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나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진실을 이야기하는 자연과학자다. 과학은 그 분야가 한정되어 있지 않다. 어떤 분야라도 과학적 사고로 접근하여 풀어가는 것이 바로 진실에 가까이 가는 방법이다. 음식의 역사와 문화도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고추 전래의 진실만 밝혀도 수많은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고, 우리 음식 문화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53쪽>
음식의 역사, 음식의 문화는 평범한 사람들의 소중한 삶의 경험과 일상에서부터 출발한다. 어릴 적부터 맛보았던 음식과 그 맛, 그리고 가족과 함께 먹을 때 행복했던 기억은 얼마나 소중할까? 일상의 삶 속에서 문화가 나오는 것이지, 양반들과 지식인들의 현란한 언어유희에서 음식 문화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59쪽>
비빔밥은 농경문화가 낳은 서민 음식이자 한국 음식의 멋을 찾을 수 있는 음식이다. 농번기에 일을 하다가 짧은 시간 안에 맛있으면서도 먹기 편하게 커다란 바가지에 밥과 나물과 고추장을 넣고 숟가락으로 썩썩 비벼서 떠먹는, 감칠맛도 멋도 있는 음식이다. 이런 자연스러운 한식 문화에 어려운 문장과 한자가 끼어들어올 이유가 있을까.<115쪽>
한국인들은 주식인 쌀과 보리 등 곡물을 통해 주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공급받고, 콩과 생선으로 단백질을 보충했으며, 참기름, 들기름 등 식물성 기름으로 지방을 섭취했다. 오늘날 영양과다로 대사성 질환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데, 현대인에게 추천 가능한 건강식품들을 생각해 볼 때 한식은 영양학자가 보기에도 손색이 없는 건강식이다. 또한 음식을 만들 때 마늘, 파, 고추, 생강 등 양념을 사용하여 주 식재료와 어우러져 조화를 맞춘 것도 한식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한국 음식은 한 접시의 음식이 아니라 여럿이 한 밥상에 둘러앉아 밥과 국을 제외하고는 모든 반찬을 같이 먹는 밥상 구조이다. 이렇게 같이 먹는 식사를 하면서 밥상머리 예절과 교육도 동시에 이루어졌다.<199쪽>
우리 조상들은 나물을 즐겨 먹었다. 이 사실은 옛 문헌에도 잘 나와 있는데, 봄과 여름에는 산과 들에서 다양한 풀을 캐거나 직접 텃밭에서 재배하여 채소를 먹었으며 말려 저장하였다가 추운 겨울에 묵나물로 요리해 먹기도 하였다. (중략) 우리나라에서 채소를 언제부터 먹었는지 정확한 기록이 있는 것은 아니나, 역사에서 나타난 첫 기록은 일연(一然, 1206~1289)의 『삼국유사(三國遺事)』(편찬연대 미상, 국보 제306호)에 나타난 쑥과 마늘로, 이미 5,000여 년 전에 식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259쪽>
『한식 인문학』
권대영 지음│헬스레터 펴냄│392쪽│3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