추천을 받기 위해서다. 내 처지와 마음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책을 추천받을 수 있어서.

물론 독립 책방을 찾을 정도의 애독가는 상대적으로 소수. 대다수는 온라인 서점에서 혜택과 큐레이션 서비스를 함께 누리는 편을 선호한다. 이는 많은 온라인 서점이 큐레이션에 공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음에 맞으면 사가라는 식의 ‘땡처리 시대’를 지나, 당신의 취향에 맞게 엄선했으니 와서 누리라는 ‘맞춤형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 서점마다 큐레이션을 운용하며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전자책 사용자의 독서 이력과 성향 등을 분석하는 AI(인공지능 )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선전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사진='예스24 북클럽'] 

먼저 ‘예스24’는 “독자의 구매 이력, 상품 클릭 이력, 위시리스트, 카트 이력 등을 파악해 다양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AI를 기반으로 전자책 본문 내용을 분석하고 추천 내용의 유사도를 측정해 관심 있는 분야에 속한 도서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또 “고객 취향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머신러닝/AI 전담 부서를 두고 있다”며 “데이터베이스 전문가, 통계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팀이 최적의 큐레이션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예스이십사(주)가 운영하는 월정액 구독 서비스 ‘북클럽’(월 5,500원의 ‘55요금제’와 월 7,700원의 ‘77요금제’)의 경우 개인 맞춤형 도서를 추천하는데, 본 기자가 추천받은 도서 스물네권 중 개인적으로 관심 가는 도서는 열권 정도였다. 상식이나 심리에 관한 내용이 많았는데,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지는 재테크나 미술, 건강, 기술에 관한 도서가 다수 포함됐다.

[사진='예스24 북클럽'] 

독자가 직접 입력하는 관심 분야의 도서 검색수준도 궁금했다. 업체의 ‘추측’보다 독자가 직접 입력한 ‘검색어’가 더 확실한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많은 사람이 관심 가지는 ‘우울증’이란 키워드를 입력했더니 단 네권의 책만 검색됐다. 대부분 제목에 ‘우울증’이란 단어가 포함된 책이었는데, 책 제목과 저자 등 기본 메타정보에 근거한 검색 결과로 보였다. 북클럽 보유 도서에는 우울증 치료 수기로 유명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1·2』도 있었지만, ‘우울증’ 키워드로는 검색되지 않았다. 다만 ‘북클럽’ 페이지가 아닌 예스24 메인 홈페이지에서 ‘우울증’을 검색했을 때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1·2』가 표시됐는데, 이에 대해 예스24 측은 “태그 기능(#)을 이용해 제목에 해당 단어가 없어도 검색될 수 있도록 별도의 작업을 하고 있다”며 “향후 독자와 함께 쓰는 태그 등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진=리디셀렉트]

리디(주)가 운영하는 리디북스 역시 마찬가지다. 리디북스 측은 “개인에게 맞춤화된 AI 추천 등이 적용됐다”고 했는데, 본 기자가 AI 추천받은 여섯권 중 관심 가는 책은 두권이었다. ‘우울증’ 키워드 검색의 경우, 검색된 책은 열여덟권. 그 모두가 제목이나 책 한 줄 소개에 ‘우울증’이란 단어를 포함하고 있을 뿐 책 본문 내용은 고려되지 않아 보였다. 월정액 전자책 서비스 ‘리디셀렉트’(월 6,500원 )에서도 책 『친애하는 나에게』한권이 검색됐을 뿐, 보유 도서인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1·2』와 자신이 치료하던 환자에게 희생된 정신과 의사 임세원이 우울증에 관해 쓴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는 검색되지 않았다.

[사진=밀리의 서재]

월정액 전자책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밀리의 서재(월 9,900원 )도 상황은 비슷하다. 검색창에 ‘우울증’을 입력했을 때 노출되는 책은 네권. 역시 메타정보에 ‘우울증’을 포함한 책뿐이었다. 이에 관해 밀리의 서재 측은 “제목이나 작가 등 일반적인 메타정보를 바탕으로 검색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용자 관점에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검색 기능을 수정 및 보완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답했다.

‘밀리의 서재’의 큐레이션은 크게 두 가지다. 개인화 맞춤형 서비스인 ‘밀리피드’와 일반 큐레이션. 밀리피드는 독자를 여섯개 취향(트렌드, 라이프, 힐링, 지적/교양, 스토리, 킬링타임 )으로 분류해 도서를 추천한다. 이와 관련해 ㈜밀리의 서재 관계자는 “소장 여부 등을 통한 추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해당 도서의 완독률을 비롯한 다양한 독서 활동(사용자 포스트, 감성 태그 등의 )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 취향을 분석해 개인화 큐레이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큐레이션에 관해서는 “시의성, 화제성, 출간 후 이용자 반응, 온라인에서 수집한 리뷰를 참고해 큐레이션 주제를 선정하고, 관심도 데이터(도서별 대여 횟수, 일정 분량 이상 읽은 회원 수 등 )를 분석해 이용자들이 특히 관심을 보이는 도서와 분야를 추적한다”며 “현재 자체적으로 구축 중인 도서 큐레이션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검색 기능 고도화를 준비하고 있으며, 2020년 상반기에는 해당 기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추세와 관련해 데이터 전산화 업체 관계자는 “요즘 AI라고 해서 너도나도 큐레이션 서비스를 들먹이지만, 책 제목, 저자 등의 기본 메타데이터를 활용하는데 그치는 수준”이라며 “제대로 된 큐레이션이라면 책 본문을 분석해 의미 있는 데이터를 끄집어내야 하고, 그러려면 본문 내 단어를 전부 분류·정제해야 하는데 아직 이걸 제대로 할 기술이 부족하다. 결국 메타데이터를 입력하든 본문 내용을 분류·정제하든 모두 사람 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인적자원에 얼마나 투자하느냐가 큐레이션의 능력을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자 마이클 바스카는 책 『큐레이션』에서 “큐레이션은 지나치게 많은 것을 소유함으로써 나타나는 각종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선택하고 정제하며 배열해서 가치를 더하는 행위는 오늘날의 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매일같이 ) 수많은 책이 쏟아지지만, 그중에는 너무 허술하게 쓰인 책도 있고 지나치게 길거나 장황한 책도 있으며 불필요한 내용을 너무 많이 담아낸 책도 있다. (독자가 원하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 축소 및 정제 과정을 거칠 때마다 어떤 형태로든 큐레이션은 제 몫을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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