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훈민정음에 담긴 세종대왕의 고뇌 『시도요체의 비밀』
[리뷰] 훈민정음에 담긴 세종대왕의 고뇌 『시도요체의 비밀』
  • 윤효규 기자
  • 승인 2019.10.0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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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윤효규 기자] 세종대왕이 백성을 사랑해서 훈민정음을 만들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건 너무 구시대적이고 진부한 설명이다. 분명 뭔가 부족한데, 이러한 갈증을 채워줄 책이 있다. 작가 오규원의 역사추리소설 『시도요체의 비밀』이다. 이 책에는 대국에 굴하지 않으려는 태종의 의지와 훈민정음을 만들어 백성을 구제하려 한 세종의 고뇌가 가슴 뭉클하게 담겨 있다.

책 제목이 다소 생소한데, 시도요체(示匋要諦)에서 ‘시도’는 세종대왕의 이름인 이도(李祹)의 도(祹)자를 시(示)와 도(匋)로 파자한 것이고, ‘요체’란 중요한 말씀이라는 뜻이 있으니 이 둘을 합치면 '세종대왕이 하신 중요한 말씀'이라는 뜻이 된다. 굳이 파자한 이유를 덧붙이자면 신하된 자가 임금의 이름자를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작가가 만든 허구다.

‘시도요체’는 훈민정음 창제를 돕던 신미대사가 세종대왕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책자의 제목이다. 소설 속에서 만들어진 그 책은, 신미대사 사후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중에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에게 빼앗겼다가 우여곡절 끝에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세종대왕의 중요한 말씀이 세상에 밝혀진다는 내용이고, 시기별로 현재, 일제 강점기, 세종대왕 시대 등의 3부로 구성돼 있다.

소설 내용을 조금 살펴보면, ‘1부 시도요체의 귀환’은 시도요체를 가지고 있던 일본인이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에 절망하며 시도요체를 한국에 돌려주는 과정에서 주인공 일행과 일본 극우파의 대립을 그리고 있고, 2부 ‘어둠의 장막 600년’은 일제 강점기에 시도요체가 일본인들의 손에 넘어가게 된 안타까운 과정, 3부 ‘아! 세종대왕’은 명나라와 굴욕적 외교 관계에 절치부심하던 태종이 세종을 후계자로 삼고 외척을 도륙하면서까지 피눈물 나는 군주 교육을 시키는 내용과 뒤늦게 부왕의 뜻을 깨달은 세종이 백성을 가난과 굴욕에서 건져내기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소설은 크게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조선은 오백여 년 전부터 주변국과의 외교에 있어서 목적과 방침을 정확히 했다는 점이다. 세종은 신하들에게 “사대가 좋아서 하느냐?”며 책문한다. 사대가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니 스스로 강대국과 맞설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고, 힘을 키우려니 글을 읽고 깨우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한글의 가치다. 한글은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가장 부합하는 문자이다. 우리가 우리말을 사용하는 데에 부족한 점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건 착각이다. 세종대왕은 우리와 발음이 다른 주변국 말의 표기를 위해 순경음을 만들었는데, 오늘날의 우리는 그 점을 잊고 있는 것이다. 순경음이 없기 때문에 F와 P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데, 바로 말레이시아의 찌아찌아족이 한글 순경음을 사용하고 있는 것에서 그 증거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세종대왕은 이미 500여 년 전에 알고 있었다.

소설 『시도요제의 비밀』은 세종대왕이 한글 창제를 결심하게 된 과정을 심도 있게 그리면서 지금이라도 순경음을 되살려 한글을 제대로 사용하자는 것과 적과 동지의 구분이 혼란스러운 시대에 중심 잡기를 비춰 보이고 있다.

『시도요체의 비밀』
오규원 지음 | 명에디터 펴냄│412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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