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날, 한 세계가 영원히 사라졌다 『대멸종』
[리뷰] 그날, 한 세계가 영원히 사라졌다 『대멸종』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9.1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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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대멸종’. 한 세계가 사라지는 상황을 직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난해 겨울 ‘한 세계의 종말’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출판사 ‘안전가옥’의 공모전 수상작 다섯 편이 엮였다. 

이 앤솔로지(시나 소설 등의 문학 작품을 하나의 작품집으로 모아놓은 것, 선집)는 재난을 주제로 한 숱한 할리우드 영화처럼 뻔하지 않다. 다섯 명의 글쟁이들은 ‘대멸종’의 상황에 저승 세계의 차사, 게임 회사의 개발자, 리조트에서 일하는 아이, 우주탐사선의 선원, 거대 제국의 현자와 마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재미를 향해 나아간다.

인간이 모두 사망하면 저승은 어떻게 될까. 저승과 이승을 구분하는 경계는 ‘죽음’이었으나, 이제는 모두 죽었으니 저승이 곧 이승이 된다. 망자는 윤회전생할 수 없게 된다. 저승 구성원과 망자들, 지구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해 공동 작전을 수행한다.(「저승 최후의 날에 대한 기록」 시아란)

소재는 전부 독창적이다. 플레이어가 65,536번 점프를 하면 게임서버가 터지는 버그가 있는데, 이 버그가 현실세계를 둘러싼 의외의 비밀로 이끈다면…(「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 심너울) 목소리에서 쇳소리가 나 따돌림 당하는 캄보디아 소년에게 한 돌고래가 인류의 대멸종을 선택할 권리를 준다면…(「선택의 아이」 범유진) 500년 동안 우주의 중심을 향한 탐사를 마치고 복귀한 우주인들 앞에 황폐한 지구가 놓여있다면…(「우주탐사선 베르티아」 해도연) 한 마법사가 부른 ‘마계의 달’이 대륙 전체의 존망을 좌지우지한다면…(「달을 불렀어, 귀를 기울여 줘」 강유리)

모두가 결국에는 멸망하는 대형재난이 주는 긴박감에 독특한 소재가 더해져서 만들어내는 재미는 그저 재미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앤솔로지는 또한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유한한 삶을 돌아보게 한다. 피하지 못할 어둠은 재미를, 그 어둠의 끝은 빛을 선사한다.

『대멸종』
시아란 외 4명 지음│안전가옥 펴냄│320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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