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정상회담’ 프랑스 대표 오헬리엉 루베르 “한국은 프랑스를 오해하고 있다”
[인터뷰] ‘비정상회담’ 프랑스 대표 오헬리엉 루베르 “한국은 프랑스를 오해하고 있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0.10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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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시즈온]
[사진=크레이저커피]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매섭고 날카로웠다. 뭐가? 프랑스에 대한 비판이. JTBC ‘비정상회담’에 프랑스 대표로 출연해 잘 알려진 오헬리엉 루베르는 최근 펴낸 책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에서 프랑스의 부끄러운 속살을 들춰냈다. 그는 “프랑스에 대한 (한국인의) 선입견을 깨고 오해를 풀고 싶었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프랑스인은 문화적 자부심이 높아 ‘외국인이 영어로 길을 물으면 답하지 않는다’고 알려졌는데 자국에 대한 비판, 그것도 한국인 독자를 위한 비판서라니... 이에 대해 오헬리엉은 “프랑스인은 칭찬을 잘 하지 않는다”며 “미국 사람들이 ‘칭찬-비판-칭찬’ 순서로 말을 샌드위치처럼 끼워 말한다면, 프랑스 사람들은 ‘비판-칭찬-비판’ 순서로 말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결국 비판에 인색하지 않다는 말.

‘그런 비판은 내국인끼리의 대화에 적용되는 것 아니냐’며 ‘외국인에게 프랑스를 소개할 때는 해당 없는 말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는 “외국 가서 그 나라 인상이 좋으면 자연스레 프랑스를 비판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그럼 그만큼 한국이 좋다는 거냐’는 물음에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긍정하더니 “한국에 대해 비판할 점도 있다”고 했다.

10여 년간 한국에 살면서 오헬리엉이 숱하게 접했던 프랑스에 대한 한국인의 오해. 그 오해에 관해 물어봤다.

Q. JTBC ‘비정상회담’ 출연 이후 근황이 궁금하다. 어떻게 지냈나?

A. 외국어대학교나 여타 대학교 강의를 정리하고 지난해 3월부터 방송통신대학교 강의(불어불문학)에 집중했다. 사실 집필 의뢰받은 지는 3년 정도 됐는데, ‘비정상회담’ 출연할 때는 너무 바빠 글을 쓸 시간이 없었고, 지난해에는 새롭게 강의를 시작해 정신없게 보냈다. 이후 차츰 여유가 생겨 책을 쓰며 지냈다.

Q. 한국에 온 지 10여 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면서 한국어로 책까지 냈다. 한국에 아예 정착할 생각도 있나?

사실 잘 모르겠다. 단점이기도 한데 계획을 잘 안 세운다. 그래서 멀리 못 본다. 앞으로 어디에 있을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또 한국 거주 문제는 100% 내가 선택할 문제만은 아니다. 직업이 없으면 한국에 거주할 수 없으니, 비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떠나야 한다. 그건 내가 컨트롤(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관광비자로 있을 수 있겠지만, 한계가 있다. 앞일을 예측할 수 없지만, 지금 잘 지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한국에 머물고 싶다. 한국에서 지낸 세월이 벌써 10년인데, 안 맞았으면 벌써 떠났을 거다.

Q. 책을 쓰게 된 동기가 있다면? 

A. 한국에 10년간 살면서 프랑스에 대한 한국인의 편견을 많이 느꼈다. 또 오랜 시간 프랑스를 떠나왔던 만큼 나 자신도 프랑스를 다시 바라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모습이 프랑스의 진짜 모습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쓰게 됐다.

Q. 프랑스에서 외국인이 영어로 길 물으면 대답 안 해준다는 얘기가 있다. 사실인가?

A. 영어를 무시해서 대답하지 않는다는 건 오해다. 영어를 무시한다기보다 영어를 못해서 그렇다. 프랑스 영어 교육은 한국과 비슷하다. 읽기, 쓰기에 집중하고 상대적으로 말하기에 소홀하다. 영어로 말을 하고 싶어도 말을 할 수가 없는 거다. 내 경험을 얘기하자면, 2~3년 전 크리스마스에 (한국인) 여자친구와 프랑스에 다녀왔다. 여자친구가 불어를 못 해 우리 아버지가 영어로 말을 거셨는데, 프랑스 억양이 정말 심하게 배어 나와 가족과 친구들이 엄청나게 놀린 적이 있다. 프랑스에서 영어를 하면 뭔가 잘난 척하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섣불리 영어를 했다가 놀림거리가 될 수 있어 영어에 대한 프랑스인의 자신감은 높지 않다. 프랑스에서 미국 드라마가 인기이긴 하지만, 다 프랑스어로 더빙돼 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자막으로 볼 수 있고, 또 젊은 층의 영어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영어 실력이 많이 나아졌다. 프랑스 억양이 심하게 배어있긴 하지만...

