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진출 막는 서점업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업계 ‘절반의 환영’
대기업 진출 막는 서점업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업계 ‘절반의 환영’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0.0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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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형서점 [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박영선, 이하 중기부)가 민간 전문가와 각 업계 대표들로 구성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위원 15명)를 개최하고 지난 2일 ‘서적, 신문 및 잡지류 소매업’(이하 서점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했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국내 대기업 서점(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서점)의 오프라인 진출을 규제하겠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중소서점계는 환영하는 분위기인 반면, 대기업 서점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양쪽 모두 해당 규제에 더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분위기입니다.  

일단, 이번 지정의 효과로 대기업 서점은 향후 5년(2019년 10월 18일~2024년 10월 17일)간  신규서점을 일 년에 단 한 개씩만 출점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대기업 서점이 중소서점을 인수하는 것과 사업장 수나 면적을 확장하는 것도 금지됩니다. 대기업 서점의 초·중·고 학습지 판매 제한도 출점일로부터 기존 18개월에서 36개월로 늘어납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벌칙과 함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는데요. 벌칙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며 이행강제금은 위반한 매출액의 5% 이하로 부과됩니다. 

그러나 예외사항도 있습니다. 카페 등 타 업종과의 융·복합 서점이면서 동시에 서적 등의 매출비중이 50% 미만이고, 서적 등의 판매면적이 1,000㎡ 미만일 경우, 그리고 학습참고서를 판매하지 않을 경우 서점업으로 보지 않고 대기업 서점도 출점을 허용키로 했습니다. 또한, 기존 서점을 폐점하고 인근지역(동일 시·구 또는 반경 2km 이내)으로 이전 출점하는 경우 신규 출점으로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중기부는 이번 지정으로 대기업 서점으로부터 중소서점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대기업 서점의 급격한 사업 확장으로 인근 소상공인 서점의 매출이 감소했고 폐업이 증가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기부는 지난 7월과 8월 2014년 1월부터 2019년 6월까지의 서점업계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를 그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서점 인근 4km 이내의 중소서점들은 대기업 서점 출점 18개월 후 평균 17.85개에서 14.07개로 줄었습니다. 중소서점의 매출 또한 출점 전 평균 3,100만원이었던 것이 18개월 후 2,700만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오비이락일 수 있지만, 전국의 전체 서점 수 역시 매년 감소 추세인 반면 대기업 서점 매장은 증가했습니다. 2년 주기로 조사해 발표하는 ‘2018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2003년 2,247개였던 전국의 서점 수는 매해 감소해 2017년에는 1,536개가 됐습니다. 반면, 대기업 서점 매장은 꾸준히 증가해 2015년 63개에서 지난해 105개가 됐습니다.        

한편, 이번 지정에서 ‘대기업 서점’이라 함은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서울문고(반디앤루니스), 대교문고,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인데요. 대교문고는 최근 모든 오프라인 서점을 정리하고 있고, 예스24와 인터파크, 알라딘은 중고서점 외에 따로 오프라인 서점을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전국에 매장 수가 가장 많고 오프라인 중심으로 확장해 온 영풍문고(43개)와 교보문고(42개), 그리고 서울문고(12개) 정도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지난 3일 개천절 휴일에 언론 보도를 통해 지정 소식을 처음 접한 일부 대기업 서점들은 “이번 지정을 인정하고 중소서점과 상생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내심 불만도 있었습니다. 특히 이들은 학습지 판매 제한 기간이 기존 18개월에서 36개월로 늘어난 것에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대기업 서점도 최근 몇 년간 오프라인 매장 실적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서점’은 왜 규제하지 않느냐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중소서점들을 위협하는 것은 대기업 오프라인 서점만이 아닙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요즘 온라인을 통해 책을 구매하고 월정액 도서 서비스도 중소서점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서점업계는 절반의 환영을 표했습니다. 지난 1월 서점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 요청한 박대춘 한국서점연합회 전 회장은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기업 하나 진출하면 반경 4km 이내는 쑥대밭이 돼버린다”며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는다고 해도 중소서점은 어렵지만, 이제 그나마 숨통은 트이겠다”고 말했습니다. 중소서점계는 이번 지정을 ‘산소호흡기’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새 책을 중고책으로 만들어 편법으로 할인해 판매하는 일부 대형 중고서점의 행태와, 아직 중소서점에게 불리한 도서정가제, 출판사가 대기업 서점에 비해 중소서점에 책을 비싸게 공급하는 행태 등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들은 최대 15%를 할인하는 지금의 도서정가제를 10% 이내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중소서점 관계자들은 이번 지정에서 융·복합 서점을 예외로 하는 조항을 문제 삼았습니다. 대기업 서점들이 허점을 이용해 융·복합 서점으로 중소서점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불만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융·복합 서점의 조건을 굉장히 까다롭게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중기부 관계자는 이번 지정에서 나온 모든 불만들에 대해 “이번 지정으로 모든 불만들을 해결할 수는 없다”며 “문체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에서 해결할 부분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전체 서점의 90%에 해당하는 중소서점들의 생존을 돕는다는 점에서 이번 지정은 고무적이라고 평했습니다. 물론 서점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아직 불만은 남아있습니다. 모든 정부부처들이 힘을 합쳐 이상적인 상생 방책을 찾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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