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수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재미있는 수학적 사고법
[리뷰] 수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재미있는 수학적 사고법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09.28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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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세상을 살아가는 데 수학이 필요할까?’ 어렸을 적 수학으로 인해 큰 상처(?)를 받아본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생각이다. 지금도 수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기피하고 어려워한다. 가장 큰 이유는 첫 문장에서도 밝혔듯이, 수학 공부의 필요성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취미로 수학 문제를 푸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취미로 수학 문제를 푸는 이유는 뭘까? 세상에 일어나는 무수한 갈등들엔 답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하면 이렇게 해서 욕먹고, 저렇게 하면 저렇게 해서 욕먹는 게 사회생활이다. 하지만 수학엔 답이 있다. 다양한 방법론을 통해 난해한 수학 문제를 풀어냈을 때의 쾌감. 낚시꾼들이 흔히 말하는 ‘손맛’과 비슷하지 않을까?

이 책은 수학의 ‘손맛’에 관한 얘기다. 수학의 눈으로 세상을 읽는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10여 년간 수리논술을 가르쳐온 저자는 수학적 사고법을 바탕으로 영화, 드라마, 소설 등 여러 장르의 텍스트를 새롭게 읽어낸다. 우리가 그저 재미있게 본 영화를 수학적으로 읽는다고? 말하자면 이 책은 수학으로 생각하고, 수학으로 철학하는 법에 대해 설명한다.

영화 전공자인 기자의 눈엔 특히 <라이프 오브 파이>(2012)를 수학과 종교로 독해한 글이 인상적이었다. 수학은 가장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학문이다. 반대로 종교는 ‘믿음’의 영역으로, 합리적으로는 설명이 불가한 어떤 이치들을 담고 있다. 이성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파이의 아버지는 파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세상의 어떤 종교를 믿는 것보다도 이성을 믿는 게 어떠냐? 우주를 이해하는 데 과학은 수백 년이 걸렸지만 종교는 1만 년이나 걸렸다.”

반면에 파이의 어머니는 자신의 손바닥으로 가슴을 짚으며 “과학은 세상을 가르쳐줄 순 있지만 여기 있는 건 가르쳐주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파이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다. 왜 주인공의 이름이 하필이면 파이(π)일까? 파이란 원주율, 즉 원의 둘레와 지름의 비율을 나타낸 수학 기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3.141592…로 나아가는 무리수. 파이는 끝이 없는 숫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파이는 자신의 이름 안에 ‘끝이 없음’의 의미를 지니며 살아간다.

파이는 아버지의 이성과 어머니의 감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수학과 종교를 모두 가슴에 품고 있다. 망망대해의 작은 구명보트 위에서 뱅골 호랑이와 조난당한 파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수학적 지식(답이 있음)과 종교적 구원(답이 없음)을 동시에 체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파이가 종교를 세 개나 믿었던 것도, 아버지의 언어를 싫어했지만 결국 그와 화해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 것도 모두 같은 이유다. 그러니까 인생은 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어떤 물음 그 자체이지 않을까.

『수학의 눈으로 보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
나동혁 지음│갈매나무 펴냄│280쪽│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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