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완연한 가을의 마침표는 ‘독서’… 국립중앙도서관 10월 사서추천도서
10월, 완연한 가을의 마침표는 ‘독서’… 국립중앙도서관 10월 사서추천도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0.02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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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가수 이용의 노래 ‘잊혀진 계절’이 거리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달, 10월. 이달에는 마치 가을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지 않으려 용을 쓰기라도 하는지, 그 계절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마지막 남은 정취를 토해낸다.

농촌에서는 도리깨를 든 품앗이꾼의 타작이 한창이다. 찬 이슬이 서리로 변하기 직전임을 알리는 절기 ‘한로’(寒露, 오는 8일)가 오기 전에 남은 추수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한로가 지나면 속담처럼 4월에 왔던 제비는 따뜻한 곳을 찾아 강남으로 이동할 것이다. 이 무렵 누렇게 살쪄 ‘추어’라고 불리는 미꾸라지는 통통하게 살이 올라 식탁에 오를 준비를 한다. 

늦가을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절기 ‘상강’(霜降, 오는 24일)이 되면 산의 나무들은 숨겨왔던 멋을 한껏 뽐낼 것이다. 타오르는 불이 꺼지기 직전에 가장 밝은 것처럼, 가을의 막바지에서 단풍은 절정이다. 계절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무렵 활짝 핀 국화를 따다 말려 국화차를 만들어 마심으로써 가을의 마침표를 찍는다. 그 향은 멀리까지 퍼진다. 

10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힌 풍경이 있는가. 단 한 가지 허전한 게 있다면, 지금 우리 손에 이 완연한 가을과 어울리는 책 한권 들려있지 않다는 것이다. ‘국가대표 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의 사서들이 추천하는 10월의 책을 소개한다.   

■ 작은마음동호회
윤이형 지음│문학동네 펴냄│356쪽│14,500원

우리는 자신이 처한 환경, 가치관에 따라 저마다의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삶을 가졌음에도 같은 시대를 함께 모여 살고 있다. 이 책은 작가가 2015년 겨울부터 2019년 6월까지 발표했던 작품을 묶은 소설집으로 이 시대를 살면서 우리가 짊어져야만 하는 다양한 삶의 고민들을 그려냈다. 결혼과 육아로 사회 참여에 적극적일 수 없는 기혼여성들이 모여 사회 문제를 다루는 내용을 담은 「작은마음동호회」를 비롯해 「승혜와 미오」 「마흔셋」 「피클」 등 11개의 중·단편 소설로 구성돼 있다. 가족제도에 대해 다른 가치관을 가진 레즈비언 커플, 성소수자와 그 가족의 고뇌, ‘미투’ 폭로자의 심경 등 서로 다른 고민과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삶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맞고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보자.

책 속 한 문장 

“믿어야겠죠. 선한 마음에는 아무 힘이 없다고, 그건 아주 작고 연약한 거라서, 어떤 무서운 일도 일어나게 할 힘이 없다고요. 그래서 우리가 지켜줘야 하는 거라고요.” <176쪽>

■ 환생 블루스
마이클 푸어 지음│전행선 옮김│RHK 펴냄│600쪽│16,500원

사람은 사는 동안 많은 후회와 결심을 하지만 다음 생이 있다면 다르게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한다. 만약 우리에게 다음 기회가 존재한다면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면서 완벽한 인생을 만들 수 있을까? 
지구상 가장 늙은 영혼을 가진 채 9,000번 넘게 환생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마일로’. 전생의 기억을 갖고서 어부, 곤충 등 다양한 모습으로 환생한다. 총 1만 번 환생하는 동안 완벽한 인생을 이루지 못한다면 우주에서 소멸한다는데… 이제 남은 다섯 번의 환생만이 남았다. 게다가 그는 죽음의 순간마다 자신을 찾아오는 ‘수지’와 함께하기 위해서도 완벽한 인생이 꼭 필요하다. 
환생하는 남자 마일로는 완벽한 인생에 가까웠던 첫 번째 삶에 대한 선물로 환생의 기회를 얻지만, ‘완벽함’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 책은 마일로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완벽한 삶과 그 삶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과연 마일로는 마지막 1만 번째 환생 전에 완벽한 인생을 찾아 소멸하지 않고 수지와 함께 할 수 있을까? 

책 속 한 문장 

“때로 삶의 가치는 살아 있는 동안 하지 않은 것에 담겨 있기도 해” 그녀가 말했다. <366쪽>

■ 도화만발 : 그림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최석조 지음│아트북스 펴냄│328쪽│16,000원

이 책은 우리나라 대표 화가 김홍도, 신윤복, 정선의 그림을 비롯해 다양한 옛 그림을 찬찬히 소개한다. 신윤복의 ‘월하정인’ 속 달 모양의 비밀, 김홍도의 ‘서당’에 숨겨진 시대상처럼 그림 안에 담긴 작품의 배경, 역사적인 사실, 화가의 이야기까지 고루 담고 있다. 옛 그림을 향한 저자의 애정 어린 눈을 통해 옛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세월이 담긴 그림이 새롭게 느껴지며, 그림 속 숨겨진 비밀을 찾는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오랫동안 자세히 지켜봐야 비로소 눈에 띄게 되지요. 자세히 들여다봐서 알게 된 속 깊은 옛 그림,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는지요.” <53쪽>

