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아름답고 쓸모없는 것들을 수집하다 『디스 레트로 라이프』
[포토인북] 아름답고 쓸모없는 것들을 수집하다 『디스 레트로 라이프』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9.29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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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바야흐로 레트로(Retro) 시대다. 과거의 공간과 문화, 감성 등 '옛것'을 즐기는 복고 열풍이 힙(Hip)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간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협소한 골목이 자아내는 '오래된 분위기'의 을지로는 '힙지로'로 거듭났고, 익선동의 술집과 카페에는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복고상권 열풍이다. '옛것'의 문화를 추구하는 모습도 드러나는데,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미국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와 디즈니 만화의 실사판 '알라딘'의 높은 인기가 이를 증명한다. 온라인에서는 90년대 가요방송을 내보내는 유튜브 채널 '온라인 탑골공원'가 화제를 낳고 있다. 

자꾸 끌리는 촌스러움, 옛것, 오래됨의 매력. 빈티지 물건을 모아 파는 저자. 그의 기록에는 빈티지 제품과, 이태원 우사단로 위의 삶 그리고 사라져가는 풍경이 담겨있다. 

[사진=도서출판 Lik-it(라이킷)]

 세이코의 하위 브랜드 알바(Alba)의 일본 내수용 캐주얼 라인 어반 여성용 쿼츠시계와 버블 경제 호황으로 프랑스에 로열티를 크게 지불하고 제작된 찰스 주르당 쿼츠시계. 둘 다 차분한 로만 인덱스를 사용했는데, 어반은 초침이 있어 활동성이 강조되고, 찰스 주르당은 시·분침만 있는 타임 온리로 두 배 정도 비싼 만큼의 보수적인 감각을 보여준다. 
 시계는 단지 시간만 보여주진 않는다. 착용자의 욕망이 적극적으로 연출돼 보는 사람의 눈에 훤히 비치기를 원한다. 작은 다이얼의 미네랄 글라스를 투과해 세련된 초침의 움직임과 함께 반사되기를 염원한다. 그런 모습으로 시계는 현대의 복식에도 스며들어 있다. 디자이너 안경을 선택하는 착용자의 욕망처럼. <40~41쪽> 

[사진=도서출판 Lik-it(라이킷)]

 80년대 단단한 인상의 세일즈맨들이 가다마이를 받쳐 입고 들고 다니면서 이른바 월부로 판매했던 명성전자 점보 다니나믹 와이드 스피커. 월 납입료가 무료 10만원에 달했던 추억의 스테레오다. 
 세일즈맨의 짱짱한 허벅지에 반해 한 대 집에 들인 앞집 순복이네 대문 앞에 밤마다 줄을 서 라디오에서 신청곡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언니, 오빠 들. 점보 쓰리웨이 씩스 스피커 점보 더블테크 빈티지 붐박스. 공 테이프는 별매. 엘피 세대를 비웃던, 더블테크 붐을 타고 저 멀리 날랐던 아 80년대! <110~111쪽>

[사진=도서출판 Lik-it(라이킷)]

 전형적인, 완전히 뻔하디뻔한 만물상. 몇십 년 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영원히 거기 있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새로 생긴 지 일주일도 안 된 가게. 지난 시절 사물의 힘은 이토록 대단한 것이다. <185쪽> 

 

[사진=도서출판 Lik-it(라이킷)]

남대문시장 '새로나 아동복 백화점'의 유명한 호객꾼. 이번엔 여장을 하고 간드러진 트로트메들리에 맞춰 노래하며 호객 멘트를 하고 있다. 무대에 선 그는 매번 다른 배역을 맡아 탁월한 연기를 보여준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기껍게 취해주는 포즈와 프로다운 웃음에는 그적인 페이소스가 묻어난다. 
 비록 멸종 위기에 처한 길거리 호객꾼이지만, 건달과 양아치가 엄연히 다르듯, 어느 삐끼나 인형을 뒤집어쓴 알바들보다 정통적인 장인의 정서와 품격을 갖췄다. 그래서 이 아저씨의 여장에는 더 맘이 설렌다. 앞으로 보게 될 날이 그리 많지 안을까, 단지 호객꾼을 보기 위해 그곳에 간 적도 있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게 하는 광대의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 배꼽에 손을 포개고 고개 숙이는 동작을 영원히 반복하는 마네킹 인형 따위는 절대 대체할 수 없는 그가 문득 보고 싶다. <222~223쪽> 

『디스 레트로 라이프』
남승민 지음 | Lik-it(라이킷) 펴냄│240쪽│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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