Q. 과거 “영어는 발음 잘못한 프랑스어”라고 말한 정치인도 있었던 것 같은데.

A. 100년 전 어느 유명 정치인이 그렇게 말했다. 그 이유가 뭐냐면. 1066년 윌리엄 1세가 영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영국에 가서 왕이 됐다. 윌리엄 1세가 프랑스어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그 수하의 영국 사람들은 프랑스어를 배워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어려운 영어 단어를 보면 프랑스어와 비슷한 경우가 많다. 어떤 연설을 보면 영어를 몰라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정도다. 100년 전 정치인은 이 부분을 말한 거다. 대표적인 단어가 ‘머튼’(mutton/양고기)이다. 먹는 양고기는 머튼, 살아 있는 양을 쉽(sheep)이라고 하는데, 양을 키우는 건 하층민 사람이니 그대로 쉽이라고 하고, 먹는 건 고위층이니 프랑스어로 양을 뜻하는 무통(mouton)이라 했고, 이를 다시 영국식 발음으로 해서 머튼이 된 거다.

Q. 프랑스는 성 평등 의식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책을 보니 우리나라와 비슷한 면모도 많더라.

A. 세대, 계층 간 차이가 있다. 어른 세대나 부르주아 계층의 여자는 일하지 않고 집안일만 하는 편인데, 이런 집의 남자는 조금 가부장적인 면모가 있다. 반면 젊은 세대는 가사 분담을 50대 50으로 나누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자의 부담이 좀 더 많은 편인데, 이와 관련해 최근 프랑스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집안일을 분담해도 주도하는 쪽이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의 부담이 더 많다는 내용의 만화책(『다른 시선』)이 출간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물론 ‘우리 집은 다르다. 남성들이 더 일을 많이 한다’는 반론도 있었다. 실제로 우리 큰형의 경우 아내가 수의사인데 일이 너무 바빠 형이 집안일을 더 많이 한다. 둘째 형도 형수가 몸이 좋지 않아 형이 집안일을 더 많이 한다. 다만 일반적으로 볼 때 아직도 여성의 부담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Q. 프랑스인은 친구를 사귀는 데 나이 차이가 중요하지 않다고 들었다. 한국문화와는 다른 부분인데, 조심할 점도 있을 것 같다. 프랑스인 친구를 사귈 때 뭘 주의해야 하나?

A. 사실 사람 사는 것 다 똑같다. 별다른 내용은 없다. 다만 한국은 친구를 만나면 보통 2~3시간 정도 만나는 것 같은데, 프랑스에서는 좀 더 오랜 시간 함께 한다. 특별한 이유가 없이 일찍 헤어지려고 하면 ‘내가 재미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 술 마시면서 친해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얼마 전 여자친구(한국인)의 프랑스 친구를 통해 다른 여러 친구를 사귈 수 있었는데, 주로 술자리에서 만남을 가졌다. 물론 잘 마시면 좋겠지만 술을 잘 마시지 못해도 된다. 나는 맥주와 와인, 달콤한 럼, 데킬라를 주로 먹는다. 그게 내 한계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일반적으로 프랑스 친구 집에 초대됐을 때는 선물을 준비하는 게 좋다. 대단한 것이 아닌 맥주나 와인, 함께 즐길 디저트 거리 정도를 사가는 게 예의다.

Q. 프랑스인은 반려동물로 개보다 고양이를 선호한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개보다 고양이를 좋아한다기보다 고양이를 많이 키운다. 20년 전과 비교하자면 비율이 많이 바뀐 건데, 그전에는 개를 키우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고양이가 많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많아져서 그런 것 같다.

Q. 앞서 프랑스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한국의 보신탕 문화를 강하게 규탄했다. 프랑스의 동물권 수준은 상당할 것 같은데.

A. 그렇지도 않다. 최근까지 다른 사람 앞에서 학대하지 않으면 되는 정도였다. 집에서 이뤄지는 학대는 처벌하지 않았다. 이젠 법이 바뀌어 학대 자체가 불법이지만, 그것도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한국 사람들은 길에서 개를 보면 ‘와~ 예쁘다’ 하는데, 프랑스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 그냥 ‘개다’ ‘고양이다’ 이렇게 인지하는 수준이다. 또 프랑스인은 개를 시중드는 느낌을 싫어해 길에서 개가 볼일을 봐도 개의 배설물을 잘 안 치우는 경향이 있다.