■ 인생의 함정을 피하는 생각습관
웨이슈잉 지음│이지은 옮김│올댓북스 펴냄│328쪽│16,000원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생각의 함정에 맞닥뜨리게 된다. 어떻게 하면 함정에서 벗어나 실패 없는 인생을 살 수 있을까? 베스트셀러 『하버드 새벽 4시 반』으로 잘 알려진 저자는 역사적 인물들의 일화나 여러 사례를 통해 함정을 피하는 생각의 습관과 성공의 길을 만들어 가는 방법을 알려 준다. 이 책은 인생 전반, 일상생활, 인간관계, 사고방식, 성공, 일 등 인생길에서 우리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을 6장으로 나누고 장마다 열 가지 실천적 극복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자신에 대한 믿음은 성공의 전제조건이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성공의 필수조건이라고 말하며,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살라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인생길에서 빠지기 쉬운 심리적 함정을 잘 극복하고 성공에 다가서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성공의 출발점은 자신에서부터 비롯된다. 모든 사람이 가진 가장 큰 보물은 바로 나 자신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소중함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216쪽>

■ 김변의 방과 후 법률사무소
김민철 지음│뜨인돌 펴냄│297쪽│15,000원

우리는 매일 뉴스 및 소셜미디어 등에서 다양한 사건사고를 마주한다. 종종 뉴스에서 재벌총수 가족이나 유명 연예인들이 잘못을 저지르고 법적으로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예컨대, 지난 2008년 등교하던 8세 여아를 강간, 폭행한 조두순은 술을 먹고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단 이유로 감형을 받았다. 내년 2020년 출소를 앞두고 재조명되고 있는 이 사건의 판결은 더 이상 바꿀 수 없는 것인가?
변호사인 이 책의 저자는 열다섯 건의 실제 사례에 적용된 법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다. 저자의 설명을 듣다 보면 법에 대한 여러 궁금증과 오해가 명쾌하게 풀린다. 혹시 법을 처음 접하거나 잘 모르더라도 주저 말고 ‘김변의 방과 후 법률사무소’의 문을 두드려 보기 바란다.

책 속 한 문장 

“잘못한 일은 따끔하게 혼내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법에 관심과 애정도 줘야 합니다. 법에 부족한 점이 있긴 하지만, 누구도 법 없이는 살 수 없으니까요.” <296쪽>

■ 모든 것은 그 자리에
올리버 색스 지음│양병찬 옮김│알마 펴냄│376쪽│19,800원

이 책은 베스트셀러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저자로 잘 알려진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의 수필집이다. <뉴욕타임스> <뉴요커> 등 다양한 지면을 통해 이미 공개됐거나 혹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글을 묶어 올리버 색스가 세상을 떠난 지 4년 만인 올해 4월,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출간했다. 
의사이자 과학자임에도 뛰어난 문학적 감수성을 지닌 문장들로 ‘뇌’에 관한 현대의학의 이해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올리버 색스의 이번 책에는 인간 존엄에 대한 따뜻한 통찰이 행간에 스며있다. 유년 시절과 가족에 대한 소소한 기억 등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단락을 마주할 때는 더 이상 그의 글을 볼 수 없음에 한 문장 한 문장이 더욱 귀하게 읽게 된다. 책 뒤표지에 빼곡히 적힌 뇌과학자 정재승의 팬심 가득한 추천사도 그런 아쉬움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을 일독하는 것, 시대의 지성이었던 올리버 색스를 추억하기에 가장 알맞은 방법이다.

책 속 한 문장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박물관을 좋아했다. 박물관들은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세상의 질서를(생생하고 구체적이지만 정돈된 형태의) 축소판으로 보여주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내가 식물원과 동물원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와 마찬가지다. 식물원과 동물원은 자연을 보여주되, 일목요연하게 분류된 자연, 즉 생명의 분류체계를 보여준다. 책에는 아쉽게도 실물이 없고 단어만 존재하지만, 박물관은 실물을 조목조목 배열함으로써 ‘자연의 책’이라는 경이로운 메타포를 구현한다.” <15쪽>

■ 우종학 교수의 블랙홀 강의
우종학 지음│김영사 펴냄│368쪽│15,800원

블랙홀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정작 블랙홀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19년 6월 세계 최초로 ‘중간질량 블랙홀’ 관측에 성공한 연구팀 수장으로, 블랙홀 권위자인 저자 우종학 교수는 이 책에서 수학과 물리를 몰라도 블랙홀의 매력에 빠질 수 있도록 블랙홀이 무엇인지 쉽게 설명해 준다. 책은 블랙홀의 탄생부터 ‘거대질량 블랙홀’ ‘블랙홀 그림’자 등 블랙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루며, 더 나아가 우주의 역사, 은하의 기원, 별의 탄생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주 전반에 대해 친절히 안내한다.

책 속 한 문장 

“별의 죽음에서 탄생한 블랙홀은 대략 태양질량의 10배 정도 되는 블랙홀들입니다. 그리고 초기 우주에서 만들어진 첫 별들에서 탄생하는 블랙홀은 태양질량의 100배 정도 됩니다. 반면에 은하 중심의 거대질량 블랙홀들은 태양질량의 100만 배에서 100억 배 정도 되지요.” <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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