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당신이 ‘위로’ 받을 수 있는 세 가지 방법
지친 당신이 ‘위로’ 받을 수 있는 세 가지 방법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9.26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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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
거친 도시 속에 오아시스 같은 위로의 장소로 자리하는 양재천.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위로’. 사전적으로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줌을 뜻한다. 걱정 없는 삶이 없다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일 터. 따뜻한 말과 행동은 힘겨운 일상을 견뎌내는 이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울림을 자아내기 마련이다.

기자가 아내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기대했던 감동이 아닌 '충격적인 반응'이었으나 결론은 감동이었다. 
기자가 아내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기대했던 감동이 아닌 '충격적인 반응'이었으나
결론은 감동이었다.

그 울림을 먼저 가까운 가족에게 선사하고 싶었다. 모처럼 표출하는 작은 위로가 만들어 낼 파장이 내심 궁금했다. 첫 타겟은 아내. 연애 시절을 포함해 8년 가까이 곁을 지켜주는 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언제나 내 곁을 지켜줘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잠시 후 답장이 왔다. “무슨 일 있어요? 죽으려고 유언을 쓴 건가요?” 약간의 시차를 두고 메시지가 또 왔다. “(최근 힘들어하는 기색이 엿보였는지) 혹시 일이 너무 힘들면 그만두고 몇 달 쉬어요. 쉬는 동안은 내 수입으로 아껴 살면 되죠.” 예상치 못한, 긴박한 전개에 당혹감이 느껴졌다. 안 하던 짓(?)을 하긴 했지만, 모처럼 작심하고 전한 고백을 죽음을 앞둔 이의 마지막 말로 여기다니... 놀라움이 이는 동시에 마음 한구석에서는 고마움이 피어났다. 아직은 돈보다 남편이 소중하다는 의미로 읽혀져서.

부모님과 여동생에게도 보내봤다. “요즘 부쩍 기력이 없으셔서 걱정이에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해요 우리. 늘 감사해요”라고 했더니, 어머니는 “아들, 오늘 왜 이렇게 감동을 주시나”라면서도 “혹시 무슨 일 있냐”고 염려했다. 2년 전 시집간 동생 반응도 마찬가지. “따뜻한 말이 고맙긴 하지만 표현 안 하던 사람의 뜬금없는 위로에 오히려 걱정이 됐다”고 했다. 이심전심인지, 표현 못 하긴 매한가지인 아버지는 마음을 담은 “존경한다”는 말에 “그 마음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화답했다. 본의 아니게 극단적 선택을 앞둔 이의 마지막 메시지로 오인되긴 했지만, 가족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따뜻한 말도 좋지만 나쁜 일 없이 늘 그대로 존재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고.

약국에서 약만 파나요?... 웃음도 팝니다

약국 한구석에 걸린 감동스런 글귀.

감동을 안고 ‘위로’를 찾아 무작정 거리를 헤맸다. 그러다 문득 재미난 혹은 감동적인 글귀를 가게 한구석에 적어두는 어느 약국이 생각났다. 얼마 전 갔을 때는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개피사탕, 눈깔사탕, 마누라 내장탕, 할머니 뼈다구 해장국, 할머니 산채 비빔밥’의 의미를 오해해 놀랐다는 내용의 글을 보고 웃었는데, 다시 찾아가 보니 「소주병」(공광규)이란 시로 바뀌어있었다. “술병은 잔에다/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속을 비워간다/빈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길거리나/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문밖에서/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빈 소주병이었다/나도 어느새 잔(자식)에다 자기를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갔을 어버이를 생각한다.”

심오한 글귀에 약사에게 물으니 남편(김정우·77)이 적은 거란다. 김씨는 “수년 전부터 손님들 지루하지 말라고, 웃음을 주고 싶어서 좋은 글을 보면 스크랩해뒀다가 1~2주 간격으로 교체한다”며 “‘소주병’은 어머니 기일에 신부님이 인용했던 시인데 마침 오늘이 어머니 기일(25일)이라 적었다”고 말했다. 순간 김씨 눈에는 눈물이 글썽글썽해 보였는데, 민망했는지 이내 자리를 피했다. 옆에 섰던 약사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서울대학교 상대를 졸업하고 대기업 다니다가 은퇴 후 책과 신문을 많이 본다. 그러다 좋은 글을 보면 모아 둔다”며 “손님들 반응이 아주 좋고, 사진 찍어가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약국을 나와 한참이 지난 후에도 할아버지의 정성이 담긴 글의 여운이 잔잔하게 마음을 적셨다. 마치 효과 좋은 영양제를 맞은 듯한 느낌처럼.

덧난 인간관계, 회복(위로)이 필요하다면 무료심리상담

심리학자 시드니 쥬라드는 “인생에서 마주하는 대다수 문제는 다른 사람들과의 불행한 관계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혼자 살아갈 수 없다면 불행은 피할 수 없다는 말. 인간관계 문제의 근원이 자신이든, 타인이든 상처는 또 다른 상처를 낳는 악순환을 거듭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위로를 넘어선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요즘 정신건강의학과가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시간당 수만~수십만원을 호가하는 비용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기 마련. 하지만 온누리교회에서 운영하는 상담센터를 이용하면 부담이 한결 줄어든다.

