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의 동그라미가 궁금합니다 『안녕, 동그라미』
[리뷰] 당신의 동그라미가 궁금합니다 『안녕, 동그라미』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10.13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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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동전파스, 카메라 렌즈, 안경, 밥그릇 등 우리 주변의 수많은 ‘동그라미’들에 관한 흥미로운 관찰의 결과물이다. 작가의 첫 동그라미는 ‘아내의 눈동자’. “지금은 아내의 눈을 하염없이 바라볼 수 있지만, 연애 초기만 해도 힐끗힐끗 보는 게 전부였다”는 말에서 작가의 섬세한 감정의 결을 느낄 수 있다.

‘어머니의 파전’에선 잠시 울컥했다. 만날 때마다 배가 나왔다고, 살 좀 빼라고 하는 어머니지만, 정작 음식을 먹을 땐 항상 더 먹으라고 말하신다. 작가는 “언젠가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며 어머니의 사랑스러운 모순에 재기 발랄하게 응수한다. “이걸 어떻게 다 먹어요”라고 말하는 작가. 그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부엌에서 계속 파전을 굽고 계시는 어머니.

어렸을 적에 작가는 초록색이 동그랗게 응집된 모기향을 ‘똑!’하고 부러뜨릴 때 모종의 쾌감(?)을 느껴 일부러 모기향을 자주 부러뜨렸다고 한다. 작가는 어른이 되고나서, 부모님의 노력으로 산 물건을 순간의 쾌감을 위해 부러뜨렸던 자신을 반성하면서 자식에 대한 부모의 헌신과 사랑을 생각한다. 초록색 동그라미에서 부모님의 사랑으로.

‘육개장 사발면’을 좋아했던 작가.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일 하시면서도 밥상에 그 흔한 인스턴트를 거의 내놓지 않으셨다는 사실에 코끝이 찡해졌다. 컵라면이라는 아주 간편한 것이 존재하는데도, 밤낮없이 힘들게 일해 무척이나 고단한 와중에 당신 손으로 매번 직접 상을 차려주셨다니. 내가 만약 어머니였다면 그 비슷한 흉내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작가가 효도를 잘 하는 아들인지는 모르겠는데,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작가의 동그라미들을 읽어내면서 주변의 동그라미들을 생각했다. 그 중에서도 하나만 꼽으라면 ‘반지’다. 엄마 말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50대 여성이면 누구나 다이아 반지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물론 사실이 아닐 것이다. 적어도 엄마 주변만 그렇다거나, 이상하게도 엄마가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다이아 반지를 끼고 있었을 테다. 철저한 불효자의 관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의 30주년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엄마를 따라 백화점에 간 일이 있다.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기자의 주머니는 허당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호기롭게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엄마는 백화점 1층을 두리번거리시더니, 가격대가 조금 낮은 주얼리 브랜드 매대에서 원하는 반지를 찾았다. 엄마는 당신의 돈으로 10만원이 안 되는 반지를 구매했다. 파프리카도 비싸다며 몇 번이나 살지 말지를 고민하는 엄마가 반지를 과감히 샀다. 결혼 30주년을 맞아 꼭 자신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고 싶었나보다.

직원 말로는 물에 닿으면 변색될 우려가 있단다. 가격대가 낮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 집에 오자마자 엄마는 반지를 화장대에 고이 모셔놓고 저녁을 준비하러 부엌에 갔다. 엄마의 초라한 화장대에 덩그러니 놓인 그 반지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엄마 알기를 너무 소홀히 했다는 생각에 목이 뜨거워졌다. 나중에 취직을 하면 물에 닿아도 되는, 변색될 우려가 없는 반지를 꼭 하나 사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안녕, 동그라미』
일이 지음│봄름 펴냄│288쪽│1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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