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시 성차별, 해결책은 ‘인식 변화’
채용 시 성차별, 해결책은 ‘인식 변화’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10.01 17: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유리천장(Glass ceiling). 승진할 충분한 능력을 갖춘 여성이 조직 내에서 일정 서열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invisible barrier)’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최근 이 유리천장은 승진은 고사하고 입사할 때부터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되고 있다.

지난 30일 감사원은 ‘비정규직의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 실태’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는 철도장비 운전 및 전동차 검수지원 분야 무기계약직 공개 채용 시험에서 여성을 고의적으로 차별, 면접 점수를 조정해 합격권에 있던 여성 지원자 전원을 탈락시켰다.

감사 결과를 보면, 공사는 채용 과정에서 ‘여성이 하기 힘든 일.’ ‘현장의 여건도 여성을 채용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 ‘조직과 업무에 적응하기 어려워 보인다.’ 등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여성 지원자들을 차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채용 과정에서 평균 점수 1위를 기록한 여성 지원자를 포함해 총 4명이 최종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고용정책 기본법 제7조 제1항과 제25조 제2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성별, 신앙, 혼인·임신 또는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되고, 균등한 취업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또한 남녀고용평등법 제7조 제1항과 제37조 제4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되고, 채용에서 남녀를 차별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공사는 ‘배려심 부족’ ‘협동심 부족’이라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여성 지원자들의 면접 점수를 과락으로 처리해 최종 탈락시켰다. 지원자들의 능력을 실력이 아닌 성별로 평가해 일종의 ‘채용 성차별’을 자행한 것. 이에 대해 공사는 “면접위원이 장기간 재직하며 쌓은 경험과 업무적 특성을 고려해 차이를 둔 것”이라며 “이는 면접위원의 재량에 해당하고 이를 현저하게 일탈하여 직무를 남용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감사원에 제시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차별적 환경을 개선하고 평등한 사업장 조성에 앞장서야 할 공사가 성별을 사유로 채용의 기회를 박탈한 면접위원의 위법행위를 옹호하고 있다”며 “객관적이고 정당한 기준 없이 오직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접점수를 수정하여 여성 응시자를 탈락시킨 면접위원의 행위는 여성을 불리하게 대우함으로써 채용기회를 제한하는 경우”라고 반박했다. 이어 감사원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여성의 채용을 배제하기 위해 면접결과를 수정한 관계자들을 정직하고, 앞으로 임직원을 신규 채용할 때 특정 성별을 차별하는 일이 없도록 권고했다.

책 『젠더와 사회』를 저술한 신경아는 「불안정한 노동시장에서 살아남기?」란 글에서 “노동시장의 각종 지표들은 여성의 노동시장 내 지위가 크게 개선되지 않았으며, 노동시장의 성평등 수준이 한국의 경제 수준에 걸맞지 않을 정도로 후진적임을 보여 준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남성중심적 조직 문화가 여성의 고용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아직도 많은 기업이 채용 시 여성에게 남성과 달리, 개인적인 질문이나 여성에 대한 선입견을 전제로 한 질문을 한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저자는 “남성중심적 조직은 남성들이 다수이고 의사결정권을 가진 직위를 독점하고 있어 조직의 규범과 일상문화가 남성의 의식과 경험을 토대로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저자는 여성은 “조직의 외부인”처럼 취급되며 “이것은 여성이 조직에 적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남성 편향적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노동시장에서 성별 격차를 해소하고 성평등 수준을 높이기 위해 국가와 사회의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어 “노동시장과 조직 문화 속에서 성평등의 수준을 높여 가려는 여성과 남성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저자의 말처럼 고용시장에서의 성평등은 여성에게만 유익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남성들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될 때, 비로소 남성 또한 혼자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 결국 남녀 노동자의 협력은 노동 현장에서는 물론이고 우리네 가정에서도 긍정적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