[사진=온누리교회상담센터 홈페이지]
[사진=온누리교회상담센터 홈페이지]

양재온누리교회 원형홀 안쪽에 위치한 상담센터(서빙고온누리교회서도 상담 가능 ). 노크하고 들어갔더니 김정은 간사가 앉아 있다. 기자 신분을 밝히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찾아왔다”고 했더니, 미소를 띠며 “여긴 인간관계로 상처받아 상담이 필요하신 분들이 주로 오신다”며 “위로보다는 위기 상황 극복에 중점을 둔다”고 했다. 이어 “온누리상담센터는 온누리교회 회복사역의 일환으로 정서적 문제(우울·불안·화·충동 ) 등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10년 이상 경력의 전문심리상담사(15명 )가 무료 상담(심리 검사는 최소 비용으로 진행 )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보통 상담은 1회당 50분 기준으로 총 10회를 진행한다. 상담 신청 후 평균대기 시간은 1~2개월이다. ‘혹 신앙이 없는 사람은 거부감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상담은 내담자의 상황에 맞춰 진행한다. 비신자도 많이 찾는 편”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업무 만족도를 물었더니 “좋아서 하는 일”이라며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 작은 도움이 된다면 그건 내게도 큰 위로”라고 했다. 답변을 듣는 가운데 깨달음이 있었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것도 내가 위로받는 방법이라는 걸. 감사한 마음에 “이건 제 위로입니다”라며 가방에 있던 음료수를 건넸더니, 환한 웃음이 화답으로 돌아왔다. 마음속에 잔잔한 위로가 번졌다.

버거운 현실에 지쳤다면 ‘책 처방’을 추천합니다

'오늘 책방'
'책방 오늘,'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책을 팔아 큰돈을 벌 수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책방을 여는 이들이 있다. 양재역 인근 ‘책방 오늘,’도 마찬가지. ‘운영이 어렵지는 않냐’는 물음에 이세연(29) 매니저는 “독립서점 어려운 건 다 똑같지만, 견딜 만하다”고 했다. 세련되면서 깔끔한 외관이 눈길을 끄는 책방은 내부 장식에도 ‘정성스러움’이 잔뜩 묻어 있었다. 책마다 ‘인상적인 문구’나 ‘소개 글’이 손글씨로 적혀 눈길을 끌었다. 책방 한쪽 편에서 책을 들춰보던 손님 임(39)모씨에게 책방의 느낌을 물었더니 “두 번째 방문인데, (책을 대하는) 주인의 정성과 진심이 느껴진다”며 “책이 살아나는 느낌에 마음이 풀려 힐링 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비밀 책꾸러미', 유명작가의 육성을 들려주는 공중전화, 손글씨로 적은 책 속 문구. 

이어 “‘책 처방’도 해주냐”며 “직장생활에 찌들어 스트레스받는 사람에게 추천할 책을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매니저는 책 『피로사회』를 처방해줬다. 이어 “비밀의 책 꾸러미도 인기가 많다”며 “책을 보이지 않게 포장하고 그 위에 소개 글을 적은 것인데 찾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가게 내 자리한 공중전화 부스도 눈길을 끌었는데, 수화기를 들면 여러 국내/외 유명 작가의 육성을 들을 수 있고, 바람과 파도, 타자기, 글씨 쓰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전문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인가 싶었는데 매니저는 “자체 개발한 것”이라고 했다. 신기해서 들어가 수화기를 들고, 글씨 쓰는 소리를 선택했는데, 잡음이 심해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면 글씨 쓰는 소리인지 인지하지 못 할 뻔했다. 다만 아이디어만큼은 기발했다.

양재천 인근에 위치한 믿음문고.
양재천 인근에 위치한 믿음문고.

이어 양재천 인근에 지난 5월에 새로 문을 연 ‘믿음문고’에 들렸다. 본 기자와 이름이 같은, 예배당 스타일의 내부 인테리어가 궁금증을 자극했다. 장세현 에디터는 “번화하지 않고 자연이 가까워(양재천 인근 ) 이곳에 서점을 열게 됐다”며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믿음문고로 지었다”고 했다.

믿음문고 내부.
믿음문고 내부.

해당 서점에는 신학, 심리학, 철학, 인문학, 문학 서적만 취급했는데, ‘책 처방도 해주느냐’고 물었더니 “얼마 전 ‘실컷 울고 싶다’고 한 손님이 있었는데, 그분께 ‘바깥은 여름’(김애란 작가 ) ‘아침의 피아노’(김진영 철학자의 유고집 )를 추천했다”며 “얼마 뒤 그분이 다시 찾아오셨는데 정말 울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온라인 서점이 제공하는 최대 15% 할인을 고사하면서까지 독립서점을 찾아야 할 이유, 말이 오가는 사람 냄새 나는 만남의 위로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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