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수사에 묻힌 ‘유치원 3법’, 결국 없던 일 되나?
조국 수사에 묻힌 ‘유치원 3법’, 결국 없던 일 되나?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9.25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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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 주변 차도에서 '유치원법 패스트트랙' 항의 기습 시위를 개최, 일렬 서행하는 시위 차량을 교통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 주변 차도에서 '유치원법 패스트트랙' 항의 기습 시위를 개최, 일렬 서행하는 시위 차량을 교통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 역동성이 강한 우리 사회는 매일 다양한 이슈를 소비한다. 각종 이슈는 ‘공감’ ‘공분’ 등의 원색적인 감정을 낳으며 대중을 울고, 웃게 하는데, 문제는 휘발성이 강한 나머지 너무 쉽게 잊힌다는 점이다. 한때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일부개정법률안 )도 그중 하나다.

그간 사립유치원에 지급됐던 정부 지원금을 보조금(유용 시 형사처벌 가능 )으로 변경해 교비 부정 사용을 금지하고 학교급식법을 유치원에도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유치원 3법’이 24일 국회 본회의로 넘어갔다.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감사 결과, 1,878개 사립유치원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되면서 마련된 해당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에 오른 것이다. 본회의에 오른 만큼 국회의장 권한(직권상정)으로 표결에 부칠 수 있지만, 유치원 3법에 반대했던 자유한국당의 전력을 고려하자면, 60일(11월 22일 )이 이후 자동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시간이 흐르면 표결이 이뤄지겠지만, 결과를 속단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유치원 3법이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이후 본래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충분한 법제화 검토가 이뤄졌어야 했지만, 국회 파행으로 논의 한번 없이 지난 6월 25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올라,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한국당과 충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전문가들의 손길을 거쳐 법안을 세밀하게 다듬는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한유총의 반발도 무시하기 어렵다. 앞서 한유총은 사단법인 설립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으나, 이후 법원에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법적 지위가 유지되면서 투표권을 지닌 지역구 의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유치원 3법안을 최초 발의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교육위원 )은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원 3법이 24일부로 법사위를 떠나 본회의 표결만 남았다. 국민이 법안 처리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셨음에도 교육위와 법사위에서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해 착잡한 심정”이라며 “(자유한국당은 ) 회계 투명성 확보 등 법안 본질에 대해서는 심사하려 하지도 않았다. 무책임하고, 반개혁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표결이 이뤄지면 누가 법을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온 국민께 명백히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 측은 “여야 합의로 처리하기로 했던 것인데 민주당이 자기들 안으로만 밀어붙였다”며 반발하고 있고, 한유총은 “유치원 3법은 대형 사학법인에나 어울릴법한 (중소사립유치원에는 ) 맞지 않는 옷”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치원 3법의 요지는 간단하다. 아이들을 위해 쓰라고 준 돈을 다른 곳에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돈을 손에 쥐면 마음에 욕심이 동할 수 있으니 국가가 사립유치원의 회계상황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사립유치원의 ‘자율권 침해’ 주장과, 한국당의 정치적 셈법이 작용하면서 법안 통과까지 힘겨운 걸음을 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에 오르긴 했으나, 이미 272일이 지났고, 최장 330일까지 표결이 늦춰질 수 있어 ‘슬로우트랙’이란 지적도 나온다. 시간이 지체되는 만큼 망각의 정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웃음과 망각의 책』등을 펴낸 밀란 쿤데라는 한 인터뷰에서 “당신(기자)이 어느 작가와 인터뷰를 하는 것은 그의 책이 이번 주에 출간되기 때문이다. 일주일만 지나면 그 작가는 벌써 인터뷰 감이 못 된다. 시효가 지난 거다. 그는 이미 뉴스거리가 아니다”라며 “뉴스의 노예가 된다는 것은 망각의 노예가 된다는 것이다. 그건 바로 문화적 계속성이 노상강도 사건이나 럭비게임 같은 일련의 덧없고 고립된 사건들로 변질되고 마는 ‘망각체계’를 창조해놓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유치원 3법이 극심한 혼란을 초래했던, 논란의 대상으로만 기억되는 불상사를 피하려면 다시 한번 대중의 관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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