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여성 서사 웹툰 읽기 『다 된 만화에 페미니즘 끼얹기』
[책 속 명문장] 여성 서사 웹툰 읽기 『다 된 만화에 페미니즘 끼얹기』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09.24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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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아름다운 몸의 기준은 유행에 따라 달라지고, 가까워졌나 싶으면 저만치 멀어진다. ‘예쁘면 삶이 변한다’는 기약 없는 미래와 필사적인 추격전을 벌이는 여성의 절망감은 너무 커서 자기파괴적으로 재현된다. (중략) 반복적인 좌절의 경험은 가벼운 자기혐오로 나타날 수도 있고 생사를 가르는 병이 되기도 한다. 아름다워지라는 압력은 그래서 위험하다. 그것이 여성 개개인에게 어떤 무게와 방향으로 작용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으므로.<59~60쪽>

페미니즘 웨이브는 웹툰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최소한 우리는 불법촬영 신 밑에 작은 글씨로 덧붙은 ‘몰카는 범죄’라는 경고문과, 동의하지 않은 신체적 접촉이 불쾌하다고 표현하는 여주인공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133쪽>

윤기 나는 검은 머리칼, 신비로운 검은 눈동자,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외양을 가진 이색적(exotic) 애인인 동양 여자. 순종적이고 헌신하며, 가정적이고 머리가 좋은, 한편 침실에서는 요부가 되는 근면한 와이프의 모범인 동양의 여자. 옐로 피버yellow fever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진 아시안 페티시Asian fetish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성역할이 간직된 ‘미개발 구역’을 착취하려는 욕망이라는 점에서 비윤리적이다. 그리고 그 비윤리성을 동양 여성의 자발적 욕망 혹은 신념과의 호응으로 위장한다는 점에서 기만적이다.<155쪽>

「선녀와 나무꾼」은 아이들에게 읽히기 싫은 전래동화 중 하나다. 나무꾼에게 여자(선녀)는 홀어머니를 봉양한 효행과 생명을 귀히 여긴 덕행의 보상품이다. 이 보상을 제공할 수만 있다면 여성의 신분은 신선에서 필부로 강등되어도 좋으며, 비범한 여성을 무력화할 족쇄로 출산이 기꺼이 동원된다. 그러나 독자는 연고 없는 땅에 알몸으로 남겨진 여자의 절망, 자신을 기만한 범죄자와 가정까지 꾸리게 된 여자의 분노, 마침내 능력을 되찾아 지위를 회복한 여자의 해방감보다는 처자식을 잃은 남자의 안타까운 사정에 공감하게끔 유도된다.<259쪽>

그런 여자는 없다고 단언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사에를, 손민수를, 현수아를, 김모미를, 이아름을, 유상순을 한 번쯤, 아니, 여러 번 목격했을 수 있다. 왜 아니겠는가?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견제가 생기게 마련이고, 그중에는 남을 헐뜯고 괴롭히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러한 행동을 보이는 여성만이 과잉 대표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여성 동성 집단이 분열하는 원인을 여성의 열등한 성정에서 찾으려 한다. 질투·허영·위선·기싸움·험담은 여자들이나 하는 짓이고, 남자들은 그런 멍청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299쪽>

『다 된 만화에 페미니즘 끼얹기』
탱알 지음 | 산디 펴냄│322쪽│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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