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식 칼럼] 지금, 나의 자존감은 어떤가?
[박흥식 칼럼] 지금, 나의 자존감은 어떤가?
  • 박흥식 논설위원
  • 승인 2019.10.1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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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식 논설위원前방송위원회 평가심의국장
박흥식 논설위원
前방송위원회 평가심의국장

[독서신문] 법정 스님의 법문을 모아 엮은 『일기일회』를 통해서 우리의 자존감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지금 마음이 흔들리고 방황하는 사람들, 혹 나는 나이만 들어버린 것 같다는 당신에게 묻습니다. 지금 나의 자존감은 어떤가? 나의 정체성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 아마 당신이 이미 사회에서 성공을 누리고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면 이 질문은 공허할 겁니다.

하지만 내 주변 사람들은 “네가 누군지 모른 채, 뭘 해야 할지도 모른 채 훌쩍 세월만 흘려보내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또 무엇을 해도 마음을 기댈 곳을 찾지 못하겠고, 계속 어딘가 텅 빈 것 같은 허전함을 느낀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더욱 방황이 계속되는 경우라면 그건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거라고 스스로 탓하기도 합니다. 당신이 지금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면, 심리적으로 채워지지 못한 것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도전과 노력에도 불안과 방황의 시대를 사는 청년들뿐만 아니라, 자기 일에 열정과 분투로 사력을 다하는 중·장년 직장인들의 불만족이나, 모든 것이 허무하고 외롭게 느껴지는 노년층들도 공동의 문제점은 바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데 있습니다.

뭘 해도 허전함이 채워지지 않은 이유는 자신의 정체성에 불안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고, 다만 나의 정체성을 확인하기까지는 충분히 헤맨들 괜찮습니다. 그래도 나의 인생은 잘 흘러갑니다.

우리 모두의 인생은 우리의 자존감에서 비롯됩니다. 나의 인생은 나의 정체성에서 시작됩니다. 내 안에 숨어 있는 보물상자에서 내가 꺼내야 할 것은 나의 자존감입니다. 내 마음속에 애타게 기다리는 아주 사소한 행복을 마주해봅시다. 내가 가진 보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를 알고,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삶의 힌트가 있다면 그동안 잊고 있던 나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되찾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잃어버렸던 나의 꿈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내 인생의 감동을 다시 만들 수 있습니다.

『일기일회』에서 법정 스님은 수행자들에게 말합니다. “죽은 화두를 가지고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말라. 순간순간 깨어 있어 바로 그 자리에서 살아 있는 화두를 가지고 정진하라. 나는 무엇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추울 때는 추운 곳으로 가고, 더울 때는 더운 곳으로 가라. 삶 자체가 돼 살아가라. 그것이 불행과 행복을 피하는 길이다.” 그는 말합니다. 저마다 자신이 사는 세상에서 홀로 우뚝 앉을 수 있다면, 그리고 자신이 몸담아 사는 장소에서 홀로 우뚝 설 수 있다면, 우리는 진정 깨어 있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때로 어부의 그물에 갖친 물고기처럼 어쩔 줄 몰라 합니다. 삶의 애증과 희로애락이 우리를 가두고, 욕망이 빈틈없는 그물 속으로 우리 영혼을 몰아갑니다. 이럴 때 우리에게 지침이 되는 것은 법정 스님의 지혜입니다.

자존감 지키기는 불안한 시대에 우리가 명심할 화두입니다. 저는 가끔 페이스북이나 단톡방에서 1980년대 풍경을 올리면 “왕년에 뭘 했네” 하는 소리가 무슨 소용이냐는 타박을 받습니다. 또 한편으로 “왜 그렇게 촌스럽냐” “그때 그랬으니 지금도 인정해 줘야 하는 거냐”는 힐난에도 “나는 굳이 항변하지 않겠어”라고 말합니다.

이미 스스로의 젊은 시절마저 낯설게 된 나와 내 친구들을 보며 어찌하면 나의 자화상을 그리고 나의 고유한 향기와 색깔을 가늠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봅니다. 어느 인문학자의 이론에 의하면 우리의 인생은 자연의 4계절과 같고, 우리의 삶도 4계절을 닮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금 이 시대 우리의 수명이 100세로 가정하면, 우리 인생의 주기는 25년씩 사 등분 되며,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눌 수 있습니다.

즉 1세~25세가 봄, 26세~50세가 여름, 51세~75세가 가을, 76세~100세가 겨울이 됩니다. 이 계절의 순환 속에 나의 현재 위치가 어떤 계절인지 살펴보면 아직도 많은 여유가 있다고 느껴 질 겁니다. 나의 인생이 아름답기 위해서, 또한 내 존재의 의미와 기쁨을 느끼기 위해서 나를 우뚝 세우기 바랍니다.

『일기일회』의 주제는 바로 인생과 나의 유일함입니다. 단 한 번뿐이고 오직 하나뿐인 나와 인생의 특별함에는 나의 자존감이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한층 더 견고한 나를 만들기 바랍니다. 맹목적인 이기심에서, 확고한 단호함으로, 어설픈 아이의 고집을 깨고 단단한 어른의 성숙함으로 나의 자존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철저한 수행자의 자세와 ‘무소유’의 실천으로 일관되게 자존감을 지켜온 법정 스님은 말합니다. “삶에서 가장 신비한 일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이렇게 살아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생애 단 한번 뿐인 인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다가 세상을 작별할 때 남는 것은 무엇인가? 결국 홀로 서 있는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철학입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삶을 소유물로 여기기 때문에 우리는 소멸을 두려워 합니다. ‘삶은 소유가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라고 가르칩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그는 우리에게 단호하게 말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그 시간을 무가치한 것, 헛된 것, 무의미한 것에 쓰는 것은 남아있는 시간에 대한 모독이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것을 위해 써야겠다고 순간 순간 마음먹게 된다.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 되는 일이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이 세상에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가을 당신은 언제나 자존감으로 깨어 있는 존재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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