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낳는 게 아니라 못 낳는다”... 답 없는 ‘둘째 고민’에 공무원만 애국자?
“안 낳는 게 아니라 못 낳는다”... 답 없는 ‘둘째 고민’에 공무원만 애국자?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9.2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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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낳을까? 말까?’

둘째 아이 출산을 고민하는 부모가 많다. 아이를 낳지 않는 시대, 결혼조차 꺼리는 시대라지만, 그래도 둘째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수가 상당하다. 당장 인터넷만 뒤져봐도 ‘둘째 고민’을 담은 질문, 경험담이 숱하게 쏟아져 나온다.

고민 대부분은 “낳고 싶지만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육아 휴직할 형편이 안돼요” “육아로 누군가가 휴직/퇴직하면 소득이 절반으로 주는데 감당이 안돼요” 등 경제적인 이유가 다수를 차지한다.

올해로 결혼 5년 차인 김태섭(가명·34)씨는 4년 전 결혼할 때만 해도 아이 다섯의 대가족을 이루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비록 첫째를 낳은 후, 양육에 들어가는 인적/물적 에너지의 상당함을 경험하고 아이 한명으로 만족하기로 했지만, 그래도 늘 아쉬움이 남는다. 간혹 아내를 설득해 보지만, 이성으로 무장한 아내는 완강하다. 김씨도 알고 있다. 맞벌이로 전세 융자금 갚아가며 빠듯하게 살아가는 중에 임신/육아로 누군가가 휴직/퇴직하는 건 무모하다는 걸. 더구나 식구가 는다는 건 필연적으로 지출 증가로 이어지기 마련, 그럼 생활은 더욱 궁핍해질 수밖에 없다.

둘째 출산에 찬성 이유는 대체로 ▲형제자매를 통한 소통/경쟁 능력 제고 ▲서로 도움을 주고 이후 삼촌/이모로서 조카를 서로 챙겨줄 수 있어서 ▲세상에서 의지할 대상이 많을수록 좋아서 ▲혼자는 외롭고 이기적으로 클 수 있어서 등이다. 반대 이유는 ▲경력단절 ▲경제적 어려움 ▲양육으로 예민해져 부부간 다툴 확률 커짐 등이다.

정리해 보자면,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적 부담 증가와 육아 피로도 상승인데, 둘째 출산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 증가에는 대체로 의견 일치를 보이나, 육아 노동(?) 강도에 있어서는 사람마다 차이를 보인다. 누군가는 “육아 피로도가 아이 수에 비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두배 아닌 네배로 비례한다”고 주장한다. 세 아이 엄마인 임채경(가명·43)씨는 “사실 아이 한명이 어지럽히는 것이나 세명이 어지럽히는 것이나 큰 차이는 없다. 음식 준비도 양을 조금 늘려 수저만 더 놓으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두 아이 엄마인 신지아(가명·32)씨는 “둘째가 생기면서 기쁨 두배, 고생 네배”라며 “첫째 아이의 질투도 문제고, 외출도 하나일 때보다 훨씬 힘들다. 거기다 돌아가며 아프기까지 하면 감당이 안된다”고 반박한다. 다만 아이가 많을수록 기쁨도 배가된다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됐다. 많은 기혼자가 “안 낳는 게 아니라 못 낳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자녀는 육아휴직 등의 복지혜택과 경력단절 우려가 적은 직업군에서 유독 높게 나타난다. 현재 군인의 경우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매일 2시간씩 모성보호시간(임신한 여군의 경우 )을 보장받고, 출산 휴가(90일), 육아휴직(자녀당 최대 3년, 월급은 70~50% 제공 )은 물론 배우자도 출산 휴가 10일이 주어진다. 군인 외 공무원 역시 비슷한 수준이며, 다자녀의 경우 인사평가에 가산점도 부여된다. 출산을 장려하고 그에 따른 환경이 갖춰지면서 민간기업과는 다른 현실적인 출산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환경은 실제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6년 공무원은 1,000명당 32명을 낳은 데 반해 일반 국민(25~60세)은 1,000명당 14.5명에 그쳤다. 공무원이 일반인보다 두 배 넘게 아이를 많이 낳은 셈이다. 공무원의 도시라 불리는 세종시의 출산율은 1.67(2017년)로 전국 평균의 1.59배, 서울의 2배에 달한다. 지난 7월 전국의 출산아 수는 2만5,000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5% 줄어들었다. 1981년 이후 7월 출생아 수로는 가장 적은 수준이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98명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권기둥 작가는 책 『블랙 코리아』에서 “우리나라의 결혼 문화와 가족 문화는 혼자 사는 것과 비교해 너무나 많은 희생을 강요한다. 결혼(출산)과 함께 희생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기에 결혼을 늦추거나 비혼을 선택하는 인구가 점차 증가한다. 이런 추세는 결국 저출산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같은 이유에서 이주윤 작가 역시 책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에서 “평소에는 ‘똑똑한 우리 딸내미’ 소리를 듣다가도 결혼 얘기 앞에서는 포승줄에 묶인 대역 죄인이 따로 없다”며 “결혼하면 뭐가 좋을지, 이 풍진 세상에다 애는 왜 낳는 건지, ‘내 집’도 아닌 ‘시집’에는 왜 가는지 의문투성이다”라고 전한다.

아이가 주는 기쁨이 없다고 생각하여 안 낳고, 있다고 생각해도 고된 환경에 엄두를 못 내는 암울한 현실. 다산(多産)은 애국이라는데, 우리 국민에게 애국의 길은 멀고도 험해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무원의 애국은 상대적으로 쉬운 반면, 일반 국민의 애국은 어려운 것도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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