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구직 걱정, 취미가 돈벌이 되는 분야는…
은퇴 후 구직 걱정, 취미가 돈벌이 되는 분야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9.1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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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사회활동지원사업에 구직신청을 하려는 노인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인사회활동지원사업에 구직신청을 하려는 노인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서울 강동구에서 열평 규모의 텃밭을 일구는 오영기씨는 최근 도시농업 컨설턴트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6년 전 상추·열무 등 채소 열다섯 종을 재배하기 시작한 이후 “나도 좀 가르쳐달라”는 주변의 요청이 몰리면서다. 1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인생 3모작 포럼’에서 연사로 나선 그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부 노인 일자리에 지원하기보다 취미·특기를 살린 일자리를 찾고 만드는 것이 좋다”며 “나이 들어 새 일자리를 찾는 건 큰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값진 일자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취미. 사전적 의미는 전문적이지 않으나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다. 하지만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는 법. 오랜 시간 즐기다 보면 언젠가는 전문가 수준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에 치이는 젊은층은 취미를 가질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고, 또 자신이 무얼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늙어서도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취미생활을 책을 통해 추천한다.

먼저 추천할 취미는 전시회 관람이다. 최근 문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시회가 늘어나고 있지만, 작품을 어떻게 읽고 해석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직업이 도슨트다. 도슨트는 ‘가르치다’라는 뜻의 라틴어 ‘도크레’에 어원을 둔 말로 ‘작품 안내 이상의 일’을 맡은 사람이란 의미를 지닌다. 다시 말해 작품 해설뿐 아니라 감상 방법을 제시하고 그것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인 것이다.

대림미술관과 디뮤지엄에서 수석 에듀케이터로 일하는 한정희씨는 책 『취미는 전시회 관람』에서 “많은 미술관이 자원봉사자들로 도슨트를 구성하는데, 자원봉사자들은 전공과 상관없이 미술관이, 혹은 미술 그 자체가 좋아서, 사람들에게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일이 즐겁다는 이유만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랜 시간 도슨트 교육에 참여하고, 스스로 작품을 연구하고, 좋은 투어를 연구한 다음 투어를 진행한다”고 말한다. 주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만큼 업무 부담이 많지 않아 노령층에게 적합하고, 또 연륜이 묻어나는 설명이 관람객의 이해와 감동을 배가시킬 수 있다는 평이다.

사당동에 사는 김혜민(35)씨는 “휴전선 인근의 통일전망대나 국립현충원에 가면 나이 지긋한 분들이 해설사로 봉사해주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경험이 많은 만큼 여러 이야깃거리를 곁들인 설명이 재미있게 느껴졌다”며 “‘감사하다’는 말에 웃음 지어 보이시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경험이 있다”고 말한다.

간단한 집안 인테리어 꾸미기도 노년을 대비하기 좋은 취미다. 전문 업체가 하는 수준의 대대적인 공사는 아니지만, 내 집에 알맞은 작은 가구 제작이나 집수리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집 안에 핀 곰팡이 때문에 셀프인테리어를 시작하게 돼 유명세를 얻으면서 tvN ‘내방의 품격’에까지 출연한 주부 하유라씨. 그는 책 『유독스토리의 탐나는 셀프 인테리어』에서 “뒤늦게 발견한 적성을 꾸준히 취미로 이어나간 덕에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것 같다”며 “낡은 집 셀프 인테리어는 아마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제 취미생활이 될 것 같다”고 말한다.

중국에서 5년간 생활했던 김영민(45)씨는 “중국에서는 집안 곳곳 수리가 필요한 곳이나 내가 원하는 디자인의 목제 가구를 제작해주는 아저씨가 계셨는데, 실력이 좋아 한국 교민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찾는 사람이 많았다”며 “업체에서 받을 수 없는 맞춤형 서비스를 저렴한 금액에 받을 수 있어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옆에서 보니 공구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인테리어에 관심이 높아졌다. 최근에는 동사무소 등에서 공구를 빌려주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쉽게 경험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느냐, 잘하는 일을 하느냐’라는 질문이 노령기에 주어졌다면, 정답은 좋아하는 일이다. 쓸모없는 존재라는 자괴감에 빠지기 쉬운 노령기에는 조금 덜 벌어도 즐거운 일로 돈도 벌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기쁨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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