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新노인, 새로운 종의 발견 『취미로 직업을 삼다』
[리뷰] 新노인, 새로운 종의 발견 『취미로 직업을 삼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9.16 16: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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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예순이 넘은 나이에 비로소 오롯이 자신이 결정하는, 자신만의 인생을 살게 됐다는 저자 김욱의 젊은 시절은 그야말로 폭풍우에 휩싸인 난파선이었다. 무엇이든 주체적인 삶을 살아보려 하면 세상은 그를 막았다. 

문학을 좋아해 문인이 되려 했던 저자의 꿈은 6.25 전쟁이 발발해 무너진다. 문예지에 응모한 작품은 2차 심사를 남겨두고 전쟁으로 취소됐다. 설상가상으로 서울이 인민군에게 함락됐고, 책을 사러 서대문 네거리에 나왔던 저자는 인민군에게 붙잡혀 의용군으로 이북에 끌려간다. 두 달 만에 목숨 걸고 남쪽으로 도망쳐오자 이번에는 해군으로 징집된다. 전쟁터에서 살아남아 당장 먹고 살아야 할 문제가 생기자 신문 기자가 됐고, 삼십년 넘게 꿈은 뒷전이었다. 그리고 퇴직 후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IMF가 터졌고, 집까지 담보로 잡혀 투자했던 것이 잘못돼 일흔을 앞둔 나이에 경매로 집을 날리고 길바닥에 나앉고 말았다.

그러나 인생은 아무도 모른다. 나이 일흔에 남의 묘막에서 1년에 한 번 시제를 지내주는 등 3년간 묘지 관리인으로 일하며 일본 책 번역 일을 시작한 저자는 이후 15년 동안 200여권이 넘는 책을 번역하고, 여섯 권의 저서를 집필하며 다시 일어선다. 묘지기로 죽게 되리라 포기했던 삶이 꿈과 주체성을 향해 키를 잡은 후부터 비로소 순항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나이가 되도록 살아오면서 나보다 한 살이라도 어린 사람들에게 말해줄 수 있는 한 가지 깨우침은 ‘오늘’은 나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릇된 판단이더라도 상관없다. 세상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파악하고 싶다’라는 자기 나름의 이해와 결론에 도달해야 한다. 늙을수록 이런 습관이 더욱 중요해지는 까닭은 더 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이, 오늘이, 올해가 내 인생의 마지막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자신을 ‘신노인’으로 지칭하는 저자는 나이 듦을 긍정한다. 그리고 이 책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렸던 과거가 아닌 ‘신노인’으로서의 현재를 이야기한다. 인간이 나이 들어 상실하게 되는 신체 능력 30퍼센트를 원망하는 대신 저자는 자신을 자신답게 만들어주는 70퍼센트를 위해 망설이지 않고 사라져준 30퍼센트의 육신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내가 끝나지 않았음을, 끝나기는커녕 이제야말로 내 평생 갈고 닦아온 나의 재능을 세상에 드러낼 시간이 됐다”고 다짐한다. 노인의 지혜와 통찰, 그리고 젊은이의 패기가 느껴지는 이 책은 어쩌면 ‘신노인’이라는 새로운 종의 발견이자 번성을 알리는 신호탄일지도 모르겠다.         

『취미로 직업을 삼다』
김욱 지음│책읽는고양이 펴냄│176쪽│11,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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