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누가 나라를 망치는가 『독선과 아집의 역사』
[책 속 명문장] 누가 나라를 망치는가 『독선과 아집의 역사』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10.0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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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인류역사를 살펴보면 시간과 장소를 뛰어넘어 우리의 눈길을 분명하게 잡아끄는 현상이 있다. 각국 정부가 국익에 반하는 정책을 추구하는 모습이다. 인류는 모든 영역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통치술만은 다른 영역에 비해 별다른 발전 없이 정체된 느낌을 준다. 지혜란 경험을 토대로 판단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지만, 통치의 영역에서는 그러한 지혜와 상식과 유용한 정보 따위가 정당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꺾여 버리곤 한다.<15쪽>

아집과 독선은 개인의 타고난 성격이기 때문에 통치에 대해서도 그 이상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통치상의 독선은 개인의 독선보다 많은 사람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므로 정부는 이성에 따라서 행동해야 할 분명한 의무가 있다.<19쪽>

르네상스시대의 교황들은 조국인 이탈리아를 전쟁과 외국의 압력의 희생물로 전락시키고 독립까지 잃게 한 주역이었다. 또한 신의 대리인으로서는 교황직을 만인의 비웃음을 사는 자리로 만들어, 루터가 자랄 수 있는 요람을 제공했다.<98쪽>

르네상스가 성숙기에 접어들어 방탕한 사생활을 즐겨도 전혀 추문이 되지 않았지만, 쉽 아홉 살의 노인과 마흔 살 젊은 여자의 관계는 이탈리아인의 마음을 언짢게 했다. 아마 그들은 그 관계를 비예술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사건은 외설스런 농담으로 떠돌며 보르자의 평판을 더럽혔다.<139쪽>

교황청을 더욱 정치화해서 그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서 이탈리아전쟁의 의의가 있다. 세속국가와 같은 역할을 하고, 향응제공과 거래를 하고, 군대를 모아 전쟁을 하면서 교황청은 완전히 카이사르의 세계로 되돌아갔다. 그 결과 세속의 세계, 즉 ‘로마의 약탈’을 가능하게 했던 요소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148쪽>

베트남의 상황에 우롱 당했을 때 닉슨과 그가 모은 동료들의 성격은 닉슨 정권을 초조한 심리 상태에 빠뜨렸고, 그것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었다. 지배자의 불명예는 세계사에서 그다지 큰 사건이 되지 않지만, 정부의 불명예는 상처를 남긴다. 정부가 신뢰를 받지 못하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461쪽>

『독선과 아집의 역사』
바바라 터크먼 지음│조민·조석현 옮김│자작나무 펴냄│488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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