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원로 철학자 김형석·김태길·안병욱이 90년 동안 모은 지혜의 글 『인생의 열매들』
[리뷰] 원로 철학자 김형석·김태길·안병욱이 90년 동안 모은 지혜의 글 『인생의 열매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0.03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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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올해 100세인 김형석과 그의 관포지교인 김태길, 안병욱. 셋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각각 연세대, 서울대, 숭실대 철학과 교수를 지낸 대한민국의 빛나는 철학자이며, 모두 90세가 넘게 살았다. 또한, 이들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물질적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황폐했던 사람들에게 선물이었다. 고리타분한 철학을 학문에 안에 가두지 않고 대중들에게 쉽게 설파했으며, 인격을 지키는 것이 왜 소중한 것인지, 이웃 사랑은 무엇이고 애국심은 무엇인지를 말을 넘어 행동으로 보여줬다. 

이 책은 이 셋이 각각 사랑과 행복, 신앙, 감사, 성실, 성공(실패), 한계(좌절), 생명(죽음), 애국, 유산, 말(언어), 자유, 철학, 인격, 진리에 관해 쓴 수필 48편을 엮은 것이다. 출판사의 말처럼 하나의 주제에 대한 세 명의 글이 마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현악 합주처럼 깊고 아름다운 울림을 만들어낸다. 예컨대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셋은 이렇게 썼다.  

“그러므로 사랑은 희생을 통해 완성해가려는 노력으로 나타나게 된다. 만일 자신보다 더 귀한 무엇을 알게 된다면 자연히 그것을 사랑하게 되며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내 온갖 것을 바치게 된다. 그것이 삶의 정상적인 모습이다. 그렇게 보면 사랑은 어떤 특별한 것이 아니다. 사랑은 극히 정상적인 삶의 본질이라고 보아야 한다. 만일 우리가 참되고 값진 인생을 원한다면 말이다. 또 그렇게 사는 사람이 인생을 행복하게 이끌어가며 값지게 채워간다는 말은 조금도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을 모르거나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 불행과 모순을 만들고 있을 뿐이다.” (김형석 「사랑」 中)

“나에 대한 올바른 사랑의 길의 첫째 원칙은 ‘내 생에 전체를 원대한 안목으로 꾸준히 성실하게 가꾸어라’이다. 오늘은 나만을 들여다보지 말고 내 생애 전체를 염두에 두되, 나의 생애가 하나의 아름답고 멋있는 작품이 되도록 슬기롭게 노력하라는 뜻이다. 나에 대한 사랑의 길의 둘째 원칙은 ‘나 가운데서 가장 값진 것은 나의 지위나 재산 따위의 외면적 성취가 아니라, 나의 인격과 나의 건강 또는 나의 예술이나 학문 같은 내면적 성취임을 명심하라’는 말로 요약된다. 나에 대한 사랑의 길의 셋째 원칙은 ‘나라는 것은 일정불변한 크기를 가진 유형의 물질적 체계가 아니라 때에 따라서 나선형 모양으로 커졌다 줄어들었다 하는 의식의 체계임을 인식하고 항상 소아(小我)보다 대아(大我)를 먼저 위하는 자세를 견지하라’는 것이다.” (김태길 「나에 대한 사랑」)

“끝으로 사랑은 주는 것이다.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주려고 한다. 내 시간을 주고, 돈을 주고, 정성을 주고, 애정을 주고 모든 것을 주고 모든 것을 주려고 한다. 아낌없이 주는 것이 사랑이다. 주면서 아까워하지 않는 것이 사랑이다. 줌으로써 나도 기쁘고 상대방도 기쁘다. 줌으로써 나도 풍성해지고 상대방도 풍성해진다. 이것이 사랑의 논리요, 사랑의 신비다. (중략) 사랑은 상대방을 염려하고 책임지고 존중하고 이해하고 아낌없이 주는 것이다. 사랑은 참으로 넓고 깊고 크고 아름답고 위대하다.” (안병욱 「사랑의 위대함」)

누구보다도 인생을 지혜롭게 살려고 노력했고, 그 노력을 90세가 넘는 나이까지 이어온 이 세 명의 글에서 우리는 어떤 통찰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열매들』
김형석·김태길·안병욱 지음│비전과리더십 펴냄│288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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