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장 문명적이면서 가장 원시적인” 이승은 첫 소설집 『오늘 밤에 어울리는』
[리뷰] “가장 문명적이면서 가장 원시적인” 이승은 첫 소설집 『오늘 밤에 어울리는』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0.14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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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2014년 문예중앙신인상으로 등단한 이승은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 출간됐다. “세련되고도 정제된 방식의 개성적인 울림”이라는 평을 받은 등단작 「소파」와 미발표작 「찰나의 얼굴」 등 총 여덟 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소설가 정명수는 추천사에서 “이승은의 소설은 지극히 문명적이다. (중략) 지극히 매력적인 오브제로 가득한 방 안에 울려 퍼지는 잔잔한 소음을 들으며 우아한 대화를 구경하고 있는 느낌이 든달까? 그런데 대화는 어쩐지 늘 이상한 쪽으로 흐른다. 어쩐지 불안하고, 불길하고, 금방이라도 참혹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이상한 대화 속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손님처럼 안절부절 하며 그들을 지켜보게 된다. 인물들의 숨결에 따라, 대화의 방향에 따라 이리저리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는 저 물병은 산산조각 날까. 무사할까?”   

소설이 그리는 소재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작가는 그 일상 중에서도 금방이라도 위태로운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한 분위기를 포착하고 확대해낸다. 그리고 독자는 “어쩔 줄 몰라하는 손님”이 돼서 그 모습을 그저 감상하게 된다. 예컨대 첫 번째 수록된 단편 「파티의 끝」은 네 남녀가 한 집에서 커플 모임을 갖는 모습을 묘사한다. 평소보다 더한 스킨십을 하는 한 커플, 그런데 한 남자는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하고, 한 여자는 그런 남자친구가 야속하다. 며칠 전에 남자가 프러포즈를 했다는 다른 커플은 서로 어긋났던 과거가 신경 쓰인다. 두 커플 사이, 그리고 각각의 연인 사이에서 식상하지 않은 묘한 긴장감이 형성된다. 소설을 읽어 내려갈수록 독자는 두 커플과 한 테이블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과 함께 불안감이 증폭돼 좌불안석이 된다.

수록된 소설들은 모두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가 경험할 수 있는, 혹은 경험해봄 직한 일상에서 그 소재를 찾기에 독자는 작가가 만든 소설의 공간을 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고, 크게는 그 공간에 들어가게 된다.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마치 눈앞에서 펼쳐지는 연극을 보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다. 그리고 「파티의 끝」과 마찬가지로, 독자가 감상하는 공간의 공기는 위태로워지고, 불안해진다. 예를 들어 「왈츠」에서 남편의 지방 전근을 앞둔 아내는 일요일 아침부터 낮술을 하고, 갑자기 옆집에 이사 온 남자가 버린 바이올린을 가져온다. 「소파」에서는 두 등장인물의 상태가 윗집 여인의 방문으로 불안해진다. 「덤벨과 위스키」에서는 주인공이 우연히 모르는 사람들과 합석하게 되며 묘한 기류가 흐른다.

“이야기는 팽팽한 긴장을 놓치지 않은 채 끝까지 달음박질친다. 이승은은 가장 문명적인 공간에서 가장 원시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탁월한 재주가 있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스스로 깨닫게 된다.” 마지막으로 정명수의 평처럼, 이 묘한 일상의 불안감은 우리의 본질 또한 알게 할지도 모른다.             

『오늘 밤에 어울리는』
이승은 지음│창비 펴냄│224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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