[사진=시즈온]
[사진=크레이저커피]

Q. <독서신문> 인터뷰니 만큼, 책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세계적으로 볼 때 프랑스는 독서인구가 많은 축에 속한다. 프랑스의 독서 문화가 궁금하다.

A. 책이 처음 출간될 때는 하드커버로 비싸게 나온다. 하지만 몇 년 지나면 아주 싸게 다시 출간된다. 그래서 돈 없어도 부담 없이 사볼 수 있다. 하드커버도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 또 책 선물을 많이 한다. 크리스마스나 기념일에 많이 하는데, 한국에서는 취향이 안 맞을까 봐, 혹은 여러 가지 이유로 조심스러워서 책 선물을 잘 안 하는 것 같은데, 프랑스에서는 책 선물을 정말 쉽게 한다. 또 받는 사람도 좋아한다.

어릴 적 우리 집은 오후 9시가 되면 각자 자기 방에 들어가야 했다. TV는 거실과 안방에만 있어 볼 수 없었다. 그럼 할 수 있는 건 독서뿐이었다. 다만 최근에는 스마트폰도 있고 인터넷도 있고 해서 그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Q. 프랑스에서도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나?

A. 큰 책방이나 작은 책방이나 책값은 균일하다. 다만 큰 책방은 무료배송이나 사은품 등을 주는 문제는 한국과 똑같다.

Q. 요즘 프랑스에서 자기계발서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나? 실력 향상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강해졌다고 해석해도 되나?

A. 종교나 이념에 관한 관심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 같다. 사실 프랑스에서는 공산주의가 욕(?)이 아니었다. 종교가 됐든, 이념이 됐든 가치관이 부족해진 느낌이다. 대략 30여 년 전부터 많은 사람이 인생의 목표를 찾지 못하는 듯하다. 그에 따른 허전한 느낌을 채우기 위해 ‘내가 뭘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기계발서를 보는 것 같다.

사회적 압박도 영향이 있다고 본다. 인스타그램에서 다른 사람이 잘사는 모습을 보면 나도 잘살고 싶은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이건 한국도 심한 것으로 안다.

Q. 프랑스 동화책은 ‘무섭다’는 평이 많다. 실제로 동화 『빨간 망토』 프랑스 버전에서는 빨간 망토가 늑대에게 잡아먹히며 끝난다. 일찍부터 사회의 냉혹함을 가르치자, 뭐 그런 건가?

A. 맞다. 어릴 적부터 인생의 험함을 알 필요가 있다. 굳이 거짓말할 필요가 없다.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무서워도 재미있게 전달하면 어린이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혼자가 아니지 않나. 주변에 어른이 있으니까 결론이 맘에 들지 않으면 같이 바꾸면 된다. 그게 창의력 발달에도 좋다. 물론 아이에게 ‘네가 혼자 알아서 해’라며 내버려 두지 말고 항상 대화를 나누는 자세가 필요하다.

Q. 프랑스를 바라봤던 비판적 시각으로 한국을 바라본다면.

A. 비판이라고 하기는 좀 조심스러운데, 아파트를 말하고 싶다. 한국은 돈 많은 사람이 아파트에 살고 집값도 비싸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아파트는 저소득계층이 사는 곳이다. 개인 공간이 많지 않고, 아파트를 예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또 봉준호 감독 영화를 보면 한국의 작은 골목이 자주 나오는데, 외국인 눈에는 그게 예뻐 보인다. 근데 한국 여성들에게 ‘여기 살 수 있어’라고 물어보면 싫다고 한다. 너무 위험하다고 한다.

한국인은 모든 일을 빨리빨리 하는데 가끔 대충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부동산을 살 때도 진짜 빨리 결정하는 것 같다. 살 집도 정말 조금 보고 결정한다. 프랑스 사람은 진짜 많이 보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한다. 비판이라기보다 외국인 눈에 비친 다른 모습이다.

Q. 책에서 느리고 불친절한 프랑스 공무원의 행정 서비스를 ‘지옥’이라고 했다. 늦은 만큼 제대로 처리되긴 하나?

A. (한참을 망설이다) 느리고 가끔 결과도 별로다. 이건 인정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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