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폼장] 스마트폰 중독, 소통·공감 없는 이의 영혼을 울리는 명상 시 
[지대폼장] 스마트폰 중독, 소통·공감 없는 이의 영혼을 울리는 명상 시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9.30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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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슬픈 전설을 지닌 '할미꽃'은 한국인에게 있어 피해를 입은 상황을 대변하고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진다. 그 옛날, 가난했던 할머니가 혼자서 세 자매를 애지중지 키워 첫째 둘째는 그런대로 시집을 보냈는데 막내인 셋째는 기력이 약해져 풍족하게 해 주지 못해 마음 아파했다. 쇠약해진 할머니는 시집간 딸의 집을 찾아갔지만 냉대받자 눈물을 흘리며 꼬부라진 허리를 지팡이에 의지한 채 막내딸의 집을 찾아가다 쓰러져 죽게 됐다. 바로 그 자리에 핀 영혼의 꽃이 할미꽃이다. 춘원은 이광수는 가난하고 무력한 피해의 이미지를 보리밭 가 찌그러진 무덤에 핀 할미꽃에 투영하고, 그리고 덧없는 인생에 투영하고 있다. 

보리밭 가에
찌그러진 무덤… 
그는 저 찌그러진 집에
살던 이의 무덤인가

할미꽃 한 송이
고개 숙였고나.

아 아 그가 살던 밭에
아 아 그가 살던 보리
푸르고 누르고
끝없는 봄이 다녀갔고나. 

이 봄에도
보리는 푸르고 할미꽃이 피니
그의 손자 손녀의 손에
나물 캐는 흙 묻은 시칼이 들렸고나

변함없는 농촌의 봄이여
끝없는 흐르는 인새이여. 
- 「할미꽃」 -

장석남은 시인의 삶을 지탱해 주는 맑은, 그리고 때로는 고독하고 슬픈 마음결을 심리적 상징을 통해서 응축된 이미지를 변주해 낸다. 그의 이러한 시혼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서 배태된다. 그의 고향은 인천에서 쾌속선으로 한 시간쯤 거리의 덕적도 서포리다. 바람이 소금에 절여오는 곳이고, 별이 연필 깎는 소리처럼 뜨는 곳이다. 초등학교 6학년 여름까지 그 섬에서 보낸 그는 인천에 와서 살았다. 하지만 유년시절을 보낸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단순히 고향에만 머물지 않고, 모든 이들이 떠나왔을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영원한 마음의 고향, 덕적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덕적도시'는 그 전형적 예이다. 

그러니까 밀물이
모래를 적시는 소리가
고요하게 불 끄고 잠든 마을 집들의 지붕을 넘어 
우리집 뒷마당 가득하게 될 때나
우리집 뒷마당도 넘쳐 내 숨을 적실 때 
달팽이관 저 깊이 
모래알과 모래알 사이 물방울의 길처럼 세상은
내 뒤를 따라오지 못하고 나는 
배고파도 그
속에서 나오기 싫었다. 
지금은 그 물결 소리가 무엇을 적시는지
내가 숨차졌다
- 「덕적도 시, 섬집」 -

 

『자연 관조와 명상, 시가 되다』
백원기 지음 | 운주사 펴냄│400쪽│18,000원

* 지대폼장은 지적 대화를 위한 폼나는 문장이라는 뜻으로 책 내용 중 재미있거나 유익한 문장을 골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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