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우리, 적당히 이기적으로 살아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리뷰] 우리, 적당히 이기적으로 살아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10.02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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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다. 체육심리로 말하자면 슬럼프(Slump). 의욕을 상실해 성적이 떨어지는 시기를 말한다. 이 두 현상의 공통점은, 일단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요즘 말로는 ‘현자 타임(賢者time)’이라고도 한다. 신조어인데 사전적 정의를 보면, 어떤 것에 대한 욕구를 충족한 직후에 이전까지의 열정이나 흥분 따위가 사라지고 평정심, 초탈, 무념무상, 허무함과 같은 감정이 찾아오는 시간을 이르는 말이다. 마치 욕망으로부터 벗어난 현자와 같은 상태가 된다고 해 생겼다.

그러니까 우리는 번아웃 증후군, 슬럼프, 현자 타임의 굴레 속에서 살아간다. 할 일은 너무 많은데 시간은 없다. 여행을 가고 싶지만 경제적·심리적 여유가 없다. 가끔은 애인이고 가족이고 전부 짐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정말 어디론가 포르르 사라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든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의 저자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고민에 꽤 괜찮은 주석을 달아준다. ‘이유 없이 짜증날 때’ ‘퇴사하고 싶을 때’ ‘사람 사귀기 어려울 때’ ‘공허하고 무기력할 때’ 등 저자는 자신의 책 이름처럼 조그맣게 사는 법, 단순하게 사는 법, 없이 사는 즐거움을 말해준다.

“유난히 울적한 날이면 나는 한바탕 시원하게 달리고 온다. 다이어트, 근육 강화가 목적이나 동기가 아니다. 좋은 기분을 느끼고 싶기에 달린다. 흠뻑 젖은 운동복과 거친 호흡으로 바짝 마른입안,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 줄기, 시뻘겋게 달아오른 양 볼, 터질 듯한 심장, 아릿하게 저리는 허벅지와 종아리, 이 모든 몸의 변화가 살아 있음을 알려준다. 나의 생명력이 어느 때보다 강하고 생생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활어처럼 팔딱이는 나의 심장이 ‘나, 지금 여기 살아 있어!’라고 소리친다.<181쪽>

저자는 여러 고민들을 타파할 나름의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생은 힘들고 어려운 것이라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책에 적힌 방법대로 한다고 해서 당신의 고민이 명료하게 해결될 것이라는 확답을 주지 않는다. 저자는 어떻게 하면 세상에 집착하지 않고, ‘덜어내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인지에 집중한다.

“우리, 적당히 이기적으로 삽시다!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며 가늘고 길게 가는 법.” 이 문구에 책의 방향성과 메시지가 모두 담겼다. 인생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그 안을 살아가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너무 아름다워지려 노력하지 말자. 책을 통해 대충 사는 법을 배워보자. 어떻게 매 순간 치열하게 살 수 있나. 그건 정말로 불가능한 일이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전민영 지음│문학테라피 펴냄│188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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