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폼장] 세계사 물줄기를 바꾼 고발문학 『막스 하벨라르』
[지대폼장] 세계사 물줄기를 바꾼 고발문학 『막스 하벨라르』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9.21 18: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1860년 『막스 하벨라르』가 나오자마자 네덜란드만이 아니라 유럽사회는 심한 충격과 논쟁에 휩싸였다. 이 소설은 한 용감한 식민정부 관리가 자국과 식민지 토착 지배층의 착취와 비양심적인 행동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고발문학 형태로 전개하지만, 온갖 부정부패를 일삼는 식민정부 관리와 이들과 결탁한 부르주아 자본가들을 웃음거리로 만든, 해학이 넘치는 대화식 문체와 독특한 유머를 구사해 당대 유명 작가들을 능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식인임을 자처하거나 사람의 양심을 논하는 유럽인이라면 앞다퉈 이 책을 찾아 읽었다. 

곧 쟈바에서 정의실현을 주장하며 힌디아 블란다에 거주하는 자국민의 비양심적인 사고방식을 비판하는 세력이 등장했다. 이웃 강대국인 독일과 프랑스도 상대적으로 약소국인 네덜란드의 식민정책을 비판하는 데 가세했다. 네덜란드 자유진보세력은 인도네시아에 대한 식민정책 방향 전환과 윤리정책을 강력하게 제안하며 나섰다. 당시 저명한 변호사 환 데이펀떠르(van Deventer)가 앞장섰다. 이들은 네덜란드 정부가 인도네시아에서 착취한 이익을 인도네시아 발전을 위해서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해서 1870년 드디어 열대작물강제 재배 시대가 막을 내리고 윤리정책 시대가 문을 연 것이다. 『막스 하벨라르』가 열어젖힌 새로운 시대 서막이었다. (중략)

『막스 하벨라르』가 이끌어낸 윤리정책은 네덜란드령 동인도 엘리트 사회를 흔들어 깨웠다. 이들은 이 책을 읽고 뭔가 해야 한다고 막연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여성으로 민족주의운동 촛불을 밝힌 카르띠니(Kartini)가 등장했고, 1928년에는 ‘청년의 맹세’ 숨빠 뻐무다(Sumpah Pemuda)로 이어졌다. 인도네시아 엘리트 청년들이 국가와 민족과 국어 개념을 정립하고 나선 것이다. 자연스럽게 민족주의운동 횃불이 타올랐고, 독립이라는 궁극적인 목표가 정해지면서 수많은 엘리트가 모여들었다. 수카르노(Sukarno)는 『막스 하벨라르』를 독립운동 동력으로 삼았고, 쁘라무댜 아난타 뚜르는 『식민주의를 종식시킨 최고 책』에서 수카르노가 앞장섰던 인도네시아 독립운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막스 하벨라르』가 아시아와 아프리카 땅에서 식민주의를 종식시켰다고 선언했다. 

『막스 하벨라르』
물타뚤리 지음│양승윤·배동선 옮김│시와진실 펴냄│488쪽│18,000원

* 지대폼장은 지적 대화를 위한 폼나는 문장이라는 뜻으로 책 내용 중 재미있거나 유익한 문장을 골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